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법무법인 한중 박기태 변호사
자는 동안 독소를 빼 준다는 발바닥 패치? 미국에선 이미 판매 금지된 물건
3년 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뒤덮었던 광고가 있다. 독소를 빼 준다는 발바닥 패치 광고였다. 자는 동안 붙이고만 있어도, 다리와 얼굴에 붓기가 빠지고 숙취까지 해결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비슷한 원리, 형태의 일본산 발 패치가 이미 2010년 미국 FTC(연방통상국)의 제소로 판매 금지 당한 바 있다. 이 제품은 1450만 달러(약 160억 원)의 과징금 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해당 제품을 통해 얻은 모든 이윤이었다.
필자가 최초로 해당 제품을 저격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한 후, 제품에 대한 비판 글들이 쇄도했다. 나무위키에는 ‘사기’라 단정하는 항목까지 생겼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식품 광고 관련 법률은 문자 그대로는 엄격하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의를 받은 광고만 내보낼 수 있게 한 법은 검열에 해당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정부는 자율심의제를 도입했고, 건강기능식품 등 모든 식품에 적용되는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이 2019년 3월에 시행되었다.
이 법은 1) 식품 등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2)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한다. 또 과대광고를 금지하고, 광고를 하려면 자율심의기구로부터 미리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제16조), 영업소 폐쇄(제16조 4항), 제조정지, 과징금 처분,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만일 영업정지가 내려진 뒤에도 계속 영업할 경우 영업소가 폐쇄되고, ‘모든 판매액’에 대하여 과징금을 최대 10억까지 징수한다. 꽤 엄격한 규제와 처벌로 보인다.
SNS, 블로그 후기 등의 형식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사업자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광고의 주체이다. 대부분의 부당광고는 업체의 공식 홈페이지 등이 아닌, 블로그를 비롯한 SNS 게시글, 블로그 광고 등에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위에서 언급한 ‘발바닥 패치’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구체적인 효과를 전혀 말하지 않는다. 블로그 등에서 후기 형식으로 부기가 빠지고 살이 빠졌다고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개인 블로그나 SNS 게시글의 경우, 부당한 광고라 하더라도 ‘본인이 효과를 봐서 자발적으로 올린 후기’라고 주장하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 설령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몸통’인 판매원과의 관계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 모든 통장을 압수, 수색 등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고, 개중 정말로 광고가 아닌 후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SNS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판매원 업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소규모 업체가 하거나, 주로 이런 광고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진행한다. 따라서 역시 ‘몸통’인 판매원과의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한편 해당 SNS업체들이 대부분 외국 업체들이고 한국지사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서, 수사 협조가 상대적으로 힘들어 올린 업체를 찾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부당광고임이 드러나더라도, 꼬리만 자르고 몸통은 도망친다
두 번째 문제는 처벌의 방식이다. 돈을 받고 하는 광고임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개인은 아예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했다 해도 식품위생법에 따른 허가, 신고를 하지 않고 통신판매업 등록만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징금,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 대상은 ‘영업자’에 한정한다. 그리고 해당 법에서는 ‘영업자’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나 식품위생법에 따라 허가나 신고를 한 자’로 한정한다. 즉, 개인이 후기 형식으로 한 광고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형사처벌(제26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일반적으로는 행정처분보다 징역까지 가능한 형사처벌이 더 중한 처벌이다. 그러나 영세한 업체나 개인에게 이런 중한 처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심지어 구독자 320만 유명 유튜버도 벌금 500만원이 선고될 뿐이었다. 500만원이 작은 벌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일 수 있다.
어떤 제품이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공표하는 것도 역시 ‘영업자’에 한정되므로(제21조), 개인이나 바이럴마케팅 업체가 형사처벌을 받는다 해도 어떤 제품을 광고하여 처벌을 받았는지 공개되지는 않는다.
