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펠릭스 발로통/우리집_김경'애

펠릭스 발로통,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 우리 집

2024.03.04 | 조회 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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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의 노을 / 1918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의 노을 / 1918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저수지 풍경

내가 좋아하는 핑크, 보라, 민트! 보랏빛, 주홍빛 하늘에 걸려있는 해와 민트 색 호수 앞의 나무. 우리 집 앞에 덕우저수지 풍경 같다. 이런 화려한 색감은 아닐지만 창밖으로 우리집의 자랑거리인 덕우저수지 뷰가 펼쳐진다. 거실에서, 나의 책상을 겸한 식탁에서..

날이 맑은 날엔 저수지 수면에 햇빛이 반사되어 은빛 반짝임이 일렁인다. 흐린 날엔 잔뜩 심술난 구름이 서봉산자락에 무겁게 내려앉아있다. 눈이 오면 또 어떤가? 서봉산 나무의 가지마다 쌓인 눈이 강원도 스키장 주변 풍경을 못지않다.

가을엔 나무들이 잎의 옷들을 벗어던지는 모습이 보이고, 봄이면 해병대사령부까지의 길가에 벚꽃들이 흐드러 진다. 벚꽃은 피었나 하면 어느새 져서 아직 그 유명한 진해군항제는 가보지 못했지만, 덕우저수지 둘레에 만개한 벚꽃을 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그 대신 벚꽃에 비쳐드는 햇빛을 한가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밤에는 삼천병마로를 타고 퇴근하는 차량들의 행렬로 차량의 불빛들이 반짝인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퇴근한 남편과 하교한 아이들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먼저 들어와 저녁을 준비 해 놓는다. 물론 우리 남편과 아들은 내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내 음식을 좋아해주는 우리 딸이 살이 너무 쪄 걱정이 되고 보니, 안 좋아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일은 장단이 있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가 보다.

 

 실내 풍경 

집안은 고층이어서 해가 잘 들고, 위에 한 층을 두고 있고 양옆에 또 다른 가구들이 우리 집을 감싸주어 따뜻하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바깥의 바람이 찰 때, 집 안의 따뜻함에 감사하다.

벽에는 우리의 풋풋한 30십대 시절, 무려 18년 전 결혼사진이 큼직하니 걸려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모습이 곳곳에 붙여져 있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신생아실에 강포에 싸여 누워있는 아이, 처음 학교 가는 길, 북한이 내려다보이는 고성 통일전망대, 삼척의 레일바이크 위, 2002년 월드컵에서 페이스 페인팅하고 응원하던 모습까지.

식탁 옆 고마운 에스프레소 전자동머신은 매일 밤낮으로 나를 위해 향긋한 커피를 내려준다. 오늘도 벌써 4잔째. 나는 책상이 따로 없다. 식탁이 밥상이고 책상이다. 육체의 양식도 먹고 영혼의 양식도 먹고.. 그래서 식탁 옆에 책장을 두어 나의 책들을 꽂아둔다.

책장엔 내가 읽었던 책과 읽을 책이 총총히 꽂혀있다. 다음 독서모임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 그러나 아직 첫 장도 안 펼쳤다. 나는 뭐든 닥쳐야 집중력이 발휘된다, 그래서 내일의 나에게 맡겨둔다.

또한 식탁은 응접테이블도 된다. 우리 집 근처엔 해병대사령부가 있어 개발이 제한되어 있다. 상가나 마트, 영업점들이 없다. 그래서 우리아파트 사람들은 집에서 손님을 자주 맞곤 한다. 그런 카페 역할을 식탁이 담당해준다. 참 고마운 존재다.

거실엔 여느 집안처럼 텔레비전과 소파가 자리 해 있다. 텔레비전 양옆에 남편의 책상과 남편의 오락기가 있다. 반대편 소파와 그 양옆엔 남편의 행거와 나의 가방선반이 있다. 거실 바닥엔 센스맘 매트리스가 깔려있어 언제라도 누울 수 있다.

안방으로 가면 나는 방바닥생활을 한다. 한국인은 온돌이지! 따뜻한 온수매트위에 직립보행하느라 긴장됐던 척추를 뉘일 때의 편안함이란... 내 옆의 벙커침대엔 위아래로 사랑하는 내 아이들의 잠자리다.

건넌방은 아이들의 공부방이다. 큰 회의용 테이블에 양쪽 벽면으로 책장이 둘러쳐저 있고 붙박이장과 베란다에는 아이들 옷을 보관 중이다. 주로 울 아들이 독차지하고 있어 곧 아들 방으로 꾸며 줄 계획을 하고 있다.

비록 주변 인프라는 미흡하지만,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 같은 덕우저수지 뷰를 안겨주고 우리 다섯 가족을 품어주는 우리 집이 좋다.

 

*글쓴이 - 김경애

아이와 열심히 성장하는 주부로 집 밖의 일을 탐색하고 있다. 그림 감상과 글쓰기 전시 나들이로 깨어나는 중이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 전시 나들이 함께 하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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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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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bm39

    0
    2 months 전

    풍경으로 세월이 흘러가네요. 경애샘의 마음 풍경이 느껴집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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