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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운영자 드림
‘결국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분실물은 어떻게 처리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그것도 세계 여러 나라가 거미줄처럼 엮인 비행기나 공항에서요. 아마 대부분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 그 틈에서 기회를 발견한 브랜드가 있어요. 그것도 50년도 더 된 브랜드예요. 일찌감치 그 틈새시장을 눈여겨본, 그래서 매우 독특하고도 가치 있는 브랜드를 일궈온 ‘Unclaimed Baggage’을 소개합니다.
이곳이 동물 가죽과 바이올린을 함께 파는 이유
아래 그림들은 미국의 한 브랜드가 보유한 아이템들이에요. 먼저 한 번 둘러보시죠.
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동물 가죽에, 딱 봐도 매우 비싸 보이는 바이올린까지 보이니 이색 아이템을 모아놓은 전시관인가 싶으신가요? 그런데 또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이 있는 것을 보니 고급 백화점인가 싶기도 하네요. 아이템들의 공통점이 잘 보이지 않아요.
분실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곳
볼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이곳의 정체는 ‘Unclaimed Baggage(수취인 없는 수하물)’라는 이름의 비행 분실 수하물 리셀(Resell) 브랜드입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행 시 짐을 잃어버리곤 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의지와 항공사, 공항 등의 대응으로 분실물을 다시 찾죠.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항공사, 공항 등의 3개월가량에 걸친 광범위한 분실자 수색에도 불구, 그 짐을 찾아가지 않는대요. 데이터로만 보면 0.03% 정도라 얼마 안 돼 보이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개수로 따지면 결코 적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 분실물들은 별 가치가 없고 다시 찾지 않아도 될 물건들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위 그림에서 본 것처럼 가격이 비싼 럭셔리 브랜드 제품부터 가치를 돈으로 메기기도 힘든 희귀한 역사적 산물까지 다양하거든요. 주인이 스스로 분실물 찾기를 포기한 것인지, 찾고 싶었지만 피치 못할 상황으로 그럴 수 없던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사연이 어떻든 이곳의 별별 물건들은 그렇게 한 곳에 모여요. 그리고 Unclaimed Baggage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입고 물건들에 제2의 인생을 부여하죠.
일단, 입고된 분실물들은 모두 한 곳에 다 모여요. 그 후 팀원들이 직접 가방을 풀어 그 안의 물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죠. 되팔 수 있는 것, 기부할 것, 그리고 재활용할 것으로요.
이중 되팔 수 있는 것들은 보통 전체의 1/3 정도예요. 금액을 받고 파는 물건의 컨디션은 엄격한 기준에서 점검되어야 하니, 생각보다 그리 비율이 높진 않아요. 그렇게 정재 된 물건들은 온, 오프라인 숍을 통해 판매될 준비를 합니다.
한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 물품으로 결정되는 것들이 있어요. 애초에 이 브랜드가 세운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기부를 통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거든요. 브랜드가 시작된 후 50여 년 동안 물건들에 가치를 다시 찾아주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기도 했고요. 그러한 의미에서 파트너십을 맺어 온 다양한 단체들에 기부를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져요.
나머지는 재활용을 목적으로 재정비돼요. 특히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물건을 최대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물론 이때 물건에 남아있는 여러 형태의 개인 정보는 철저히 제거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합성이 떨어지면 폐기물 처리를 해요. 의도와 달리 환경오염의 원인을 배출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늘 이 지점에서의 아이러니에 대해 고민해요.
이렇게 세 가지 큰 방향으로 나뉘는 물건들은 그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재정비돼요. 끝까지 책임감 있게, 그리고 가치 있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내부 규정을 기준으로요.
먼저 의류는 본사가 위치한 앨라배마의 가장 큰 세탁, 건조 시설로 옮겨져 깨끗하게 세척돼요. 전자 장비는 작동이 제대로 되는지 테스트한 후 개인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하는 과정을 거쳐요. 값비싼 보석류 등의 물건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요.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정품 인증을 하고 세척한 후 소매가보다 최대 80% 낮은 가격 안에서 가치가 메겨져요.
그런데 이토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차곡차곡 쌓일 만큼 긴 시간을 보내온 Unclaimed Baggage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흔하지 않은 비즈니스 아이디어잖아요.