정리하자면, 공식 판매원이 직접 광고 내용을 정해 광고비를 지출한 것이 밝혀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도 처벌받지 않거나 ‘꼬리’만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높고, ‘꼬리’가 처벌받는 것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부당광고 사실이 밝혀졌던 많은 업체들이 아직도 버젓이 광고를 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행정 처분 받고도 ‘업그레이드’ ‘뉴’ ‘시즌 2’로 이름만 바꿔 재판매
2년 전에 SNS를 뒤덮었던 광고 중에, 마시기만 해도 다이어트가 된다는 ‘서양탕국’이라는 커피도 있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들어 있어서, 평소 마시는 커피를 해당 커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제품에 들어가 있는 기능성 원료는 아주 소량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일반적인 인스턴트 커피일 뿐이었다. 그러면서 가격은 5배 이상을 받았다. 더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하지도 않은 일반식품을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약처럼 광고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이 제품을 적발하고 행정처분을 요청했으며, 관련 기사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서양탕국’을 판매했던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여전히 ‘호화탕국 서양’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했다는 점만 과거와 다르다.
다른 문제도 있다. 어떤 판매 업체들은, 여러 개의 법인을 만들고 각기 사업자등록을 하여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해당 법인에 책임을 지우고, 다른 법인으로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URL은 다른’ 사이트에서, ‘같거나 비슷한 명칭의’ 제품을 계속 판매한다.
어차피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접 URL을 입력하여 제품을 사지 않기에, 사람들이 보기에는 과거 문제되었던 홈페이지가 그대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SNS마케팅으로 유명해진 물건들이 ‘시즌2’, ‘리뉴얼’, ‘뉴’ 등의 명칭을 공식 명칭으로 하고 있는 경우, 과거 행정처분이나 처벌을 받은 것을 피해가기 위해 마치 업그레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경우가 많다.
건강기능식품 등록은 제품명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에 광고했던 제품과 비슷한 이름으로 제품 등록을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건강기능식품조차 아니면서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했던 ‘크릴 오일’
비교적 최근 인기를 끌었던 제품 중에는 ‘크릴오일’이 있다. 혈류를 개선하고 비만을 없애며 치매까지 방지해 준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크릴 오일은 의약품처럼 보일 정도로 수많은 부당 광고를 해 왔다. 심지어 건강기능식품도 아니고 일반 식품에 불과한데도.
건강기능식품의 문턱은 높지 않다. 한 개의 임상 실험만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크릴 오일에 위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문제는 부당광고 뿐이 아니었다. 실제 제품에 중금속이나 알코올 등이 기준치보다 훨씬 많이 검출되는 사례까지 있어, 식약처에서 대대적으로 이를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되었던 크릴오일 대부분이 아직도 성황리에 판매 중이다.
크릴오일처럼 만약 건강기능식품 제조에서 문제가 발견되어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라면, 제조업체만 바꾸어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한 포장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애초에 판매업체가 처벌을 받은 것이 아니기에 판매업체에는 행정처분을 할 수 없고, 제조업체만 바꾸어 같은 이름으로 같은 제품을 판매한다 해도 이를 금지하거나 처벌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신고 걷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신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팔리고 있는 ‘다이어트 신발’은, 제품을 착용하지 않은 살이 찐 사진과 제품을 착용한 날씬한 사진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착용하고 걷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고 광고한다. 신발을 신고 걸은 사람이 살이 빠졌다는 데이터도 보여준다.
이건 부당광고일까? 애초에 먹는 것보다 더 많이 걸으면 살이 빠지니까, 문구 자체는 맞는 말이다. 걸어서 살을 뺀 데이터 역시 사실일 수 밖에 없다. 광고에 ‘이 신발을 신고 걸으면 다른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 살이 더 빠진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분명 부당한 기대를 주긴 하지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므로 부당광고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부당광고의 범위 자체도 문제이다. 분명히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사람에게 오인을 유발하고 부당한 기대를 주지만, 문장 자체만 뜯어보면 허위이거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례들이다. ‘신고 걷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신발’ 외에도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예컨대 ‘링티’라는 제품은 포도당과 식염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는 제품이다. 마셨을 때 숙취가 해소되고 피로가 풀린다는 말 자체는 거짓이 아니지만, 사실 그 효과는 편의점에서 주스를 사 마시거나 사탕을 하나 먹는 것과 차이가 없다. 오랫동안 인기리에 팔려 왔던 '이온음료'라는 것도 식염과 포도당을 섞은 물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링티의 차별점은, 비싼 가격이다.
