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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지 2년이 지났습니다. 제대로 실체를 몰라 공포 속에 당황했던 처음과 달리 그동안 백신도 개발되고 먹는 치료제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어떠신가요? 이번 호에서는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외로움을 떨쳐내고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습니다. 우선 태어나면서는 자신과 부모 간에 가족관계가 생기고, 형제자매가 있다면 가족관계가 더 넓어지며,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성장하면서 친구관계가 생기고, 성인이 되어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공적 관계가 생깁니다. 그런데 많은 관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더욱 친밀하게 발전할 수도 있고, 멀어져 소식도 모르는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많아도 친밀하게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부를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몇 명의 연락처가 있는지요? 제 휴대전화에는 2천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누구인지 얼굴까지 기억하지만, 누구인지조차 기억이 흐릿한 사람의 전화번호도 있습니다. 이름과 얼굴 및 신상에 대해 기억한다 하여도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최근 3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만났다 하더라도 그 사람들 모두와 친밀하게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관계가 언제든 친밀하게 바뀔 수 있으므로 인연을 맺은 사람 모두가 소중합니다.
사회적 관계의 홍수 속에 개인은 외롭다
이러한 인식과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 수가 극소수인 것 같습니다. 통계청이 2021년에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플 때 집안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큰 돈이 필요할 때 빌려줄 수 있는 사람,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각각 3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평소 대면, 인터넷(SNS), 전화 등의 방식으로 교류하는 사람이 있는지에 물었을 때 가족 또는 친척과 교류한다는 사람이 77.3%이고 가족 또는 친척 외 사람과 교류한다는 사람이 77.2%로 나타나, 교류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른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교류하는 사람의 평균 숫자는 같이 살고 있지 않은 가족 또는 친척은 2.9명, 가족이나 친척을 제외한 타인은 3.8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통계 또한 60세 이상인 사람이 하루에 교류하는 사람의 수가 평균적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가깝게 교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이 대체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나 안타깝습니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친인척, 이웃, 절친한 친구 모두와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비중보다는 멀어졌다는 비중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상과 같은 통계를 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나이를 먹으면 외로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왜 사회적 관계망은 좁아질까요?
우선은 대부분 자신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은퇴를 하면서 업무상 만나던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고, 그렇지 않더라도 점차로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모임을 만들어 계속 만날 수는 있지만, 단 둘이서 만난다든지 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친척 간에도 관계가 과거와 같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느슨한 관계는 은퇴를 하더라도 여전히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듯 관계의 홍수 속에 개인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친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는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이 손을 내밀기 전에 본인이 먼저 손을 내밀고, 그럼에도 관계가 어렵다면 관계를 재정립해야겠지요.
다음으로는 관계 유지의 기초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만나기는 하는 데 뭔가 공허하고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과 금전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만나지 않게 됩니다. 은퇴 전에는 업무 등 여러 가지 필요가 있었지만 은퇴로 그조차도 필요 없게 되면 만남이 지속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관계에 좋은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있고 서로 공감하는 바가 많으면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만나서 과거처럼 비싼 음식점에서 고급 음식과 술을 같이 먹고 마시지 않더라도 만남 자체가 즐거워 헤어지며 다음 약속을 잡을 것이며, 보고 싶다고 갑자기 연락도 할 것입니다.
외로움을 극복할 사회적 관계의 중심은 자신이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극복할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요? 제일 먼저 관계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진정으로 즐겁고 편안하며 위안을 받는지 생각해보면 될 것입니다. 취향이 맞거나 아니면 자신을 보완해주면서 상대가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 하여 서로가 의존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독립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의존적 관계는 부담을 낳고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상호호혜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관계는 깊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일상에서 소소한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좋은 글을 읽었다면서 공유하고, 어떤 맛집에 갔는데 음식이 맛있었으면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같이 취미생활도 하고 때론 여행도 같이 떠나는 것입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동반자에게 몰두하며 서로를 챙겨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렇듯 구체적인 일상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쌓으면 설사 중간에 좋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관계가 쉽게 깨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공적 업무 중심의 사회적 관계를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적 관계로 바꾸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더이상 일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이 집을 중심으로 종교활동, 체육활동, 학습활동 등으로 이루어지므로 그에 맞추어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먹하더라도 상대가 과거에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현재 그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서 새롭게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관계의 공백을 메우기에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혼자 지내면서 외롭지 않을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언제나 사람들 속에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을 살펴보면 오히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독서와 사색을 하고, 가능하다면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서예, 글쓰기 등 자신의 주특기를 키우는 시간을 가지면 나중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그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 같이 추운 겨울에도 꽃을 피울 수 있는 화초를 키우면 화려하게 핀 꽃을 보면서 보람도 느끼고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망이 좁아지고 그로 인해 외로움이 커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진단과 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이상과 같은 진단과 방법 외에도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가꾸어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뭔가 마음이 허전하고 외롭다 느낀다면 먼저 자신을 중심으로 원인을 찾아보며 대처할 방법도 잘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자신이 맘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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