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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철학자 딘 리클스는 외부의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고 끄떡없이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을 '심리 방탄'이라고 부른다. 방탄 갑옷은 취약한 마음을 보호하지만, 지나치면 우리를 외롭고 공허하며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상처를 줄 수 없는 너만 있는 세상에서, 상처받을 이유 없이 사는 사람은 실제론 타자를 얕잡아보는 자이다. 상처를 허락하지 않는 사랑도 없고,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도 없다. 방탄 자아는 사실상 어떤 관계도 불가능하게 한다.
상처의 수용성은 인간 성숙의 증표다. 좋은 삶은 상처의 긍정에서 시작한다. 류시화 시인이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고 읊고, 공지영 작가가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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