분명 무언가 더 나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는 점에서 부당한 면이 있지만, 이 자체가 부당광고는 아니다. ‘링티’는 다만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에서 저런 문구를 사용해서 규제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보아 소비자에게 오인을 유발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허위가 아니라면, 우리 법에서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거짓말만 하지 않으면’ 되는 한국, ‘전체 맥락을 살피는’ 미국
미국에서는 랜햄법(Lanham Act)등의 소비자법을 통해, 과거부터 “상업광고 또는 판촉활동에 있어서 허위의, 또는 오인을 유발하는 사실의 진술(false or misleading description of fact in commercial advertising or promotion)”에 대해 규제해 왔다.
즉 전체적으로 보아 소비자를 오인할 수 있다면, 특정 문구로 직접 부당광고를 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규제나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켈로그 씨리얼,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 KFC등도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부당한 기대를 준다는 점에서 부당광고로 처벌을 받았다.
예로 켈로그는 제품 섭취시 아이들의 주의력이 20% 향상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켈로그 시리얼의 효과가 아니라 그냥 아침 식사의 효과였기에 부당광고로서 제재를 받았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처벌의 요건을 불명확하게 하는 것은 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고, 전방위적인 규제는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기에 함부로 규제 수위를 높이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
임시처리, 삭제조치, 명예훼손 고소 고발로 입막음까지
이렇듯 업체들이 법의 틈새를 파고들기에, 진실한 언론과 여론이 부당광고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판매 업체들은 이 부분에서도 많은 노력을 한다. 제품의 이름을 명시하여 비판하는 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처분 또는 삭제된다. 글을 쓴 사람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겪은 일이다. 필자는 현직 변호사임을 밝히고, 확실한 근거를 들어 ‘디톡스 발 패치’를 비판하는 글을 삭제가 불가능한 플랫폼인 ‘스팀잇’에 게재하였다. 손해배상 청구나 고소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얼마 후 필자가 일하는 법무법인 대표변호사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인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를 소개해달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통화를 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변호사님은 과거부터 SNS상에서 정의로운 말을 많이 하시는 분으로, 필자도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변호사님과 통화를 했더니, 그분은 자신이 발 패치 업체를 대리한다면서 글을 지워줄 것을 요청했다. 대표변호사와의 관계 등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지울 방법이 있다면 지우겠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스팀잇의 글은 삭제가 불가능하기에 그 뒤에도 글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 변호사님은 통화를 하면서 ‘젊은 변호사가 새로운 방식으로 영업을 해보려 하시는 것 같은데’라고 이야기했고, 필자는 ‘영업을 하려고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분이 허허 웃으면서, ‘아니 그러면 왜 글을 써요? 돈도 안 되는데?’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가격도 소액에, 효능도 없는 만큼 부작용도 없어… 고소 고발에도 소극적
물론 소비자가 부당광고를 신뢰하여 제품을 구매하였다가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 판매처를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로로 판매되는 대개의 물건은 3만원 혹은 5만원 이하의 소액 제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찮음과 비용을 감수하고 소송에 나서기보다는, ‘없는 돈이었던 셈 치자’고 지나가게 된다.
흔히 ‘시발비용’이라고도 말하는, 광고를 보고 큰 고려 없이 ‘지를 수 있는’ 물건들이 이런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대단한 효능이 없는 식품들이기에 대단한 부작용도 없기 마련이다. ‘효과가 없다’ 정도로는 소송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하는 것도 생각했으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지 않아 피해액이 제품 가격 정도로만 인정되는 현실에서 사람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한국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의 배상명령이나 과징금이 나오기도 한다.
자본주의에서 소비는 곧 제품에 대한 투표… 소비자들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부당광고를 법으로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체들은 법의 틈새를 파고들고, 정부 당국이 이런 업체들의 행동을 미리 알고 규제할 수도 없다. 위에서 말한 ‘거짓말은 아닌’ 광고를 규제하는 것도 어렵다. 식약처 등도 노력하고 있으나 현실적 한계는 분명하다. 대부분 피해액이 소액이라 피해자들도 소극적이다.
부당광고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개개인의 행동이 중요하다. 부당광고에 휘말리지 않는 안목을 가지는 것, 효과가 없거나 피해를 입은 경우 귀찮아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무엇보다 부당광고를 하는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 행위는 곧 해당 제품에 투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소비가 해당 제품과 기업에 영향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신중한 소비, 그리고 소비자로서 권익을 지켜내려는 권리 의식이 모일 때, 모두에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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