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NASA, 30년 만의 금성 탐사계획 발표

2021.07.01 | 조회 1.0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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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한동안 퍼서비어런스나 인제뉴어티를 비롯한 화성 탐사 소식을 많이 전해드렸었죠? 중국의 주룽(祝融) 탐사선도 그렇고, 스페이스X의 장기 계획도 그렇고, 당분간 화성 탐사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똑같이 우리의 이웃 행성이면서도 왜 그렇게 금성 탐사 소식은 없는지 궁금해하셨던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일차적인 이유는 금성 탐사가 기술적으로 아주 어렵다는 데 있기는 합니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450°C에 달하고 표면 기압도 지구에서의 대기압의 90배에 육박합니다. 게다가 황산으로 가득한 금성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어지간한 물질은 녹아버리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을 고려해도 30년 동안이나 NASA가 금성을 외면했다는 건 여러모로 이상하긴 합니다.

다행히도 2021년 6월 2일, 30년 간의 가뭄을 뚫고 드디어 금성 탐사계획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심지어 '다빈치+'와 '베리타스'라는 독립적인 프로젝트 두 건이 동시에 합격해서 비슷한 시기에 상호보완적으로 출발할 수도 있게 되었어요. 두 프로젝트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금성 프로젝트 중 첫 번째는 다빈치+(DAVINCI+)입니다. "금성 심층 대기의 비활성 기체, 화학 조성, 이미지 탐사와 그 너머(Deep Atmosphere Venus Investigation of Noble gases, Chemistry, and Imaging Plus)"라는 이름의 약자인데요, 좀 억지스럽게 줄인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뭘 하고 싶은지는 이름 자체로 설명을 하고 있네요.

금성의 '심층 대기'라고 굳이 이름 지은 이유는, 금성의 대기가 아주 밀도가 높고 두꺼운 데다가 뚫고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금성 지표면으로부터 약 50~80km 지점의 상층부에는 무려 황산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깔려 있습니다. 황산 구름을 수십 킬로미터나 뚫고 하강하는 과정에서 어지간한 물질은 전부 녹아 없어지겠지요. 실제로 1982년에 소련의 탐사선 베네라(Venera) 13호가 금성 표면으로 강하한 적이 있었는데요, 착륙 후 127분 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원래는 32분을 버틸 거라고 계산됐었다고 하니까 오래 버틴 셈이지요.

(좌) 금성 대기권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두꺼운 황산 층 아래에 대류권(troposphere)이 존재합니다. (우) 다빈치의 하강을 묘사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SFC)의 컨셉아트입니다. 출처: NASA/GSFC
(좌) 금성 대기권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두꺼운 황산 층 아래에 대류권(troposphere)이 존재합니다. (우) 다빈치의 하강을 묘사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SFC)의 컨셉아트입니다. 출처: NASA/GSFC


다빈치+의 1차 탐사 목표는 대기권의 화학적인 조성 분석입니다. 금성의 대기를 뚫고 낙하산에 실려 내려가면서 실시간으로 대기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그 결과를 지구로 전송하는 거죠. 다빈치+의 이름을 다시 들여다보면 대기의 비활성 기체와 화학 조성을 분석하겠다고 되어 있는데요, 왜 NASA는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비활성 기체란 헬륨, 네온, 아르곤, 제논처럼 주기율표의 18족 원소를 차지하는 기체를 말합니다. 비활성 기체는 화학적으로 아주 안정적이어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그래서 때로는 '귀족 기체(noble gas)'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 만들어진 비활성 기체라 하더라도 긴 세월 동안 보존될 수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대기 중 헬륨 조성을 들여다보면 금성의 역사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헬륨은 크게 두 종류의 동위원소(isotope)로 나뉘는데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4, 그리고 양성자 2개와 중성자 1개로 이루어진 헬륨-3이 있습니다. 헬륨-3은 행성 아주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오는 반면 헬륨-4는 지각 표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발생하지요. 헬륨-3과 헬륨-4 중 어느 것이 금성 대기에 더 많은지를 분석하면 금성 지각 활동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거예요.

한편, 금성 대기의 화학 조성을 분석하는 건 의외로 생명 탐사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금성 대기에서 포스핀(phosphine)이라는 물질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었어요. 포스핀은 목성의 초고압 환경을 제외하고서는 생물에 의해서만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산화황의 신호를 잘못 해석했다는 반박 논문도 발표된 터라, 포스핀이 정말 금성 대기에 존재하느냐 자체가 지금은 논쟁 중인 상황이지요.

비록 금성의 지표면은 너무 뜨겁고 압력이 높아서 도저히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이지만, 만약 금성 대기에 포스핀이 정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두꺼운 대기 상층부에 둥실둥실 떠다니며 사는 생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근거가 됩니다. 다빈치는 하강 과정에서 금성 대기에 포스핀이 정말 존재하는지도 화학적으로 검출해 볼 계획이라고 하니까요.

(좌) 1989년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입니다. 출처: NASA (우) 베리타스 탐사선의 컨셉아트입니다. 출처: NASA/JPL-Caltech
(좌) 1989년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입니다. 출처: NASA (우) 베리타스 탐사선의 컨셉아트입니다. 출처: NASA/JPL-Caltech


두 번째 프로젝트 베리타스(VERITAS)는 금성 방사율, 전파, 간섭계 레이더, 지형 및 분광학 탐사 미션(Venus Emissivity, Radio Science, InSAR, Topography, and Spectroscopy)의 줄임말입니다. 이번에도 좀 억지 줄임말 같지만, 역시 베리타스 탐사선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있네요. 바로 고성능 레이더 장비를 이용해서 금성 지표면의 지도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금성 지도는 1989년의 마젤란 탐사선이 보내온 결과입니다. 금성은 이산화탄소와 황으로 가득 찬 아주 두꺼운 대기에 싸여 있어서 망원경으로 보아서는 금성 표면을 절대 관찰할 수 없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망원경으로 관찰한 금성은 목성이나 토성마냥 가스 행성처럼 보이지요?

1989년 NASA에서 파견한 마지막 금성 탐사선인 마젤란은 당시 최신 레이더 장비를 이용해서 금성의 구름 층을 뚫고 금성 지표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금성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서처럼요. 다만 마젤란 탐사선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지도의 해상도는 그렇게 높지 않고 3차원 정보는 많이 확보하지 못했지요.

베리타스 탐사선은 최신 레이더 기술을 총동원해서 훨씬 자세하고 해상도 높은 금성 지도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단순히 해상도만 올리는 것이 아니고, 3차원의 정보까지 종합해서 금성 표면에 어떤 화산이 있는지, 용암이 흘러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지각에 단층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지까지 탐사할 거라고 해요. 더불어서 금성 지각이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지 등 직접 지표면에 강하하지 않고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베리타스와 다빈치+는 2028~2030년쯤 비슷한 시기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원래 두 프로젝트는 각각 독립적으로 제안되었고 둘 다 선정될 거라고 기대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어요. 애초에 금성 미션 자체가 30년 동안 한 번도 승인된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두 탐사 미션이 함께 NASA의 선택을 받는 덕에, 베리타스와 다빈치+는 상호 보완적으로 활동하면서 금성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쌓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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