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이은새, <눈 비비는 사람> 미술감상 에세이

2024.08.05 | 조회 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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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이은새, 눈 비비는 사람 
이은새, 눈 비비는 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거침없는 붓질과 날이 선 선들 사이로 작가의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이 여과없이 묻어난다. 빨갛게 충혈된 눈과 코, 입이 불만과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듯하다. 젊은 작가는 자신에 대한 불안정한 감정과 세상을 향한 피로감을 마음껏 표현하면서 성장통을 겪어나가는 중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2010년 말 출간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난도 교수의 이 책이 불현 듯 생각이 났다. 다독이면서 격려하는 필체가 20대를 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비난과 동시에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많은 이들을 울리기도 했다.

2003년 내가 대학교 4학년 때 4월로 기억한다. 교수님이 강의장에 들어오시더니 모 대학 도서관에 갔더니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공부하고 책을 보는 학생들로 넘친다고 하셨다. 빈자리에 대해 나무라시고, 늦게 오는 학생들을 혼내시는 유일한 교수님이셨다. 대학생 때 어떤 교수가 학생들을 향해 꾸짖으시고, 잔소리를 하겠냐만은 애정이 없으면 하지도 않을, 안타까움조차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감사하게 들었다. 지금은 자기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잠이 오지 않아야 하고, 앞으로의 나를 위해 잠을 자서도 안된다는 말을 했다. 자유 의지에 의해 대학생활을 하니 그런 자극이 나에게 희망 같은 한마디였다. 자기 안에 불덩이가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그 당시 내 마음 속 불덩이가 지펴지고 뜨거워졌었다. 세상을 향한 불만도, 불안도, 불신도 모두 20-30대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아이를 낳고 40을 찍으니 불만도 불안도, 불신도 사그라 들더라. 더 많이 고민할 수 있고, 미래가 안보여 울고 싶고, 세상을 향해 비뚤어진 불만을 품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때 실컷 쏟아낼 수 있는 것이랴.

 

아프니까 사랑이다.

내 친구의 남편은 동기부여 강사다. 청소년들과 기업 내 사원들을 향해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일을 한다. 이 남편은 육아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내 친구에게 긍정적인 말과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며 자신에게 훈계를 했다고 했다. 너무 열 받아서 밥숫가락을 식탁 앞에 탁! 하고 치고 처음으로 반항 아닌 반항을 했다고 했다. “많이 참았네! 나라면 진작에 입 닫으라고 했을 거야!” 겉은 번지르르한 말이다. 꼭 긍정적인 말을 해야 하나? 안하고 싶을 때도 있는 거지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야 건강한 거지! 그건 모두 가식이고 포장이라고 생각했다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야 정상인거다.

40에 진입하면서 10년 이상을 먼저 가고 있는 주변의 인생 선배 언니들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40부터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삶에 없던 권태가 찾아온다고 했다. 50을 찍으면 갱년기가 와서 그것과는 다른 감정 변화와 몸의 변화를 겪는다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놀랍게도 비슷한 증상이 왔다. 두 아이를 맡기고도 나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니 집에 들어가기 싫어지고 안절 부절하는 마음도 100%50%로 줄면서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그러면서 외로움도 함께 찾아왔다. 알 수 없는 외로움이다. 부부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육아가 미치도록 힘들어서 오는 감정도 아니다. 아주 묘하고 뒤숭숭한 사춘기(40대의 봄) 같은 진하디 진한 감정이다. 그 또한 시간이 지나니 지나가긴 했다. 이런 감정이 올 때 누군가가 조언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딱히 그런 멘토를 찾기도 어려웠었다. 육아로 십년동안 나를 버린 채 헝클어진 머리로 뛰어다녔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이들은 13번 입원을 했고, 절반 미친 여자가 되어 병원에서 울면서 보낸 세월이 30대다. 잠시 돌아서면 아이들에게 찢어지고 부러지고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응급실에는 단골고객같은 가족이였다. 누구는 애를 발가락을 키웠다는데 당췌 나의 발가락은 쓸모가 없다. 온몸이 움직여야 했다. 그때마다 힘들다고 발버둥쳤다. 매여있는 것은 나답지 못한 삶이라고 아파했다.

이제는 수습하는 방법을 남들보다 더 배웠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건사고는 소소해졌다.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는 안보였던 것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매일 매일 치열하게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못 느꼈던 것들이 보인다. 가족을 사랑해서 아파했다. 나를 사랑해서 슬퍼하고 아파했다.

이렇게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지나온 삶의 폭풍우 속을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작가 김경진

문화예술컨텐츠 제작소 

문화와 예술의 힘을 알고 있다. 육아우울증을 문화예술로 극복했다. 

그림보러다니는 것을 즐긴다. 

과학관, 미술관, 박물관에서 온종일 노는것이 행복한 기획자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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