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33회, 믿음

2022.08.12 | 조회 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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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세상을 향한 나의 믿음이 처음으로 깨어진 건 언제였을까. 어렸을 적, 집에서 엄마 몰래 뽑기를 만들다가 소다를 넣지 않은 걸 깨달았을 때? (소다를 넣지 않은 설탕 뽑기는 새카맣게 타버렸고 나는 결국 새카맣게 타버린 쇠국자를 내다 버렸다. 그것은 너무나 커다란 쇠국자였기 때문에 그 행위는 금세 발각되었다.) 아니면 내가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나에게 세 번째로 좋아하는 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을 때?

  사실 우리가 믿음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우리가 믿음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믿음이 존재하지만 사실 현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믿음은 커다란 폐업세일 현수막을 걸어둔 채 언제나 정상영업을 하고 있는 길모퉁이 속옷가게의 폐업 같은 것이다. 그 폐업은 즉시적인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 대부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폐업의 진실을 믿는 손님(저렴한 가격만이 진실의 복음이다.)이 존재하는 한 속옷가게의 폐업은 사실 존재하며 다만 영원히 유예된다. 그러나 사장 가라사대 언젠가는 폐업할 것이라 이르되. 그러니까 폐업은 사실 존재하지만 당장 현존하진 않는다. 또한 종국엔 반드시 존재할 현재의 무한히 유예된 비존재랄까.

  이러한 믿음의 현재 부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믿음의 존재에 대해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믿음이라는 것은 일종의 트러스트 폴 같은 것이다. 높은 단상 끝에 등은 바깥을 향한 채로 선다. 양팔을 가슴 앞에 X자로 교차시킨 뒤 양손으로 어깨를 잡아 흔들림 없이 고정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신호에 맞춰 단상 아래로 몸을 던진다. 바닥으로 낙하하는 나의 밑에는 나를 받아줄, 혹은 그럴 것이라고 믿거나 기대되는 이들이 나의 낙하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거기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 믿지만 낙하 직전까지 그것을 확신할 수는 없다. 거기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믿음의 존재는 그 존재를 증명해야할 상황이 오기 전까진 실제로 그것이 존재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이를테면 신의 부재 증명 같은 것이다.

  내가 믿음에 대해 너무 비관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 오히려 아주 긍정하는 입장이다. 앞서 말한바 같이 믿음의 속성을 알기에 나는 누군가를 쉽게 믿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사람과 사물과 사건에 대해 내가 가능한 만큼의 믿음을 가진다. 나의 믿음의 존재와 강도는 오로지 나 자신에 의해 결정된다. 결코 여타의 다른 외부 요인이나 대상의 신뢰도 등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다. 나의 믿음의 정도는 현재 내가 얼마나 강인한가, 내가 얼마나 그 사실을, 상대를 믿고 싶은가, 믿어야 하는가 등에 따라 결정되며, 추가로 나의 컨디션과 주변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 또한 나는 언제나 모든 것을 믿고 싶다. 다만 변함없을 것이라는 혹은 누군가가 반드시 그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 혹은 '바람'과 '믿음' 그 둘 사이의 차이를 깨닫고, 확실히 구분하고 분별해 사고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Amar Bharati plans to continue his salute which has been held in the same position for decades
Amar Bharati plans to continue his salute which has been held in the same position for decades

  자신의 믿음과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5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한쪽 팔을 공중에 치켜들고 있는 남자가 있다. 인도 출신 Amar Bharati라는 남자다. 그의 행위는 일종의 신을 향한 경례인 동시에 그가 구도자로서 행하는 믿음과 평화를 향한 인도의 표시이다.  과거 평범한 은행원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Bharati1973년의 어느 날 자신을 힌두교의 신 시바(Shiva)에게 바치기로 결정한 뒤, 한쪽 팔을 공중에 치켜들고 신에 대한 헌신의 증거로 그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하기로 한다. Bharati는 이러한 수행을 시작한 뒤 첫 2년을 극심한 고통 속에서 보냈지만, 그 이후로 팔의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저는 세계가 평화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는 평화에 대한 기원과 Shiva에 대한 믿음으로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 수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History of Yesterday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싸우는가, 왜 우리 사이에 증오와 적의가 많은가요? 나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랍니다.” 라며 평화에 대한 자신의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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