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피터팬
저 태양은 아침부터 눈부시게 빛나 안까지 파고 들어 눈을 비비고 일어나게 했다. 어제 밤 읽던 책이 한 장 한 장 바람타고 자유한 갈매기가 되어 태양의 열정에 질 세라 함께 날아 올랐다.
‘역시 책 세상에서 나와 바깥세상에서 자유를 찾아야 해’ 어제 밤 피터팬이 저 창가에 올라서서 팅커벨과 함께 내게 말했다. 신비의 나라 네버랜드에 가보지 않겠냐고. 나는 늘 네버랜드를 꿈꿨다. 억압과 통제 속에서 “하지 마라”, “이렇게 해라” 귀가 닳도록 들었다. 29살 어느 날 TV를 보는 내게 엄마가 한마디 하셨다. "방바닥이 차니까 카페트 안에 들어가 앉아" 이 말에 나는 구지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듣는 둥 마는 둥 했더니 3번을 말씀하셨다. 난 창자가 뒤틀리는 듯 한 잔소리가 되어 짜증으로 머리가 흔들렸다. 유난히도 그날 별거 아닌 말이 잔소리로 들렸을 수 도 있다. 그때 난 ‘아, 나갈 때가 왔구나’. 능력을 키울 때까지는 독립을 할 수 없었던 나는 바깥 세상과 안 세상 안에서 들락거리며 화끈하고 시원하게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 했다.
팅커벨이 뿌린 요정 가루
팅커벨이 뿌린 반짝이는 요정가루는 내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왕성한 활동에 대한 막연하지만 심장이 뛰는 설렘 같은 것이였다. 부모에게서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고 일일이 허락을 받지 않고도 내 판단과 결정으로 온전한 독립과 책임을 갖는다는 것에 기대감이 컸다. 저기 보라, 침대보가 들썩 들썩하다가 집을 나가고 있다! 이글 이글한 태양과 몰고 갈 바람이 침대보를 불러댔다~ “나와!“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는 남편 의존도가 확 줄었다. 이제나 저제나 남편이 와야 뭘 해도 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의존도가 제로 상태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잠시 딴 생각에 잠기게 되면 화려한 라스베가스에서 차를 타고 종횡무진하는 나를 상상해보곤 했었다. 난 깨질까 신문으로 싸고 뽁뽁이로 또 싸고, 보자기로 여러 차례 휘감아 내고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된 유리그릇 같이 부모의 과잉사랑에 딸려온 감옥같은 삶을 살았다. 딴 면허가 무용지물이였다. 2016년도에 첫 운전대를 잡았을 때 태양이 부르고 바람이 불러 스르륵 빠져나가는 저 침대보마냥 즐거워했다. 묶은 체증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초보운전자는 겂없이 악셀을 밟고 핸들을 꽉 쥐어잡고 마트, 친정집, 유원지를 종횡 무진했다. 얼마나 힘을 줬던지 손이 엄청 저렸다. 하지만 요정가루가 뿌려진 듯 두려움은 온데 간데 없었다. 못해본 것 해보고, 안 해본 것 해보는 그 맛, 그 맛집으로의 여정이 네버랜드다.
후크선장도 만나고
자유는 아직도 갈망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보다 1등일 수 있다.
자리가 바뀌고 역할이 바뀌어도 내 안에 불덩이는 늘 활활거린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차를 끌고 한강에 가고 싶다. 누워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내 마음이 바깥에 가 있다. 누구에게 이 문구를 전할까, 이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을 사람을 찾아내는 검색창이 작동한다.
바깥에서 부대끼다보면 힘들게 되는 일들도 무수히 발생한다. 후크선장도 만나고, 파도도 만나고 악어도 만나고, 몸이 묶이는 불상사도 겪는다. 그러면서 날 성장시킨다. 집에만 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 사람을 통해, 세상을 통해, 건드려본 선인장 가시를 통해 깨닫고 배우는 바가 크다. 난 누구에게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가세요. 후크 선장을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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