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의 첫 번째 일주일

밀레나, 낚시 아저씨, 그리고 선라이즈 뮤직 러브

2021.11.05 | 조회 1.5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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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개구리 뮤직

한 주 간의 제 취향을 공유합니다.

  안녕, 구독자, 한 주 잘 보내셨나요? 11월이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야 이제 2021년도 두 달 밖에 안 남았네?" 풍의 문장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심술나기도 하고, 지나간 열 달들이 들으면 서운할 것 같은 문장이라서요. 한 시간, 하루, 혹은 한 주 단위로 야무지게 사는 방식을 좋아해요. 

 

1. 밀레나

  SoundCloud에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요.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종종 있어요.  발매를 위해서 매끈하게 다듬을수록, 어딘가 있던 기성품 같아지고, 솔직해보였던 감정들이 "어 가식이었나?"하고 한 발 물러서게 되는. 하지만 아티스트들 역시 경험을 쌓을수록 능숙해지기 마련이고, 영원히 다듬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SoundCloud에서 인기가 있던 아티스트들이 레이블과 계약해서 데뷔하는 사례들을 유심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찰하는데요. 최근 콜드의 레이블, WAVY에서 첫 작품을 낸 밀레나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들었습니다. 흔히 리스너 입장에서 아쉬워지는 실수들(a. 기존 사클곡에서 화질만 올린다 b. 완전 이미지 변신! 짠 우리 애 예쁘죠)을 저지르지 않고, 밸런스를 잡았다는 인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데뷔 이전의 사클 링크도 동봉할테니, 한번 비교하면서 들어보셔요!  

 

2. 낚시 아저씨

  저는 제가 점심에 밥에 곁들일 소주를 시키는 사람이 될 줄 몰랐어요. 저는 제가 일상어에 멜로디를 붙이는 사람이 될 줄 몰랐어요(ex. 택배~♪가 왔구나↗). 저는 제가 취미가 필름 사진이 될 줄, 식후 산책이 될 줄, 한 술 더 떠 낚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저씨'라는 단어와 점점 친해지는 요즘, 친구와의 다음 낚시 약속을 기다리며 듣는 음악들입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nvl7582afokm6V7-0hDxLaYl8nIgmyFR
(다음 뉴스레터가 발송되면 링크가 만료됩니다!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꼭 갈무리해두셔요)

 

3. 선라이즈 뮤직 러브

  음악을 듣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출을 보는 것처럼 마음과 세포가 환해지는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소름이 돋는다' 와는 조금 결이 다른 종류의 경험인데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볼게요.

소름이 돋는다 -  Beyonce의 코첼라 무대, Michael Jackson의 문워크, The Beatles의 JFK 공항 도착 영상.

환해진다

a. 마음이 가는 아이돌 그룹이 생겨서 체크해보니, 얼마 남지 않은 정규 컴백. 티징 일정을 모두 따라가면서, 컨셉 포토와 티저를 차례로 확인하고,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가지, 애타다가 마침내 만나는 저녁 6시의 뮤직비디오.

b. 새벽 2시,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길. 마치 자체 노이즈 캔슬링이 걸린 것처럼 거리는 조용해지고, 이어폰 속 음악과 나만 있는 것 같은 순간. 아침의 가사, '등 뒤까지 쫓아 온 헤어짐의 그림자는 일정하게 쪼개진 시계바늘의 초침 사이로'.

c.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서 흠뻑 젖은 날,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씻고 마시는 차 한 잔. 괜히 스피커로 곁들여 보는 SHINee, 루시드폴, 아니면 Stan Getz.

그런 환한 순간들이 모여서 제 플레이리스트가 되는 것 같아요. 

 

   어제 산 귤을 하나씩 까먹으면서 뉴스레터를 마무리하고 있어요. 계절이 바뀌긴 바뀌었나봐요!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달아요(뭘 사 먹을 때 기대를 낮춰놓는 편). 매주 이렇게 만나게 될텐데, 저는 어떻게 읽으셨을지 궁금한 마음이 가장 커요. 감상 편하게 남겨 주세요 :)  (maily의 웹으로 들어 오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요!)

