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현작가_이지연

박숙현작가_너의 때가 온다_이지연

2024.07.26 | 조회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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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너의 때가 온다.

그는 무슨 운동을 하던지 참 잘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 운동 신경이 없는 나와는 달리 적응도 빠르고, 운동에 대한 붙임성도 남달랐다5살에 시작한 검도에서는 남들은 검도 들기도 무거울 그 나이에 그는 검을 휘두르며 품새도 곧잘 따라 했다. 대회에 나가서도 상을 타오기도 했다(아마 참가자 중 제일 어렸고 그의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심사 위원들이 많은 점수를 준 것 같았다.)

6살에 시작한 축구에서도, 함께 모여 팀을 꾸려간 곳에서도, 선수를 해 볼 생각이 없냐며 코치들이 눈독을 들였다. 어린 시절 슛돌이에 나온 지금의 이강인 선수처럼 공에 울고 웃고 하던 그런 아이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공을 가지고 밖에 나가 그의 에너지를 다 채워 오던 그런 친구였다. 그렇게 4년을 더운 여름 땡볕에서, 손이 꽁꽁 어는 추운 겨울에도 공 하나를 골에 넣어보리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열정을 불살랐다.

코로나라는 상황이 모든 바깥 활동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계속 이어갔지만, 집에 아픈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빠와 아들은 아빠가 좋아하던 야구를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둘은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경기 규칙을 종이에 쓰고 그려가며 야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아빠는 아들과 야구라는 연결 고리로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다. 아들과 언젠 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으로 그 시간을 채워갔다아빠의 입김이었을까, 아빠가 좋아하던 야구로 아들의 관심이 이동하는 듯 했다우리의 사정을 잘 알던 코치의 배려로 아들은 야구를 배우게 되었다. 왼손잡이 투수, 그것 하나 만으로 그에게 큰 장점이 되었다왼손잡이, 힘 좋은 타격, 빠른 스피드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야구였지만 주말에는 많은 시간 야구를 하면서 아들은 어릴 적 아빠가 원하던 야구 선수의 모습으로 아빠의 앞에 서게 되었다.

아빠가 떠나고 책을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참새처럼 조잘거리던 아이가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다어깨 너머로 살펴보니 운동에 관한 책이다. 마이클 조던, 농구, 농구 규칙, 키 크는 방법과 관련된 책이다 .아빠도 없는데 야구는 해서 무엇하리오,’ 이게 아들이 야구를 끝내고 싶다며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렇게 아들의 관심은 농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아들은 농구를 계속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농구 수업을 들으며 농구 선수가 되기 위해 책도 보고, 영상도 보면서 연습 해나가고 있다.작년 겨울 경기도 안양시에 유명한 농구 중학교가 있다고 검색을 하더니 학교 방과 후 선생님께 부탁해 농구 오디션을 보고 오기도 했다. (전학 가서 훈련할 계획을 혼자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도 공부하다가 단어가 잘 외워지지 않으면 공을 들고 나간다30분 뛰고 들어와 다시 책상에 앉아 단어 외우기를 이어간다키가 크지 않는다고 낑낑거리며 혼자 스트레칭 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남들은 쑥쑥 크는 것 같은데 더디 자라는 아이를 보며 가끔은 엄마가 충분히 크지 못했음을 혼자서 자책하기도 한다'아들아, 근데 엄마 키를 네가 왜 고민하는 거니? 엄마는 엄마 키에 만족 한단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거야플라밍고는 왜 날지 않을까하고 물어보던 누들에게 웡카는 이렇게 말해준다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거야지난겨울 혜정 이모가 예매해준 웡카를 보고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이야기해줬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순간의 정적에 울림이 있었을까, 엄마의 마음을 알아줬을까내가 너희들을 잘 이끌어줄게. 엄마가 서툴지만 잘 이끌도록 노력할게가슴 한 켠에서 뭔가 울컥하며 올라온다.

아이의 농구에 대한 열정이 커질수록 엄마인 나는 두려워진다아이가 그토록 원하는 그곳으로 내가 이끌어 줄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을까아들은 알 것이다. 아니 안다엄마가 이끌어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많이 힘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들도 알 것이다.

아이는 오늘도 텅 빈 마음의 공간에 에너지를 채운다.

텅 텅 텅 텅,,,, 소리의 울림이 느껴진다.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안된다

 

너를 위한 에너지를

자신만의 에너지를

슬픔의 에너지를 기쁨의 에너지로,

힘든 일이지만 언제 가는 이룰 수 있다는 희망으로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그 공간에

아이는 몸을 움직이며 나아간다.

 

언젠가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작은 소망의 날갯짓을 드리우며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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