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레터(105호)에서 빌 에반스의 인터뷰를 소개했었지. 알고보니 빌 에반스의 친형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빌 에반스의 보편적 지성(Universal Mind of Bill Evans)〉이라는, 1966년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였어. 다행히 한글자막 영상이 있더라.
어제 올린 것은 이 다큐멘터리의 일부였는데, 빌 에반스가 한 말들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어.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지금까지의, 이른바 ‘일 하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기획이 포함되어 있는 건데, 자연스럽게 이전에 일하던 방식과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비교하게 돼. 그리고 내 머리 속에서는 계속 빌 에반스의 이 말들을 떠올리고 있어(영상 속 자막을 옮겼어).
회사도 인간집단이므로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 의미이든) 사내 정치 활동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역시 어떤 의미로든)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는 성과가 필요하기 마련이지. 그러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는데, 양질의 결과물보다는 포장하기 좋은, 거대하고 애매모호한 개념을 제품으로 구현하겠다는 선언들을 해. 과정을 꾸미고, 설령 형편 없는 결과물이 나와도 어떻게든 성공한 것처럼 분칠을 할 수 있으니, 사실은 그럴듯한 ‘거대한 기획’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몰라. 현실정치와도 비슷하지.
이쯤되면 뭐가 옳은 건지 헷갈리는 상황까지 오게 되는데, 난 이걸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깔끔하게 정리돼서 내 앞에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빌 에반스의 이런 말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
조직내 정치... 정말 대단하지...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파킨슨의 법칙("업무와 상관없이 조직원의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을 떠올리면서 어쩜 이렇게 현실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얘기인지 놀란 적이 많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정부조직 안에 겁나게 많은데... 대부분 우리끼리 만들어 낸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지. 국민이나 공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낸 일. 스스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착각하면서. 가장 큰 책임은 조직의 지휘부에 있다고 생각해. 한 조직의 지휘부라면 굳건한 책임감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직 전체가, 또는 자기 부서 전체가 쓸모없는 일을 하지 않도록 실용적인 생각과 분석을 해야 돼. 지휘부가 권력욕, 출세욕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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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계인
over 2 years 전
근데 아이러니는 권력욕과 출세욕이 없으면 그 자리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거?
삶이란먼산
over 2 years 전
ㅋㅋㅋ 그렇지. 쓰벌! 능력이고뭐고, 기필코 올라가려고 물불 안가리는 사람은 올라가더라. 그렇게 올라간 사람이 조직이나 조직원들, 그리고 국가를 잘 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잘못되게 만들기는 쉽지. 터무니없는 일을 마구 만들어 뿌리는 놈들! 그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병따루같은 새퀴들 참 많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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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먼산
조직내 정치... 정말 대단하지... 행정학 교과서에 나오는 파킨슨의 법칙("업무와 상관없이 조직원의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을 떠올리면서 어쩜 이렇게 현실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얘기인지 놀란 적이 많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정부조직 안에 겁나게 많은데... 대부분 우리끼리 만들어 낸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지. 국민이나 공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낸 일. 스스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착각하면서. 가장 큰 책임은 조직의 지휘부에 있다고 생각해. 한 조직의 지휘부라면 굳건한 책임감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직 전체가, 또는 자기 부서 전체가 쓸모없는 일을 하지 않도록 실용적인 생각과 분석을 해야 돼. 지휘부가 권력욕, 출세욕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라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
서울외계인
근데 아이러니는 권력욕과 출세욕이 없으면 그 자리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거?
삶이란먼산
ㅋㅋㅋ 그렇지. 쓰벌! 능력이고뭐고, 기필코 올라가려고 물불 안가리는 사람은 올라가더라. 그렇게 올라간 사람이 조직이나 조직원들, 그리고 국가를 잘 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잘못되게 만들기는 쉽지. 터무니없는 일을 마구 만들어 뿌리는 놈들! 그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는 병따루같은 새퀴들 참 많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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