  그러면 꼭 다음 주에도 또 만나요, 구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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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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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이

    0
    over 2 years 전

    세훈!! 선라이즈..뮤직 러브..환해지는 순간들이 너무 공감되는게 웃기기도하고 넘 재밌게 읽었어요..😌 남은 한주 따숩게 보내요🤍

    ㄴ 답글 (1)
  • binoutin

    0
    over 2 years 전

    점심시간이 더 밝아지는 ..!!!.!!!!!! 감사합니다 🙏 야무진 11월 첫째 주 되세요 😙

    ㄴ 답글 (1)
  • 갱유갱

    0
    over 2 years 전

    세훈님이 공유주시는 노래들 하나씩 알게되는 재미가 있네요(줍줍 갈무리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노래 듣는 장르 범위가 더 넓어지는 거 같아요! 레터 읽고 beyonce 코첼라 영상 처음 봤는데 너무 머싯,,,,🤭 풀영상 보러갑니닿ㅎㅎ 이번주 레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ㄴ 답글 (1)
  • 구름

    0
    over 2 years 전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알람이 왔길래 봤는데 이런 선물이..🙊 너무 잘 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음악 알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ㄴ 답글 (1)
  • 겨북이

    0
    over 2 years 전

    딱딱한 업무 메일만 있던 메일함에 이렇게 따뜻한 글이라니! 기운 얻어서 오후 업무 시작합니다! 힘힘💪

    ㄴ 답글 (1)
  • 동그라민

    0
    over 2 years 전

    이메일 알림이 이렇게 즐겁게 다가오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오늘 뉴스레터도 너무 잘 읽었습니다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요!

    ㄴ 답글 (1)
  • 영이

    0
    over 2 years 전

    매번 일주일짜리 플레이리스트가 기다려지네욥!!!! 여튼 항상 재밌게 읽고 있어욥 화이팅팅 😜

    ㄴ 답글 (1)
  • 츠츠

    0
    over 2 years 전

    오랜만에 카페에 공부를 하러 나왔는데 카페 바로 옆에 공사를 하고 있어서 집중이 잘 안되던 참에 개구리 뮤직을 확인했네요 !!! 바로 이어폰 귀에 꽂아넣고 글과 음악을 확인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제 최근 환해졌던 경험은 SG Lewis - Feed The Fire 이 노래 였어요 !!! 새벽길을 신나게 만들어준,,! 오늘도 좋은 음악과 글 감사합니다 : )

    ㄴ 답글 (1)
  • 가현

    0
    over 2 years 전

    저에게 환해지는 순간들 중 두 순간을 꼽으라면, 1. 날짜까지 세며 기다렸던 아이유의 '팔레트'.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이어폰을 꼽고 들었던 첫 곡인 '이 지금'. 아,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이 환해지며 붕뜨는 느낌이 들었던 그 감정을 잊을 수다 없어요. '더 놀라운건 지금부터야~' 하며 끝나는 곡이 얼마나 멋있는 서곡이었는지 .. 👀 2. 지방에서 사는 제가 처음으로 혼자서 용산역에 내려서 이어폰을 꼽고 들었던 세훈님의 '서울의 테마'. 한동안 플레이리스트가 주는 향수를 벗어나지 못해 반복해서 들었네요. 가사도 저절로 외워지고 .. '그대의 의미'에서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로 넘어가는 부분이 너무 좋아서.. 이제는 '그대의 의미'를 들을때 그 다음에 머리속에서 자동으로 '가까이 하고싶은 그대'의 전주가 재생되는거 있죠 🥴

    ㄴ 답글 (1)
  • 현이

    0
    over 2 years 전

    사실 이번 주에는 이걸 엄청 기다렸어요.😇 너무 재밌게 감상하고있어요(이것보다 더 멋지고 진심을 전할 말을 적어주고 싶지만 어렵네요ㅠㅠ 재밌다가 제일 큰 칭찬인 거 아시죠) 환해진다의 이야기도 매우 공감가고 옛 기억도 생각나서 몽글몽글했네요. 덕분에 저는 야무진 금요일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노래 너무 잘 듣고 있어요 . 내년 이맘때쯤엔 지금 들은 노래들이 또 생각날 것 같아요 (이건 뜬금인데 혹시 야구 좋아하시나요? 그냥 궁금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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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bi

    1
    over 2 years 전

    저는 핀란드에 있었을 때 악뮤의 항해 앨범을 다 같이 청음회한 적이 있었는데요,겨울이라 일찍 해가 지는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앨범의 첫곡, 뱃노래의 첫 소절이 흘러 나왔을 때, 그리고 곡이 끝나기 전까지의 그 몇분 남짓을 다들 고요속에 감상했을때가 몽골몽골하고 가슴이 환해지고 그랬던 순간인 것 같네요 ㅎㅎ 내가 있는 그 시간과 적절한 음악이 만났을 때 만큼 운명같고 애틋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

    ㄴ 답글 (1)
  • 0
    over 2 years 전

    선생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튜브 플리로 저장하면 안된다는것을 또 배웠습니다...

