[Vol.64] 🍄 추천하고 🎵듣고 ➕누르고 ✔️보관함에 추가!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이번 주는 정말로 '안녕'하시냐고 여쭙고 싶습니다. 지난 이틀간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는데요. 지하철은 마치 수족관처럼 물이 가득해 문을 열수가 없었고, 강남 한복판에는 자동차들이 부표처럼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지인은 폭우로 집 전체가 물에 잠겨 호텔로 피난을 갔다고 해요. 갑작스러운 재난에 겨우 중요한 물건들만 챙겨 나왔다고 합니다. 제 주변 사람들이 이재민이 되었다고 하니 더욱 이 재난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오늘은 충청권과 내일은 전라, 경상권 전국에 폭우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부디 해당 지역에 계신 분들 포함해 모두 안전한 하루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

지난 8월 7일(일)이 입추(立秋)였는데요. 사실 요즘 같은 이상기후에 절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습니다. 과거 속담에는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는 표현까지 있었지만, 이제는 무더위 대신 폭우와 태풍을 맞이하는 절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바람 잘날 없는 우리네 현생이 이런 것이겠지요. 나 하나의 삶을 살아가기에도 힘든데, 기후와 날씨 등 환경 걱정까지 당연히 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당면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실타래 풀듯 살아가는 구독자님과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럼에도 속절없이 새로운 음악들은 우리의 바쁜 삶 속에 찾아와 귀를 간지럽힙니다. 지난 3주간 어지럽게 살아가는 와중에도 '느낌표'를 들게 하는 음악들이 있더라고요.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Shazam을 켰습니다.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새롭게 발견할 음악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PRIIISM은 그러한 음악들을 구독자님께 수줍게 나누는 곳입니다. 제가 요즘 발견하고 들었던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구독자님께서도 최근 들었던 음악들을 언제든 소개해 주세요. 이 뉴스레터를 통해 음악으로 서로의 안녕을 묻고 삶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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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dalena Bay - Neon

신스팝이면 일단 나의 취향에 반은 먹고 들어간다. 첫 음이 들리는 순간 "아, 이거 뭐야?"하고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Shazam을 누른다. 수십초가 흐르고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되어 나의 취향 바운더리에 들어서게 되면, ➕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보관함에 추가 ✔️. 신시사이저의 전자음은 나에게 있어서 일종의 '발작 버튼'과도 같은 것이다. 이번 주의 발작 버튼은 한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된 막달레나 베이(Magdalena Bay) <Neon>의 첫 음이었다.

막달레나 베이(Magdalena Bay)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신스팝 혼성 듀오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함께 그룹 활동을 해온 미카(Mica Tenenbaum)와 매튜(Matthew Lewin)가 2016년에 결성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어느새 7년차에 접어든 꽤 연차가 있는 밴드이지만, 첫 정규앨범은 2021년에서야 [Mercurial World]라는 이름으로 발매했고, 현재까지도 유일하다. 그동안 EP와 싱글로만 활동 했는데 정작 정규앨범에는 싱글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성실하다는 뜻일까.

인터뷰 기사를 통해 80,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의 레트로한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악 자체는 신스팝에 일렉트로닉과 유로비트 스타일도 있어 얼마 전 소개한 프렌치 팝 혼성듀오인 Poom과도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재미있는 건 뮤직비디오들인데, 8비트 픽셀 그래픽의 오락실 감성과 키치한 컬러 무드는 최근 힙하다는 말의 대명사가 된 성수동 무드와 궤를 같이하는 듯하다. 유튜브를 들어가 보니 2016년 <Neon>에서의 그들만의 감성이 최근 2021년에는 더 농익은 것 같아 다른 뮤직비디오도 찾아보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 Ozaki Amii - 純情

또 하나의 발작 버튼이 작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쿵짝쿵짝하는 사운드에 일본 노랫말이 나올 때다. 나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좋아하는 오타쿠적인 청소년기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J-Pop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일단 일본어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어린 마음에 J-Pop을 좋아하거나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을 유치하게 여기는 편견이 있었다. (오타쿠라고 해서 다 같은 오타쿠는 아니라구욧!) 그러나 2016년 야마시타 타츠로(Yamashita Tatsuro)라는 거장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8090년대 중심의 J-Pop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지금이야 시티팝이라는 스타일이 서브컬쳐계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하나의 장르처럼 불리고 있지만, 당시 일본 가수들은 30년 뒤 전 세계의 MZ세대들에게 이렇게나 사랑받고 회자될 줄을 예상이나 했을까. 오늘 소개할 오자키 아미(Ozaki Amii)의 노래들도 그러하다. 장르적으로는 펑크, 소울에 가깝고 일본의 트로트라고 할 수 있는 엔카의 느낌도 난다. 일반적으로는 시대와 스타일을 반영했을 때 역시 시티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 소개한 노래는 1981년 발표한 [Air Kiss]라는 앨범에 수록된 '순정'이라는 타이틀곡이다. 제목만큼이나 애틋하면서 기분 좋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듣기 좋은 곡이다.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면 본격적인 디깅에 들어가게 되는데, 일본 뮤지션은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영미권 뮤지션들은 해외 인터뷰나 평론과 같은 아티클을 쉽게 찾고 번역하면서 알아가면 되지만, 일단 일본어를 읽을 수도 없고 관련 아티클을 찾기도 쉽지 않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짧은 정보를 보니, 아미 오자키는 이미 일본에서 명성이 자자한 싱어송라이터였고 작곡가였다. 마츠다 세이코(Matsuda Seiko) 등과 같은 수많은 탑급 가수들에게 노래를 제공했고 히트시켰다. 그야말로 일본의 찬란했던 그 시절을 이끈 다재다능한 전천후 탤런트(talent)였던 것이다. 

🍄 NewJeans - Hype Boy

요 근래 이 정도로 데뷔와 함께 화제를 끈 그룹이 있었던가. 오늘 기준으로 데뷔한지 고작 10일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유튜브와 SNS 모두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미 모르는 사람은 없을 뉴진스(NewJeans)의 Hype Boy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동명의 미니앨범 [New Jeans]에 속한 곡으로 청량하고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렴부에 나오는 댄스파트가 킬포인트다. (숭구리당당) 각 멤버별로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뮤직비디오의 세기말 젠지(gen. Z)감성 무드는 앞서 소개한 막달레나 베이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뉴진스에게는 전체적으로 '빼기(-)'의 미학이 느껴진다. 과도한 컨셉과 치장이 아닌 탄산수 같은 투명하고 청명한 분위기 속에 묘한 세련됨이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마치 진짜 멋진 친구들이 힘을 쭉 빼고 나타난 모습이랄까? 

작년 말 당시 하이브 CBO로 였던 민희진 ADOR 대표가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항상 내가 하는 일이 명확히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일들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녀가 지난 시간 동안 해온 일들을 이야기하며 브랜딩을 세계관을 형성하는 일이라고 말하던 순간 머릿속 안개가 걷히고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했다.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 지독한 컨셉 과몰입.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일이 아니었던가.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담당해오던 내가 본격적으로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그 즈음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 뉴진스에서는 지독한 세계관을 싹 빼고 나타난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너무도 잘해왔던 세계관 설계를 부정하고 뒤집는 시도를 했다. 미친듯한 득점력을 보이는 3점 슈터가 어느 날 수비수를 다 몸으로 밀어내더니 덩크슛을 작렬한 것이다. 뉴진스를 통해 "봐! 나는 뭐든 다 잘해!"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유퀴즈온더블럭에서 현재 준비 중인 그룹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고 했는데, 이것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첫 앨범 만으로도 다음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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