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것인가? 건물 앞이나 광장에 세워진 공공조형물? 아니면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유휴공간을 활용한 건축작업이나 벽화사업? 공공장소에 기능성을 더하거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디자인? 지역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 아트, 사회문제에 관한 목소리를 담은 액티비스트 예술?
물론 이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온다면 당신은 이미 공공예술에 관한 지식과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아직 뭔가 부족하다. 왜냐하면 공공‘미술’에서 공공‘예술’로 용어 자체가 이동하고 있고, ‘공공’과 ‘예술’이라는 단어 모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시대 예술이 참여적 형식과 사회적인 이슈에 반응하는 주제를 적극 수용하는 만큼 이러한 ‘공공’적 성격을 지닌 예술의 확장성을 염두해야만 한다. 따라서 본 아티클에서는 공공예술을 정의할 수 있는 몇가지 기준과 생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공예술에서 닫힌 정의란 존재하지 않으며, 관점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범주화하고 이해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도시 안과 바깥의 공간들
공공예술을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주목해야할 곳이 바로 도시의 공간들이다. 공공성을 지닌 장소들, 소위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예술형태를 우리는 쉽게 공공예술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실제로 공공예술의 역사를 따라가면 공공예술을 정의하는 관점이 공공장소와의 관계에 따라 나눠짐을 알 수 있다.
공공장소에 위치하기만 해도 공공예술(공공장소 속의 예술, Art in public space)로 인정되던 시기를 지나 주변의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여 제작되는 예술(공공장소로서의 예술, Art as public space)로 진화되었고, 이후 지역사회와의 관계성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한 공공예술의 경향( 공공의 관심 속의 예술, Art in the public interest)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공공장소와 예술의 관계를 논의하는 것 이외에도 중요한 것은 바로 도시의 공간들이 가지는 다른 성격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도시 공간은 안과 바깥으로 구분된다. 안의 공간이란 제도와 체제를 수용하고 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기능하는 곳을 말한다. 반면 바깥의 공간이란 일정한 체제나 의도가 부재하는 곳이다. 전자의 공간에서 예술은 ‘1%법’을 지키며 주민들의 기분을 환기시켜줄 아파트 단지 내 공공조형물이나 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책 읽는 소녀상 등이 있다. 후자의 공간에서 예술은 일시적 점거의 형태를 지니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들을 발생시킨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말한 것처럼 자본의 재생산과 이윤의 장소로 경제화되고 기능화된 도시에서 공간은 추상화되고 도구화되었다. 배치가 끝난 공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란 행정기관과 기업의 통제와 제약 안에서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예술 역시 체제에 순응하고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되곤 한다. 그러나 도시의 ‘틈’이라고 부르는 물리적이면서 의미적으로 도시 ‘바깥’의, 즉 체제 바깥의 공간은 다르다. 옥상, 골목, 고가 하부 등은 특정 기능에서 배제된 체제 바깥의 공간, 자본가인 이용자들의 통제와 이윤의 장소로 기능하는 공간 밖의 공간이기에 잠재성을 가진 공간이다.
이 곳에서 예술가들은 나름의 예술 형식과 매체로 견고한 체제와 경제논리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변화하는 지역사회와 그들의 삶을 기록하며, 시민/주민들과의 만남과 비상업적 상호작용을 통한 체험의 ‘순간들’을 제시한다.1) 건축비평가 보든(Iain Borden)이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을 비지배적 공간 전유로 비유했듯, 예술을 통해 “이윤지향적 이용의 논리, 동질화의 목표, 도시 공간의 통제”라는 맥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적 경험을 제시한다.2) 우리는 옥인콜렉티브나 동대문옥상낙원DRP, 뱅크시의 그래피티 사례에서 이러한 경험의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도시의 분류에 따른 (공공)예술의 분류
벨기에의 문화사회학자 파스칼 길렌(Pascal Gielen)은 Performing the Common City라는 글에서 도시를 네가지로 분류하였다.3) ‘기념비적인 도시’, ‘상황적 도시’, ‘창조도시’, 그리고 ‘공유도시’, 이렇게 구분하는 기준은 전략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가르는 세로축과 현상이 이뤄지는 방식의 특성을 가르는 가로축에 의해서이다.4)
세로축의 ‘strategy’와 ‘tatic’은 모두 전략 혹은 전술로 번역되지만 의미는 다르다. ‘strategy’는 정부나 회사에서 권력을 통해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는 반면, ‘tactic’은 이미 만들어진 도시계획이 시민 나름의 의지(will)에 의해 전용되는 것을 일컫는다.5) 앞서서 논한 도시의 안과 밖의 개념과 연결될 수도 있다. 한편 가로축의 ‘place’는 하나의 국가나 차이나타운과 같이 개성과 안전성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구분된 영역을, ‘space’는 일시적이고 변화하는 운동과 움직임을 뜻한다. 개인이나 국가에 의해 명시적인 단위로 전개되는지, 반대로 일종의 사회적 흐름으로서 진행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기념비적인 도시에서는 프로파간다를 설파할 매개로서 영웅들의 동상과 같은공공조형물이 만들어질 것이다. 창조도시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정책적으로 개발되고 잘 디자인된 도시를 일컫는다. 장소나 지역이 랜드마크 혹은 관광지화되는 공공예술 작업(주로 거대 조형물)이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그 사례일 것이다. 상황주의적 도시에서는 예술가 개인의 자율성에 기반하여 도시를 전유하는 그래피티 작업이 그 사례이다. 반면 공유도시는 일시적인 행위들이 모여서 장소의 쓰임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도시로서 공유지 운동이 좋은 예가 된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방식에 따라 나눠질 수 있는 예술의 범주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공공예술의 정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자.
이경미 / 독립기획자, PUBLIC PUBLIC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mia.oneredbag@gmail.com
1) 만아츠 만액츠 「도래할 공간: 예술활동을 통한 유휴 공간의 예술적 활용」, 2018, p.20-21.
2) 우베 레비츠키 지음(난나 최현주 역), 『모두를 위한 예술?:공공미술, 참여와 개입 그리고 새로운 도시성 사이에서 흔들리다』, 두성북스, p.103
3) 파스칼 길렌, Performing the Common City, 『Interrupting the City: Artistic Constitutions of the Public Sphere』, Valiz, 2015
4) 이 분류법은 프랑스 철학자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의 텍스트 The Practice of Everyday Life(1980)에서 인용된 것임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5) 파스칼 길렌에 따르면, 전자는 오스만이 그리드 형태로 파리 도시를 철저히 구분하여 계획한 것, 후자는 도시여행자에 의해 (정부나 여행업자가 소개하는 전형적인 관광지에서 벗어나) 새롭게 발굴되는 도시의 모습이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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