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수명이 빠르게 연장되면서 초장수사회를 맞이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오래 살게 되면 자식이 노인이 되도록 부모가 생존해 있어 노인인 자녀가 노인 부모를 부양하거나 간병을 하게 됩니다. 또한 노인 부부가 서로를 간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장면 1)
병실에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간병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픈 할머니의 온갖 애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눈치이다. 할머니는 약간 귀가 어둔지 잘 알아듣지 못해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또박또박 때론 반복해서 설명한다. 가끔 아들이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상태를 묻고, 때론 병원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할머니는 아들을 보고 싶어 하신다. 아마 아들이 간병을 하기 어렵고, 간병인을 두는 것을 할아버지가 말렸을 수도 있다.
(장면 2)
병실에서 나온 모자가 나란히 아침식사를 샌드위치로 해결하고 있다. 아마 병실 밥이 싫었을 수도 있다. 아들은 60세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걷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최선을 다해 간병하는 모습이다. 아들이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직은 건강하여 다행히 직접 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초장수화로 인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위의 사례에서처럼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65세 이상 노년의 배우자 또는 자녀가 노인을 돌보는 것을 '노노간병(老老看病)'이라 합니다. 일본에서는 '노노개호(老老介護)'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라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아직 노노간병에 대한 통계를 발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8년에 조사하여 작성한 '노노돌봄' 현황 실태조사가 있지만, 가족간 간병이 아닌 노인일자리 차원에서 마련된 '노노케어'에 대한 현황 실태조사이고, 그것도 일회성입니다. 이슈가 심각해지는데 아직 정부 차원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실태를 볼 수 있는 통계가 있기는 합니다. 2017년 10월 27일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아 내놓은 ‘노노 부양가구 현황’ 자료입니다. 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으로 20만 2,622세대에 이르는데, 2010년 12만 1,767가구 대비 1.7배 가량 증가했음을 보여줍니다(출처: 이투데이, [2017 국감] 노노(老老) 부양가구, 20만 시대…“60대 자녀가 80대 부모 부양”, 2017. 10. 27.). 이 자료도 노노부양에 관한 자료이지 노노간병에 관한 자료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노력을 하면 실태조사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다른 자료는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한국의 사회동향』2019년판에 관련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동 보고서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노인실태조사」 자료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06-2016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8년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면서 아래 그림에서처럼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가족을 직접 수발하는 노인의 비율은 2006년 35.4%에서 2016년 28.4%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는 가족원을 직접 수발한 50세 이상 중고령자의 58.6%가 70대 이상이었으며, 50대는 18.2%, 60대는 23.2%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63.6%가 여성 중고령자였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경혜, 「노인의 가족지원 및 돌봄의 양상」, pp. 69~77.).
두 통계가 서로 엇갈리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노동후생성이 발표한 2016년 국민생활기초조사를 보면 65세 이상인 사람이 65세 이상인 사람을 돌보는 노노개호는 54.7%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후기고령자인 75세 이상인 사람이 75세 이상의 사람을 돌보는 '초노노개호'는 30.2%이고 그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짐작해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노노간병의 비중이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노노간병은 가족의 사랑과 헌신에 기대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물론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가족 간병 수요가 생겼을 때 간병인을 대신해서 직접 수발하겠다는 경우도 요즘 볼 수 있기는 합니다. 자신의 가족을 직접 간병하여 잘 돌볼 수는 있을 것이나 간병기간이 길어지면 예상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일본의 경험을 보면 간병 스트레스로 학대 또는 간병살인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확대되었다고 합니다(출처: 연합뉴스, 2022. 1. 20.) 우리나라에서도 노인학대는 2020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77명이 경험할 정도입니다. 또한 간병살인도 코로나19 이전에도 방송의 보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SBS, 그것이 알고 싶다 1202회(2020.2.15 방송)), 금년에도 한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 다룸으로써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습니다(tvN, 알쓸범잡2, 2022. 2. 13. 방송). 부부가 간병을 하다 간병동반자살을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한 일간지가 2006년 이후 2018년까지 10여년간 언론이 기록한 간병자살 60건을 찾아 조사한 결과 총 사망자 111명 중 17명은 동반자살자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단비뉴스, 노노간병, 2018. 12. 24.). 이렇듯 노노간병은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사회변화를 예측해보면 부부 혹은 노인 단독으로 사는 비율이 늘어날 것입니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고령까지 근로를 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 자녀세대가 부모를 부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가족, 정부, 사회가 함께 노부모 부양 책임을 나누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부부간병 또는 가족간병에 의존하는 비율이 줄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물론 노인장기요양보험을 2008년에 도입하고 2007년부터 보호자 없는 병실을 시범사업 한 후 2013년부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작하여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인간병에 드는 비용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것 외에도 큽니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가족간병에서 벗어나 사회적 간병으로 빠르게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간병을 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안심하고 간병을 위탁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 및 간병 서비스 개선이 시급할 것입니다.
가족이 아프고 요양이 필요하면 배우자든 자녀가 부양의 책임을 다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과 책임에서 시작한 선의가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으로 개인이나 가족을 과도하게 구속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노부모 부양을 정부와 사회에 떠넘기고 나몰라라 하는 가족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행태에서 벗어나 서로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가 발전하는 것이 선진사회일 것입니다.
<본문>
※ 이 글은 브런치 <실버레터>에 4월 30일에 게재한 "노노간병 시대를 맞이해 간병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다"를 옮겨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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