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미래

일본이 AI 시대에 소설을 선택한 이유

감수성과 공감, AI가 줄 수 없는 것들

2026.06.02 | 조회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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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항해는 AI 시대에 아이의 몸과 감각을 키우고 싶은 양육자를 위한 뉴스레터예요. AI가 똑똑해질수록, 아이에게 더 필요한 것이 있어요. — Physicality over Pixels

 


🌊 오늘의 파도

일본이 4년 만에 방향을 바꿨어요

 

2022년, 일본은 고교 국어 교육을 개편하면서 논리적 글쓰기·비평과 문학을 별도 과목으로 나눴어요. 논리적 사고를 키우겠다는 취지였어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어요. 결과적으로 이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문학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2026년 5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4년 만에 방향을 바꿨어요. 소설·고전을 중점적으로 배우는 "언어문화Ⅱ"와 논설·비평 독해 및 토론을 익히는 "현대 국어Ⅱ"를 새로 신설하고, 전문 과목 4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어요. 2032년부터 순차 시행 예정이에요.

이유가 분명했어요. AI와 SNS가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타인과 소통하는 힘과 인간 고유의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는 판단이에요. AI가 잘 못하는 건 감수성과 관계예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 전환이에요.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에서 끝나지 않아요. 감수성과 소통 능력의 토대는 훨씬 더 일찍 만들어져요.

 


🧭 항해자의 나침반

소설이 만드는 것, AI가 못 만드는 것

 

1️⃣ 매리언 울프 — 깊이 읽기가 만드는 뇌

UCLA의 인지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읽기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했어요. 그녀가 발견한 건 충격적이에요. 화면에서 빠르게 스캔하는 방식으로 읽는 것과 책을 깊이 읽는 것은 뇌에서 완전히 다른 회로를 사용해요.

깊이 읽기(deep reading)가 활성화하는 것들이 있어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 텍스트의 맥락을 읽어내는 비판적 사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는 자아 성찰. 이것들은 빠른 스캔 읽기로는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에요.

 

2️⃣ 키스 오틀리 — 소설은 사회적 시뮬레이션이에요

토론토대 심리학자 키스 오틀리는 소설 읽기를 "사회적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러요.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실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삶과 감정을 간접 경험해요. 이 과정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실제로 높인다는 걸 연구들이 보여줘요.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AI와 소통하는 시대일수록 이 능력이 더 중요해져요. AI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 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인간이고, 그 판단의 질은 맥락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와요.

 

3️⃣ MIT 연구 — AI가 생각을 대신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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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랩이 2025년 발표한 연구는 불편한 사실을 보여줘요. AI를 사용해 글을 쓴 그룹의 뇌 신경 연결성이 혼자 쓴 그룹보다 최대 55% 낮았어요. 더 충격적인 건 AI 사용을 중단하고 혼자 쓰도록 바꿔도 뇌 활동이 억제된 상태가 유지됐다는 거예요.

이 연구가 말하는 건 한 가지예요.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은 나중에 시작해도 따라잡기 어렵다는 거예요. 읽고, 느끼고, 해석하는 경험이 어릴 때부터 쌓여야 해요.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마음을 상상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연결하는 과정이 바로 그 훈련이에요. AI가 요약본을 주고 정답을 알려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이야기를 따라가며 의미를 만드는 경험이 더 희귀하고 더 중요해져요.

 


🏃 몸의 언어

뿌리는 어릴 때 만들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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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관련 데이터가 있어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2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서교육의 효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약해졌어요. 학교도서관 교육이 책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초등학생 84.8%, 중학생 76.9%, 고등학생 66.4% 순이에요.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가 크다는 거예요.

그런데 읽기 능력보다 더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게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경험이에요. 글자를 모르는 아이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을 경험하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말을 상상해요. 이 경험들이 쌓여서 매리언 울프가 말하는 깊이 읽기의 토대가 만들어져요.

 

숏폼 콘텐츠가 일상이 된 환경에서 이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15초짜리 영상은 감정을 자극하지만 상상하고 연결하는 시간을 주지 않아요.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며 감정을 쌓는 경험과는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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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나침반

 

✅ 감정 이름을 세 개 물어보세요

만 4~5세 이후

책을 다 읽고 나서 "재밌었어?"나 "슬펐어?" 하고 묻는 건 대화를 닫아요. 그 질문엔 "응" 또는 "아니"밖에 답이 없거든요. 대신 이렇게 해보세요. 주인공을 하나 골라서 "이 아이가 이 장면에서 느꼈던 감정을 세 가지 말해볼 수 있어?"라고 물어보세요. 슬픔·기쁨 말고 억울함, 질투, 혼란, 안도 같은 단어들이 나올수록 좋아요. 감정 어휘가 풍부한 아이일수록 타인의 감정을 더 정확하게 읽는다는 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확인하는 사실이에요.

 

✅ 악당 입장에서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해보세요

만 6~7세 이후

오틀리의 연구에서 공감 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관점 바꾸기였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물어보세요. "이번엔 늑대(또는 마녀, 계모)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해줄래?" 처음엔 당황하다가, "그 입장에선 사실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가 나오는 순간, 그게 공감이에요. 5분이면 충분해요. 타인의 관점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자리잡는 이 시기부터 효과가 가장 뚜렷해요.

 

✅ 결말 3페이지 전에 책을 덮으세요

만 4세 이후

반직관적이지만, 끝까지 다 읽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은 내일 읽자." 아이는 잠들면서 그다음을 상상해요. 이야기를 능동적으로 계속 처리하는 상태예요. 다음 날 실제 결말을 읽기 전에 "어떻게 됐을 것 같아?"를 먼저 물어보세요. 아이가 만든 결말과 작가의 결말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두 번 경험하게 돼요.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만 4세 이후면 충분해요.

 

✅ 역할을 바꿔서, 아이가 부모에게 읽어주게 해보세요

만 4~5세 이후 (글자 몰라도 그림책으로 가능)

소리 내어 읽는 사람이 이야기를 더 깊이 처리해요. 어떤 단어를 강조할지, 어디서 멈출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이 해석이 되거든요. 아이에게 "이번엔 네가 나한테 읽어줘"라고 해보세요. 아이가 읽어주는 동안 부모는 잘 모르는 척 반응해 주세요. "어, 왜 그랬대?" 이 한마디가 아이를 설명자의 위치로 올려놓아요.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더 깊이 처리하게 돼요.

 

✅ 책 속 인물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만 7세 이후 (그 전엔 말로 대신)

감상을 말로 하는 것보다 편지 형태로 쓰는 것이 공감 처리를 다르게 해요.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 써봐"가 아니라 "네가 그 아이 친구라면 뭐라고 말해줄 것 같아?"로 물어보세요. 아직 쓰기가 어렵다면 "편지 내용을 말로 해줘, 내가 받아써줄게"도 괜찮아요. 단방향으로 이야기를 받는 것에서 대화로 전환되는 순간, 소설이 현실의 연습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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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평선의 달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 다시, 책으로 — 매리언 울프 (어크로스, 2019)

깊이 읽기가 만드는 뇌와 스캔 읽기의 차이를 뇌과학으로 설명해요. AI 시대에 왜 독서가 더 중요해지는지 근거 있게 이해할 수 있어요.

📘 언어 본능 — 스티븐 핑커 (동녘사이언스)

언어와 이야기가 인간 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해요. 아이에게 이야기가 왜 그토록 강력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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