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철_one more light

초록이 주는 힘

2024.06.22 | 조회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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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신봉철(1981~) one more light
                                                                                      신봉철(1981~) one more light

초록이 주는 힘

April is the worst month of the year. 

1년 중 4월은 내가 참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바쁜 달이다.

4월에 집안 행사가 많기 때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쌍둥이 녀석의 생일과

시어머님의 생신, 친정엄마의 생신(이 두 분은 생일이 하루 차이가 난다.)

시조카의 생일까지 4월에 생일이 주우욱~~ 몰아있다.

아마 결혼한 여성이라면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의 무게를 실감하실 것이다.)

 

어쨌든 올해는 아들들의 생일과 어머님의 생신이 양력과 음력으로 딱 맞춰졌다.

수원에서는 아들의 생일을,

부안 참뽕로 에서는 어머님의 생신을 준비했다.

아들이 없는 빈자리를 분명 느끼실 어머님께

아빠 없는 빈자리를 느낄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어떤 것으로도 그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없지만

나는 아빠의 몫으로, 아들의 몫으로 두 배로 축하해주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들의 생일을 충분히 축하해주지 못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또 미안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엄마의 칠순이었다.

그냥 넘어가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과 남동생과 함께 남원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남편의 차를 타고 남원으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이 힘들지 않겠냐며 남편을 대신해 남동생이 운전해준다.

운전하는 남동생의 옆태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남편이랑 차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했다.

커피 한잔과 라디오만 있으면 나는 그와 어디든 갔다.

옆좌석에 앉아 그를 올려다보면 웃음이 절로 났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좋았다. (아마 내가 그를 더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늘 운전하며 한 손은 운전대에, 나머지 한 손은 나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가 잡아 주던 나의 손의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엄마의 생일을 축하하러 시골로 내려가는 이 시기에는

휑한 들판에 이제 막 파릇파릇하게 자라나는 풀들을 볼 수 있다.

안녕, 어서 와, 그동안 잘 있었니?

올해 이만큼 자랐어. 나 애썼지?, 그걸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도 올해 늦지 않았구나.

너에게 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네가 늦지 않게 와줘서 고마워.

이제 나의 사계절을 네 눈에 담아주렴.

나의 시작과 끝을 네가 함께 해주면 좋겠어.

너의 눈에 나를 담아준다면

나는 너와 함께 있다고 생각할게.

슬퍼하지 않을게.

나를 너에 눈에 한 아름 담아 주렴

 

초록이 나에게 말을 건다.

힘을 내라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이 있겠지만,

그 너머에는 분명 기쁜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속삭인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큰 사랑의 열매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그 초록의 힘을 알기에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러운 그 열매를 마주할 날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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