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2022.12.29 | 조회 6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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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윤혜정

‘다른 생각’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짜릿한 일입니다. 요즘을 살면서 무언가를 마음껏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지 저는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예술은 복원이다. 그 아이디어는 사람들의 삶에 가해진 손상을 복구하고, 공포와 불안으로 조각난 것을 어떤 전체로 만드는 것이다.” 2010년에 작고해 만나지 못한 탓에 이 책에는 빠져 있지만, 제1의 나의 예술가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책 중 최고의 책을 꼽을 수 있을까요?) 나의 답은 언제나 ‘내가 내일 작업할 책’입니다. 과거의 프로젝트와 기존에 쌓은 모든 경험이 그 다음 작품에 고스란히 담길 거니까요. 나는 미래를 위해 오늘이나 어제 했던 걸 반복하지 않습니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인생처럼 예술에도 정답이 없어요. 그렇지만 나름의 입장에서 최선의 경지라 여기는 삶과 작품의 방식이 있지요. 흥미로운 질문에 관심을 두며, 예술이건 삶이건 열심히 성찰하고 답하고자 노력해 왔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고요. (…) 내가 추구하는 건 명성이 아니라 진실되고 정직한 가치입니다.

김수자

나의 디자인을 한마디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나는 ‘와비사비(wabi-sabi)’라고 답합니다. 두 개의 단어가 모여서 평온함, 간결함, 균형을 의미하는 동시에 왠지 생동감이 느껴져서 특히 좋아하거든요. 또 누군가가 어떻게 디자인을 공부해야 하냐고 물을 때마다 옛날 철학자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라고 충고해요. 이를테면 바로 괴테가 독일의 건축가나 예술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그런 존재일 거예요. 괴테는 “너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묻곤 했는데, 나도 늘 이 질문을 되뇌곤 해요.

디터 람스

내가 원하는 건 관객들이 그냥 작품을 바라보는 겁니다. 나는 늘 당신이 굳이 예술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거죠. 사람들이 그냥 음악을 듣듯이, 마주할 때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내 바람입니다. 작업하는 내게도 예술작품이라는 결과는 빙산의 꼭대기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나 자신이 갖고 있는 끊임없는 독백이나 다름없어요.

우고 론디노네

내가 아는 한 더 나은 삶(Better Life)이라 불릴 수 있는 특정한 상태는 없어요. ‘더 나은 삶’이라는 건 보다 나은, 보다 정확한, 보다 만족스러운 존재가 되기 위한 탐구가 세상 모든 종(種)을 진화의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 즉 지구상에 있는 동안 보다 밝고 보다 공정하며 보다 많은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희망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매일 이런 상황이 개선되리라는 희망, 전쟁과 탐욕, 무례에 대한 그릇된 추종이 언젠가는 자정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잠자리에서 들고 아침에 눈을 뜹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우리 스스로를 통해 보다 나아지리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더 넓고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결국 그것 말고는 대안이 없지 않을까요?

틸다 스윈턴

예술 창작은 매 순간이 그 예술 매체의 역사 전체와의 대결입니다. 이를테면 카메라가 여기에 놓여야 맞는데, 어떤 감독이라도 그렇게 할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한순간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 걸 만들되 그저 다르기 위해서 달라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게 늘 고민이에요.

박찬욱

저는 ‘주사위를 던지다’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각 면에 뭐가 있는지를 알아낸 후에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그냥 주사위를 던지면 되죠.

에드 루샤

당신에게 내가 전 세대를 산 다른 세대로 느껴지는 건 아마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나 역시 당신이 보고 느끼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

외롭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나는 늘 혼자예요. 게다가 난 혼자인 게 좋습니다. 물론 때로는 혼자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번번이 혼자인 것이 좋은 상태로 돌아가곤 합니다. 외로움은 내 경험의 일부가 아니에요. 사람들을 그리워하진 않거든요. 내게 더 알맞는 단어는 아마 ‘홀로 있는, 고독한(solitary)’인 것 같아요. ‘외로움’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라면, ‘홀로 있는’은 그냥 혼자 있는 행위에 관한 거죠.

로니 혼

현대인들이 적극적으로 인테리어에 개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문제는, 거기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공간에 대한 종합적 시각을 삶과 연계할 기회도 박탈당했다는 거예요. 물건을 소유할 자유는 생겼지만, 자기 인생의 자율권을 획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거죠. 내가 계속 공간을 작업하는 이유는 삶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색깔도, 재료도, 형태도 아니에요. 편안함은 변화와 진화, 가정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위한 잠재력이 되어야 해요. 이것이 내가 말하는 라이프 시나리오예요.

마탈리 크라세

얼마 전 출장 때 별명을 얻었어요. ‘동방불패.’ (웃음) 검객의 도가 높아지면 성을 잃게 되고, 그 혼란과 슬픔을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이 무협지에도 나오잖아요. 제가 그런 본질적인 고통 같은 것에 하도 천착하고 주목하니, 일행들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별명을 붙여준 거예요. 그런데 어쩔 수 없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칼잡이로 살자 싶어요. 저는 그때그때 인간적인 평가를 스스로에게 내리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이렇게 살지를 못해요. 왜, 그런 작가들 많잖아요. 대하기는 어렵지만, 막상 만나면 다정한. 그렇게 만났을 때 다정할 수 있는 이유는 평소 그만한 방패를 치고 살았기 때문이에요. 아마 그 방패가 없었으면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양혜규

눈을 크게 뜨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시대를 바라볼 때, 바로 그 순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무슨 일을 하든, 당신이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이 곧 가장 동시대적인 일일 겁니다. 어떤 풍경화가도 여름에 눈 내린 풍경을 그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장-필립 델롬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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