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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다니는 길을 걷을 때 새로운 시간과 달라진 공간 속에 있지만 익숙함을 느낍니다. 변화된 것을 알아챌 정도로 변화가 크지 않거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익숙함을 편안하게 느낍니다. 그런데 익숙함을 넘어서면 새로움 또는 낯설음이 주는 자극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뇌의 가소성을 위해 낯설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995년 2월 어느날 저는 태국에서 일본으로 연수를 온 A에게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도쿄의 한 태국음식점에서 그와 자리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한 정부기관에서 같이 연수하고 있어 그전에 제가 인사차 한국음식점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한 것에 대한 답례였습니다. 저는 기꺼이 A의 초대에 응해서 갔습니다. 처음으로 태국음식을 접하는 저를 위해 A는 향신료가 가장 적게 들어간 음식을 주문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첫 숟가락을 입에 떠넣는 순간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로 인해 눈물이 날 정도로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해외경험이라고는 일본에 두 번 간 것이 전부였던 터라 다른 나라 음식을 받아들일 만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날 거부감과 함께 터져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어찌어찌 식사를 마치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 때문에 동남아에 가는 것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 10월 초 캄보디아 시엠립의 한 음식점에서 저는 캄보디아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앙코르와트를 보려고 많이 걸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995년 이후로 국제화 경험이 쌓이며 향신료에 제법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국가에 가서도 현지 음식을 맛있게 먹었지요. 중국에 가서도 고수를 적극 더 넣어 먹게 되고,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먹지 못했던 일본깻잎인 시소(しそ, 紫蘇)를 이제는 잘 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해외여행하며 음식 먹은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낯설음과 마주하기에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낯설음과 마주하려면 일상을 떠나 가본 적이 없는 국내외의 장소로 여행을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니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도, 소설이나 시를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것도 낯설음과 마주하는 방법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역시 낯설음과 마주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자신이 익숙한 분야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자극도 받고 새로운 사고법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매일 낯설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설음을 마주해야 할까요? 그것은 낯설음이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익숙한 것이 편안하고 좋아서 그에 길들여지기 쉽습니다. 그렇다 보면 낯설음을 경계하고 심하게는 편견을 갖고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낯설음은 불확실성을 동반하며 불편할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렇고, 이해가 되지 않는 다른 나라 말을 듣는 것이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낯설음에 접하면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익숙함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뇌는 낯설음을 접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판단하면서 활성화되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뇌는 죽을 때까지 쓸수록 자라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의도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새로운 자극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접할 때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가는 중요합니다. 가급적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청년기에 비해 노년기에는 익숙함을 편하게 생각하여 뇌에 자극을 적게 주기 때문에 뇌의 크기가 쪼그라들면서 치매의 위험까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걷기 등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을 결합하여 운동하는 한편으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적절한 낯설음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낯설음은 저절로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마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하루이틀 도전하다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적어도 1달은 해보고 된다 안 된다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음식 먹기, 요리하기, 여행, 독서, 언어공부 등 여러 활동 중에서 자신의 선호에 맞는 활동에 일정 시간을 할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뇌가 받는 자극은 오감을 통해 전달되므로 자신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다양하게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활동이면 더 좋을 것입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생각의 발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내기보다는 다양한 새로운 경험과 교류를 통해 시대의 발전에 보조도 맞추고 뇌의 가소성도 높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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