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을 하고 책상 위에 안경을 벗어 내려놓는데 왼쪽 렌즈틀을 고정하는 나사 하나가 빠져서 한쪽이 덜컥 내려앉는 거야. 5월초에 맞춘 안경인데 한 달도 안 돼서 이 사달이 난 거지. 안경을 한두 번 사 본 것도 아닌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대범하게, 집에 가서 소형 드라이버로 끼워 버려야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안경 나사가 빠졌을 때 절대 집에서 직접 끼우지 말라고 한 얘기가 생각났어. 그래서 오늘 생일 휴가를 낸 김에 안경점에 다녀왔지.
은근 짜증이 나더라고.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시간도 아깝고, 😡아오 빡쳐. 이 안경점은, 인스타그램을 지켜보며 안경에 대한 전문성도 있고 고객응대에 정성을 쏟는 것도 느껴져서, 가깝진 않지만 굳이 찾아간 것이었는데 말이야. 일단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상황을 알리고 컴플레인을 좀 했지. 많이 미안해 하긴 하더라고.
그렇게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시간에 방문을 했어. 짜증이 나더라도 신사 된 입장에서 진상을 부릴 수는 없고 최대한 절제된 태도로 수리를 요청했지. 직원분이 미안해하며 나사를 끼워주는데 음... 나사가 헛돈다네. 그래서 안경회사에 보내서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 같고 두 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해. 여기서 살짝 감정의 동요. 그랬다가 또 헐거워지면 또 오라고? & 한 달도 안 된 안경이 금방 만신창이가 되네? 등의 생각이 들면서 말이야.
그러나 아주 잠시 후에 다른 직원분이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는 동일한 새 안경으로 교체해 주겠다고 하는거야. 그때부터 찾아온 마음의 평화. 다행이다. 사실 내가 마음 좀 독하게 먹었으면 나사가 헛돈다고 했을 때 새 제품으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겠으나 마음이 여려서 말이야, 그런 걸 잘 못해. 아무튼 신속히 새 안경에 기존 렌즈 끼우고 피팅까지 완료했어. 가게에 머물렀던 시간은 모두 30분 정도였던 것 같네.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게 필수처럼 되었지. 사실 인스타그램 같은 데서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좋은 말만 하긴 쉬워. 그 말들을 고객에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좋은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지. 간극은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겠으나 기록으로 남겨놓은 그 말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여.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이 안경원은 그런 노력이 느껴졌고 오늘 내게 좋은 경험을 주었다고 할 수 있네.
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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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마음이 여리다기보다 점잖은거지. 다행이야.
서울외계인
흠흠... 신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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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먼산
외계인아 나도 눈이 조금 침침해서 컴퓨터 볼때만 쓰려고 보호안경 하나 사볼까 안경점 갔다가 현란한 설명을 듣다가 48만원짜리 안경 하나 질렀는데, 잘 보이기는 하는데 어질어질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잘 안쓰게 되네.
서울외계인
그게 일주일 이상은 계속 써야 뇌가 적응을 하더라고. 꾸준히 좀 써 봐.
삶이란먼산
아하~~ 그렇구만~~ 서울 올라오면서 천안 집에 놓고왔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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