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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것들의 책』 존 코널리
모든 어른들의 마음속에는 그의 과거인 어린아이가 살고 있고 모든 어린아이의 마음속에는 그의 미래인 어른이 살고 있기에.
이야기는 누군가가 읽어줄 때 살아나는 것이었다. 큰 소리로 이야기를 읽는 사람의 목소리가 없다면, 담요를 뒤집어쓰고 램프 불빛 아래서 이야기를 쫓는 커다란 두 눈동자가 없다면, 이야기는 결코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다.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누군가 읽어주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꿈틀거리며 살아난다. 이야기는 그렇게 읽는 사람의 상상력에 뿌리를 내리고 마음을 움직인다.
충동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칼은 항상 뭔가를 찌르고 싶어한단다. 피를 보고 싶어하지. 그게 칼의 존재 이유니까. 네가 칼을 다스리지 못하면 칼이 널 다스릴 거야.
그렇다면 결정을 내려야 하겠구나. 하지만 잘 기억해라.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세상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는 법이지. 거래를 하기 전에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아는 편이 좋을 거다.
넌 네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내게 보여주었어. 이제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에게 증명할 차례인 것 같구나. 그렇지 않으면 너와 나 모두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일 뿐일 테니까. 자, 이제 다시 길을 떠나자.
내 말 잘 들어라, 꼬마야. 네가 그렇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마. 그곳은 고통과 슬픔의 세계야. 네가 이곳에 와 있는 동안 도시가 폭격을 당했어.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폭격기에서 떨어진 폭탄에 갈기갈기 찢기고 산 채로 불에 타버렸고 사람들이 거리로 끌려나와 총살을 당했단다. 네가 살던 그 세계도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 있단 말이다. 더 기가 막힌 게 뭔지 아니? 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지금보다 나을 게 없었단 거야. 전쟁은 사람들에게 본능에 충실할 수 있는 구실을 주었을 뿐이야. 사람을 죽여도 비난을 당하지 않으니까. 전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거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도 인간들은 늘 싸우고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배신을 할 거야.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누군가 말해주기를 기다린다고. 모든 책들이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인생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다 책 속에 들어 있다고.
고전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요술쟁이는 세상의 풍파를 속임수로 헤쳐 나가려 하는 때로는 익살맞고 때로는 사악한 캐릭터이다. 그들이 일으키는 말썽에도 불구하고 요술쟁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와 그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한계를 직시하게 해준다. 그들은 파괴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세상의 질서를 재편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인간의 상상력을 대변한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인간이 시련을 대면하고 극복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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