기발한
아이디어의 시간들
이 브랜드의 시작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요.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나고 자란 도일 웬스(Doyle Owens)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사업가 집안의 3세답게 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고민하곤 했는데요. 1970년 어느 날 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아이디어의 실행을 위해 그는 먼저 트럭을 빌리고, 대출도 300달러를 받았아요. 그리고 워싱턴 D.C로 건너가 트레일웨이즈 버스 라인(Trailways Bus Line)이라는 회사로부터 주인을 잃은 분실 수하물들을 사들였어요. 그 수하물들을 빌려간 트럭에 싣고 앨라배마로 돌아온 그는, 낡은 임대 주택에 테이블을 깔고 그것들을 팔았어요. 다소 엉뚱하고 무모해 보였던 도전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Unclaimed Baggage Center’는 그렇게 탄생을 했어요.
그 후 규모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성장한 Unclaimed Baggage는 시선을 버스에서 비행기로 돌립니다. 그리고 1978년 이스턴 항공(Eastern Airlines)과 첫 번째 항공사 계약을 맺죠. 그러자 버스를 대상으로 할 때보다 훨씬 더 많고 독특한 아이템들을 확보하게 되었어요.
그 변화는 결국 Unclaimed Baggage가 국내의 모든 항공사와 계약을 맺게 해 주었어요. 미국 내 유일의 분실 수하물 리셀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이죠.
점차 더 큰 안정세를 보인 비즈니스는 상당한 양의 분실 스키를 가지고 ‘스키 세일’이라는 Unclaimed Baggage의 대표적 연례행사를 시작하기도 했어요.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이 되면 매장 앞 주차장에 진을 치고 오픈런을 준비 중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죠.
변화와 성장의 변곡점이 된 시기는 1995년 도일의 아들인 브라이언과 그의 아내가 사업체를 매입하여 확장하는 리모델링을 했을 때라 할 수 있어요. 이때 부부는 보유한 물건들의 가치 있는 독특함과 그동안 쌓아 온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카페, 박물관 등을 만들며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관광 사업 형태로의 발전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어요.
물건에서
콘텐츠로
Unclaimed Baggage는 물건이라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시작된 비즈니스지만 1981년엔 ‘스키 세일’이라는 연례행사를 시작으로 점차 콘텐츠 회사로 발전했다 할 수 있어요. 1995년 아들 부부가 시작한 카페와 박물관 등도 그러한 발전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죠.
2020년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온라인 스토어를 론칭했어요. 전국, 전 세계의 보물 사냥꾼들이 조금 더 편리하게 온라인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이 시기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때문에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이벤트 ‘로드 투어’는 연기되어야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가 잦아든 2022년, 브랜드가 시작될 수 있게 해 준 트럭을(그것도 1970년형 쉐보레 휴고(HOGO)!) 몰고 3개월간 50개 주를 모두 방문하며 연기된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어요. 매우 상징적인 이벤트였습니다.
코로나가 더 잠잠해진 2023년엔 세상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은 희소가치의 박물관을 앨라배마 스콧츠보로(Scottsboro, Alabama)에 오픈했어요. ‘Found Treasures(발견된 보물)’이라는 이름의 이 박물관에는 그동안 브랜드가 보관해 온 매우 독특하고 가치 있는 물건들을 전시했어요. 아주 오래된 역사적 물건부터, 대통령의 싸인이 들어간 아이템 등 진귀한 전시품들이 가득하죠.
https://youtu.be/v2roHmoKA0M?si=8yfrXmTZ6xnWPwJs
한편 ‘Unclaimed Baggage Found Report’를 정기적으로 발행해 그 해에 주목해야 할 물건들을 발표하기도 해요. ‘가장 매력적인 불실물’, ‘가장 비싼 불실물’ 등과 같은 주제로 보유한 물건들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고 공유해요. 그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카탈로그와는 차원이 다른 한 권의 아카이브 또는 보고서 같아요.
관광 어트렉션이 된 브랜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이러한 발전과 변화를 이어가자 1995년부터 움직임을 보였던 관광지, 관광 사업으로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해졌어요.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연을 품은 독특한 물건들이 한 자리 모였다는 것 자체가 매우 진귀한 경험을 선사하거든요.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은 판매 콘텐츠 또는 서비스를 ‘어떠한 형태로’ 소비자들과 공유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그러한 의미에서 Unclaimed Baggage는 분실물에 가치를 새로이 불어넣어 판매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끔 콘텐츠화하며 훨씬 넓고 깊은 정체성을 구축했어요.
앨라배마에 가게 된다면 이 브랜드의 매장과 박물관을 꼭 방문해 보세요. 아주 새로운 여행의 방법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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