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연보다 🏙도시를 좋아해. 여행을 가도 대자연보다는 시간 위에 켜켜이 쌓인 인간의 노고를 더 즐기는 편이지.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받을 때도 있지만 긴 시간 위로 받지 못하고 곧 문명을 찾게 돼. 우연히 《디테일 사전: 도시 편》이란 책을 알게 됐는데, 부제는 "작가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야. 내용이 참 신기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도록 도시의 다양한 배경들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어.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 교통 → 다양한 교통수단(잠수함?), 관련된 장소들
- 도심: 시내에 있을법한 장소, 공간들
- 소매점
-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시 및 공연장(연예인 대기실?)
- 음식점
공통적으로 각 배경을 묘사, 설명해 놓은 항목들의 디테일이 더 놀라웠는데,
- 풍경
- 소리
- 냄새
- 맛
- 촉감과 느낌
- 이 배경에서 벌어질 만한 갈등의 원인
- 이 배경에서 볼 만한 유형의 사람들
- 이 배경과 밀접한 다른 배경
- 참고 사항 및 팁
- 배경 묘사 예시, 이 글에 쓴 기법, 얻은 효과
들이 배경마다 세 페이지에 들어있어.
이 '디테일 사전' 시리즈는 도시 편, 시골 편, 트라우마 사전 등 모두 세 권이 나와있고,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출간한 시리즈도 있네.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니 "Writers Helping Writers Series"로 총 일곱 권이 있어. 감정, 부정적 성격 특성, 긍정적 성격 특성, 시골 배경, 도시 배경, 감정적 상처(트라우마), 직업 등이야. 시리즈 이름이 재밌지. "작가를 돕는 작가 시리즈".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니 왜 그렇게 지었는지 이해가 돼.
지금은 〈Writers Helping Writer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어. 여길 보니 《Emotion Amplifiers》라는 책이 한 권 더 있네.
내가 작가 지망생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는 도시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는 건 재미 있어.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도시가 개성 없이 균질한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북미 사람이 알고 있는 도시와 저개발국가의 도시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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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한편으론 글쓰기 책이 적잖이 팔리니 이런 시장도 의미있겠어
골룸
레퍼런스북 정도 되려나
서울외계인
작가의 꿈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골룸
베스트셀러 작가는 일반인들이 갖다 바치지만 뭔가 특색있는 작가들은 딜레땅뜨들이 받쳐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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