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9] 🌻 새해에도 작은 일상을 잇대는 마음으로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1월의 중간이 접히고도 며칠이 지났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를 언제까지 해도 되는가'의 기준은 분분하겠지만 저는 음력 1월 1일까진 이 인사를 계속 건네기로 했습니다. 제철 음식을 챙겨 먹듯 특정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아끼지 않고 입 밖으로 꺼내자고 자주 다짐하거든요. 일종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니까요.

생각해 보면 겨울은 유독 따뜻함을 나누기 좋은 계절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눈길 조심하세요'처럼 인사 치레일지언정 건넬 말이 많고, 직장 동료와 귤 한두 개를 나눠 먹는 순간이나 누군가 건넨 핫팩 하나에 푸근함을 느끼는 등.. 마음을 전할 핑계가 유난히도 많다고 느낀 순간부터 이 계절이 조금 더 좋아졌어요.

구독자님은 '2024년'의 첫인상을 기억하시나요?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 TV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마주한 그 숫자는 안정적인 모양새만큼이나 제 눈에 한없이 다정하게 보였어요. 그래선지 전에 없이 바쁜 연초를 보내면서도 대체로 충만한 마음을 아직까진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런 나날에 함께한 노래들을 고르고 골라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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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동 - 작은 일상 큰 실천

바쁜 연초를 보냈다. 마음이 번잡할 땐 음악의 노랫말이 귀에서 튕겨 나가는 느낌이다. 우울이든 희망이든 어떤 맥락도 귀에서 소화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주곡을 자주 들었다. '꽉 찬 움직임'이란 뜻을 가진 밴드 만동의 독특하고 잔잔한 사운드는 겨울 내내 침묵 대신 내 주변을 지켜줬다.

만동의 멤버는 드럼, 기타, 더블 베이스 3인조로 구성되어 있다. 클래식에 문외한이라 '더블 베이스면 베이스 기타를 두 개 치는 건가?'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라이브 영상을 보니 웬 거대한 현악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첼로처럼 몸통 만한 악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연주하는데 첼로보다도 커다래서 소규모 공연장을 꽉 채우는 듯했다. 비단 더블 베이스의 존재감 때문이 아니라, 만동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밀도가 높다. 산란해진 마음을 붙잡아 집중시킨다.

<작은 일상 큰 실천>은 작년 10월 발매한 앨범 [박쥐]의 수록곡이다. 처음엔 곡 제목에 끌렸던 것이 사실이다. 조그만 징검다리를 잇듯 '작은 일상'을 이어 나가는 건 누구나의 하루하루이자 은근한 관심사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이 곡의 길이가 10분이 넘는단 점에 또 한번 좋아졌다. 연주에 넉넉히 빠질 수 있는 시간이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들의 연주를 실제로 듣고 싶다. 올해 줄을 긋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공연장 더 자주 찾기'를 추가해야겠다.

🌻 Radiohead - Let Down

다시 칼바람이 불던 지난 일요일 저녁, 떠나는 주말을 붙잡으려 집 근처 독립영화관을 찾았다. 짐짓 쌍팔년도 제목으로 보이는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원제: Fallen Leaves)>를 감상했다. 핀란드 감독이 만든 사랑 영화라기에 적당히 이국적인 풍경과 색감, 몽글몽글한 감정을 기대했는데 웬걸, 러닝타임 내내 생기를 싹 앗아간 '버석한 절제'를 잔뜩 느꼈다. 그건 낯설고 밍밍하면서도 곱씹을수록 감상이 배어나는.. 마치 로맨스 영화계 평양냉면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다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이 노래가 그 묘한 영화를 참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Let Down>은 1997년 발매한 라디오헤드의 그 유명한 앨범 [OK Computer]에 실렸다. 전반적으로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수록곡 중에서도 그나마 희망적인 노래인데, 절망적이기 짝이 없는 가사와 어딘지 평안이 느껴지는 멜로디의 조화가 맘에 든다. 돌아오는 주말, 볼 만한 영화를 고민하고 있다면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고려해보시길!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함께할 곡까지 든든하게 준비되었으니 말이다.

🌻 이찬혁 - A DAY

이찬혁의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타이틀 <파노라마>에 가려 알아보지 못한 곡들이 많았다고 이제서야 느낀다.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관을 노래의 형태로 만났다고 느낄 만큼 <A DAY>의 가사에 감응했다. '우린 짧은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네 노을 불씨 목숨처럼, 그 모든 건 참 아쉽네'

유한함은 언제나 나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봄날에 장미보다 벚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만인이 청춘을 칭송하는 이유도 그건 모두 찰나이기 때문 아닐까. 서로의 우연이 맞아떨어져 양방향적인 감정을 주고받는 순간이란 매번 기적에 가깝다고 느낀다. 영원이 없기에 유한한 이 순간이 늘 아쉽고 아름답다.

당신의 생각이 멋지다는 말, 믿는다는 말, 터져 나오는 웃음과 눈물 그 모든 게 고여있지 않도록 바라건대 더 솔직하게 꺼내놓고 싶다. 우리는 결코 서로의 통조림 캔 내부를 투시할 수 없다. 서랍을 열어 표현하고 더 드러내야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해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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