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현재를 기준으로 은퇴 후에 소득 흐름이 어떨지 살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가진 재산이 많아서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산이란 것이 한 순간에 줄어들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노후의 소득 흐름을 어떻게 마련하고 관리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태평(가명) 씨는 곧 80세가 되지만, 요즘 맘이 편치 않습니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받고는 있지만, 연금액이 크지 않은 데다 그동안 생활비 마련에 큰 역할을 했던 퇴직금과 개인연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살면 얼마나 오래 살까 생각되어 종신연금을 선택하지 않고 20년 동안 분할해 받는 확정기간형 연금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나태평 씨만 그랬을까요?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태평 씨처럼 생각하고 대응하여 고령이 되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득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퇴 전에 은퇴자금을 많이 모으면 된다고요? 그런 대처는 반은 맞고 반을 틀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들은 얘기인데,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어떤 분이 은퇴할 때는 성공적으로 많은 자금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불의의 사정으로 돈을 상당히 많이 지출하여 곤궁하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은퇴를 하기 전에 자금을 충분히 모으는 것 못지 않게 은퇴 후에 적절하게 지출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은퇴 후 소득 흐름을 은퇴 전에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얻는 소득이나 가지고 있는 자산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합니다. 우선 기초연금,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은 연금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물가에 연동하여 매년 인상합니다. 그러나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의 사적 연금은 연금액이 물가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이 결정되어 연금의 가치가 하락될 수 있습니다. 주택 등 부동산은 자산인 것은 분명하나 소득을 창출하기보다는 관리비, 수리비, 세금 등을 고려할 때 비용을 유발시키며, 현금 등으로 유동화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거주하지 않고 임대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의 부동산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지만, 그 소득이 소유에 따른 비용을 커버하기에 충분한지 리스크는 없는지 일일이 따져 보아야 합니다. 거주용 부동산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소득 흐름을 창출할 수는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발생시킬 수 있는 소득 흐름을 기대수명에 맞추어 점검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초생계비에 해당하는 금액이 물가를 고려하여 종신토록 유지될 수 있을지를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30년 또는 40년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매년 정기점검을 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분기별 점검을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득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믿음직하고 효율적인 수단은 연금입니다. 물가에 연동되는 공적 연금 급여로 기초생계비가 충당되는지를 확인한 후, 그렇지 못하면 사적 연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종신연금으로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사적 연금은 종신토록 받는 소득 흐름을 만들더라도 인플레이션을 헤지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실질가치가 유지되는 금액으로 소득 흐름을 만들어 공적 연금과 합산해야 합니다. 기초생계비를 유지할 연금소득 흐름을 만들어 두면 다른 용도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기할 수는 있게 됩니다.
이렇게 기초생계비에 해당하는 소득 흐름을 만든 후에는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 흐름을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이때 종신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고, 기대수명을 고려한 일정 기간에 대한 확정기간형 연금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사적 연금 일시금이나 퇴직금을 배당주, 채권, 리츠 등 일정한 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인컴형 자산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재원으로 노후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적 연금이든 현금은 그대로 두어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가치가 하락하므로 투자활동을 통해 가치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투자활동을 해야 할지는 개인별 사정이 다르므로 여기에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고 다음 기회에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만약 여러 방법을 강구했는데도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소득 흐름이 마련되지 않으면 파트타임 근로를 해서라도 소득을 충당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은퇴한 후에 다시 일하러 나서는 것은 여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득 흐름의 점검은 은퇴 전에 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은퇴 시기나 방법 등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주택은 최후의 소득 흐름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미리부터 활용하면 정말로 어려울 때 활용할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여유자금도 준비하고 사기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소득 흐름을 만든 후에는 비상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자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생사는 예측하지 못한 일로 돈을 써야 할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중대질병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보장 수준이 높아져도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가 상당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보험회사들이 판매하는 암보험 등의 건강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면 본인부담을 상당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일정 금액을 상정하고 매년 저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본인부담으로 지출한 의료비는 1년에 21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를 기준으로 노후의료비를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금을 준비하는 것과 함께 건강관리를 잘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시니어 건강관리의 재무적 측면"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 사정을 고려하여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용도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사기를 당한다거나 배상책임을 지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러한 일에 처하면 순간적으로 돈을 많이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접하는 보이스피싱 외에도 돈을 노리고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주의를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득의 의미는 커집니다. 검소하게 생활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니, 은퇴하기 전에 적정한 수준의 소득 흐름이 마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다방면의 대책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은퇴 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려면 자립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소득 흐름을 만드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브런치 <실버레터>에 2월 12일에 게재한 "노후에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으려면"을 옮겨 실었습니다.
은퇴 관련 정책 정보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연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자체 중심의 노후준비 지원 체계 구축 방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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