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빌 에반스의 보편적 지성〉

서울외계인 뉴스레터 106호

2021.07.23 | 조회 6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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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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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레터(105호)에서 빌 에반스의 인터뷰를 소개했었지. 알고보니 빌 에반스의 친형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빌 에반스의 보편적 지성(Universal Mind of Bill Evans)〉이라는, 1966년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였어. 다행히 한글자막 영상이 있더라.

"'빌 에반스의 보편적 지성' 다큐멘터리 (Universal Mind of Bill Evans 1966 Documentary)"

어제 올린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일부였는데, 빌 에반스가 한 말들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어.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지금까지의, 이른바 ‘일 하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기획이 포함되어 있는 건데, 자연스럽게 이전에 일하던 방식과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비교하게 돼.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는 계속 빌 에반스의 이 말들을 떠올리고 있어(영상 속 자막을 옮겼어).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진전을 이루기 힘들어하는데 그들은 매 단계마다 이루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정확하게 수행해야만 해. 자신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고, 진실되고, 현실적이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하지. 그들은 작은 부분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신 하나로 뭉뚱그려서 커다란 문제로 보려고만 해. 

내 생각엔 어떤 레벨에서든지 이런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 정확하고, 현실적이고, 분석적이 되는 것 말야. 한번에 모든 걸 다 할 순 없어. 모든 문제를 가져와서 이것을 하나의 큰 문제로 만들면 무언가 잡히는 것 같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더욱 혼란스러워져서 함정에 빠지게 될 뿐이지. 무언가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어. 초기에는 문제가 클 수밖에 없기에 그것을 단계별로 나눠야 해. 그리고는 단계별로 배우는 순간들을 즐기는 거지.
(...)
그러니까 즉흥연주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하면 안돼. 무언가를 계속 쌓아 올릴 수가 없잖아. 혼란하고 애매한 곳 위에 자꾸 쌓아 올리려고 하면 결국 더 나아질 수 없어.
(...)
근데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더 간단하더라도 리얼한 연주를 하는 게 중요하단 거지. 이런 연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고, 더 성장할 바탕이 될 수도 있잖아? 뭘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건 굉장히 쉬운 연주지만 정확히 딱 맞아 떨어져. 그치만 뭘 하는지도 모른 채로 대단한 연주를 따라가려고 하면 더 나아질 수 없고, 무언가를 배우지도 못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
맞아, 조심해야 할 점이 분명 있는 것 같아. 새로운 걸 발견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해야 해. 어떤 모험을 하기도 해야 하지. 그런데 길게 보자면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야 하고, 모험을 할 땐 그게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아야 하는 거야.

〈재즈 에비뉴〉, '성공의 단계에 이르는 빌 에반스의 연습 방법' 중

회사도 인간집단이므로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 의미이든) 사내 정치 활동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역시 어떤 의미로든)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성과가 필요하기 마련이지. 그러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양질의 결과물보다는 포장하기 좋은, 거대하고 애매모호한 개념을 제품으로 구현하겠다는 선언들을 해. 과정을 꾸미고, 설령 형편 없는 결과물이 나와도 어떻게든 성공한 것처럼 분칠을 할 수 있으니, 사실은 그럴듯한 ‘거대한 기획’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몰라. 현실정치와도 비슷하지.

이쯤되면 뭐가 옳은 건지 헷갈리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데, 난 이걸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깔끔하게 정리돼서 내 앞에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빌 에반스의 이런 말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

정말 더웠던 이번 한 주도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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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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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란먼산

    0
    about 1 year 전

    조직내 정치... 정말 대단하지...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파킨슨의 법칙("업무와 상관없이 조직원의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을 떠올리면서 어쩜 이렇게 현실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얘기인지 놀란 적이 많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정부조직 안에 겁나게 많은데... 대부분 우리끼리 만들어 낸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지. 국민이나 공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낸 일. 스스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착각하면서. 가장 큰 책임은 조직의 지휘부에 있다고 생각해. 한 조직의 지휘부라면 굳건한 책임감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직 전체가, 또는 자기 부서 전체가 쓸모없는 일을 하지 않도록 실용적인 생각과 분석을 해야 돼. 지휘부가 권력욕, 출세욕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

    ㄴ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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