    ㄴ 답글 (1)
  • 0
    over 2 years 전

    과제하다 졸려서 씻고 누워서 자려다가 음악 슥 듣고 플레이리스트 다 듣고 싶어서 불 켜고 헤드폰으로 들으면서 과제하고 있어요. 과제가 하고싶어지는 음악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피츠하버트

    0
    over 2 years 전

    항상 좋은 노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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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listen

    0
    over 2 years 전

    1. 새로운 아티스트 추천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리고 초창기(날 것)의 느낌이 그리운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다. 윗 분께서 악뮤의 앨범에 대해 청음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댓글을 보고 문득, 예전의 악뮤의 노래가 그리워졌어요. 낚시 아저씨의 추천곡을 듣고 나면 '악동뮤지션의 사랑노래'를 들어야겠어요. 2. 저도 아저씨가 돼가는 나이인지라 공감이 됩니다,,,, 저는 제가 숲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ㅜ 낚시아저씨가 추천해준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모르는 노래 투성이네요. 플레이스트에 추가해야겠습니다. 3. 선라이즈 뮤직 저에게 있어 선라이즈 뮤직은 대학교 시험기간 때, 밤을 새고 새벽 5시쯤에 듣던 아이유의 푸르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동이 터올까 말까, 새들이 짹짹일까 말까 하는 시간에 들으면 뭔가 밤을 새웠음에도 불구하고 리프레시되는 느낌이었어요. 이번주도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친구와 낚시 약속 잡히길 기대할게요. 감사를 담아서, imlisten드림.

    ㄴ 답글 (1)
  • 겨울

    0
    over 2 years 전

    저에게 있어서 선라이즈 뮤직은 이번 백예린의 신보 중 ‘돌아가자’. 학원에서 집 오는 길에 이어폰을 꼽고 신보를 듣던 중 정말 쨍하고 환해지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이번 주에 가장 기다린 일이라면 단연 주간 개구리 뮤직이랍니다. 평온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이번 더보이즈 신보 어떻게 들으셨는지 새삼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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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rln

    0
    over 2 years 전

    “마음과 세포가 환해지는 경험” 이 대목을 읽는데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ㅠㅠ 느껴는 봤지만 뭐라 설명해야될지 모르겠는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린 순간의 짜릿함…!! 정말 좋았어요 ☺️ 저의 마음과 세포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는 노래들을 풀어보자면, 저는 겨울을 테마로 하거나 겨울 시즌에 나온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환하고 왠지 모르게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 첫번째로는 엑소 겨울 노래들(불공평해, 발자국 등등)!! 제가 처음으로 좋아한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이제는 자주 못 만나는 친구와 카톡으로 자정을 기다리다가 12시가 땡 되었을때 전화로 리액션을 주고 받던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기도 하고 눈 내리는 날 그네를 타면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놀던 기억이 너무 따뜻해서…요즘도 듣고 있습니당 ㅎㅎ 그리고 백예린의 지켜줄게, i’ll be your family!! 작년 겨울에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골목길, 그리고 겨울 특유의 구름 한 점 없는, 채도 싹 빠진 하늘이 기억에 남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잔나비-전설!! 올해 5월, 큰 시험을 보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으로 갔던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잔나비 전설 앨범을 들으면서 졸았던 기억이…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전곡재생하는 순간 그때의 온도와 햇볕의 따스함까지 생생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네요!! 현생에 치어서 메일을 조금 늦게 읽어보게 되었는데 메일 보내실때보다 지금은 더더 겨울 같은 날씨여서!! 몸관리 잘 하시고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 너무 티엠아이 가득한 댓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항상 행복하시고 행운이 가득 깃든 하루를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 다음 뉴스레터도 기대하겠습니다 ☺️💗

    ㄴ 답글 (1)
  • 승은

    0
    over 2 years 전

    바쁜 일상에 치이다가 뒤늦게 메일함을 확인했을 때 마주한 세훈의 메일이 저를 환해지게 만들었네요 ! 오늘도 감사히 잘 읽고 행복해하다 갑니다.. 소중한 플레이리스트도, 메일도 항상 감사해요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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