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인류는 명왕성에 다시 갈 수 있을까

2021.08.09 | 조회 9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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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이제는 행성이 아니지만, 아직도 명왕성이라는 이름은 묘한 신비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네 개의 암석 행성을 지나고 네 개의 가스 행성을 지나 다시 만나는 외로운 바윗덩어리, 이름마저도 저승의 왕(冥王)을 따서 지어진 명왕성(Pluto)이니까요. 1930년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발견했고 2006년에 왜행성으로 격하된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파란만장한 천체입니다.

명왕성은 태양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궤도도 심각하게 찌그러진 타원형입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1천문단위(1AU)라고 하는데요, 명왕성은 멀 때는 태양으로부터 49AU만큼 떨어져 있다가도 태양에 가까이 접근할 때는 30AU만큼이나 가까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가까이 들어올 때는 해왕성의 궤도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해요. 아래 그림에서 보라색 선이 명왕성의 궤도인데, 파란색으로 표현된 해왕성 궤도와 교차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Phoenix777, CC BY-SA 4.0.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Phoenix777, CC BY-SA 4.0.

때문에 명왕성을 탐사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인류의 탐사선 중 지금까지 명왕성 궤도보다 멀리 나아간 것은 보이저 1호, 보이저 2호, 파이오니어 10호, 파이오니어 11호, 뉴 호라이즌스 5개 뿐입니다. 파이오니어 탐사선들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에 통신이 두절되었고, 보이저 탐사선들은 명왕성을 들르지 않고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갔지요. 명왕성 탐사가 주목적이었던 뉴 호라이즌스만이 명왕성에 직접 방문해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2006년 1월에 뉴 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7개월 뒤인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에서는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고 왜행성으로 격하시키기로 의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발사한 탐사선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뉴 호라이즌스는 예정대로 명왕성으로 날아가서 2015년에 명왕성을 플라이바이하는 임무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다만 왜행성 격하 결정 때문에 명왕성 탐사에 대한 학술적 의미가 어느 정도 훼손된 것은 어쩔 수 없었지요.

이렇게 명왕성에 대한 과학적 탐사는 끝난 걸까요? 명왕성 연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심지어 '페르세포네(Persephone)'라는 명왕성 탐사선 계획안도 제출했는데요, 명왕성과 그 위성인 카론을 정밀 관찰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도 관련 기사가 실렸지요.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왼쪽) 뉴 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의 근접 사진입니다. (오른쪽) 명왕성의 '타르타로스 도르사(Tartarus Dorsa)' 지역의 사진입니다. 이미지 출처: NASA
(왼쪽) 뉴 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의 근접 사진입니다. (오른쪽) 명왕성의 '타르타로스 도르사(Tartarus Dorsa)' 지역의 사진입니다. 이미지 출처: NASA


뉴 호라이즌스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인 탐사 프로젝트였습니다. 2006년 이전까지 명왕성은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이라 미국인들의 국가적인 자랑거리였지요. 2002년에는 뉴 호라이즌스에 배정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사실상 프로젝트가 좌초될 뻔했는데,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앨런 스턴(Alan Stern) 박사가 대대적인 로비를 벌여서 과학자들의 의견을 모아 프로젝트를 되살려냈습니다. 짐작건대 미국이 아니라 유럽우주항공국이었으면 뉴 호라이즌스 프로젝트는 제대로 선정되지 못했을 거예요.

우여곡절 끝에 뉴 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마침내 왜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에 도착했을 때, 과학자들은 생각보다 명왕성의 구조가 풍부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사실 이전까지 명왕성은 그냥 크레이터로 뒤덮인 조금 큰 암석 덩어리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태양에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데다가 지구의 달보다도 작은 천체에 불과하니까요.

우선 명왕성은 지질학적으로 제법 활발한 편입니다. 지표면 암석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는데, 직접 내려가보지 않고도 확인하려면 소행성 따위가 충돌해서 생긴 크레이터의 개수를 세어 보면 되지요. 소행성이 지표면에 균일하게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면, 크레이터 흔적이 별로 없는 지역은 최근에 지질학적 활동이 활발해서 크레이터가 다 지워진 구역일 테고, 크레이터 흔적이 많은 곳은 지진 따위가 잘 일어나지 않는 안정된 지반이나 크레이터가 대부분 보존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명왕성 표면을 관찰해 보면 크레이터가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습니다. 그 말인즉슨, 달보다도 작은 주제에 지각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게,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죠. 

뉴 호라이즌스는 또 명왕성의 위성들을 근접해서 관찰했는데, 이 공전 형태 역시 흥미롭습니다. 명왕성에는 다섯 개의 위성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카론은 구형을 이루고 있지만 더 작은 위성 네 개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행성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얌전히 명왕성 주변을 도는 게 아니라 마치 팽이처럼 아주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명왕성의 위성들은 아마 태양계 역사 초기에 카이퍼 벨트에 있는 다른 천체와 충돌하면서 생겨났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구의 달도 지구에서 충돌해 떨어져 나간 조각이라고 하는 설이 유력한데요, 이 충돌의 조각들도 처음에는 여러 개였지만 점차 뭉쳐서 지금의 달이 되었다고 하지요. 명왕성의 위성들도 이처럼 여러 차례의 충돌을 거치며 다섯 개로 줄어들었을 거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둥그런 덩어리 두어 개가 붙어 버린 것 같은 위성들도 보이거든요.

명왕성에 탐사선을 더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천문학자들은 큰 기대가 없었던 뉴 호라이즌스에서도 이만한 발견을 한 만큼, 작정하고 차세대 탐사선을 보내면 태양계의 가장자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예산을 감안할 때 명왕성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린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물론 많습니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고 생명의 기원을 탐사할 여지도 많은,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NASA가 최근 민간협력도 확대하면서 제법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산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이 논쟁은 더 길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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