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채햄
내가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소망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백만장자가 되거나 파이어하는 것이 아니라 홍진채와의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다. 사실 진채햄은 트레바리에서 활동하고있기 때문에 월 3만원만 내면 내 꿈을 이룰 수 있지만, 몬가 돈으로 그를 사고싶지 않다고 할까,,, 여튼 그런 비뚤어진 팬심이 있다.
Valley AI에서 보는 그가 나온 컨텐츠들, 그가 쓰는 글, <주식하는 마음>이나 <거인의 어깨> 같은 책들을 보면서 인생의 몇 번 없는 “이 사람처럼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학벌이나 자산이나 운용능력이 아니라, 자기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동시에 다른 이들을 구원하는 자세다. 이렇게 보니 보살이 따로 없다.
사실 그는 <라쿤자산운용>이라는 사모펀드를 운용하고있어서 대중적인 활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아래 골때리는 운용사 웹사이트 대문을 보면 그가 얼마나 털털한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버핏클럽>에 연재를 하거나, 온갖 유튜브에 나와서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도 못하는 진행자와 대담하면서 댓글로는 건방지다고 욕이나 들어먹는다. 그럼에도 그가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상당 부분 이타적인 게 아닌가 짐작해본다.
갑자기 홍진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려 그가 나의 블로그를 구독했기 때문이다. 그가 Vally AI 플랫폼에서 구독하는 단 38명 중 하나에 내가 속해있다.

사실 별다른 걸 올리고있지는 않은데, 아마 그의 글에 댓글은 단 것 때문에 구독해준 것 같기도하다. 이런데에 일희일비하고싶지는 않지만, 목표로 삼고있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기쁘다.
단점으로는 괜히 부담스러워서 뭔가 더 쓰기 어렵다. 그런데 글 리젠이 안 되어도 구독을 끊을 것만 같은 이 소녀같은 마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그런 것 같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이렇습니다. 라는 말은 참 어색하다. 개인이니까 당연히 개인적이겠지. 무언가를 대표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이라는 접두가 타당한 가능성이 한 가지 있다. 그 사람은 평소에 집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내 소속집단적으로 보기에는”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에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이라는 접두가 붙는 것이다.
집단적인 시각은 보편성을 표방하고, 이는 곧 역사나 법률에 기반한다. 의견보다는 기록에 가깝다. “~~같아요” 라고 붙이는 것도 이러한 층위에서 설명된다. 소속집단적 사고를 하기때문에 추정하는 것이다. 개인의 시각이면 습관적인 추정은 불필요하다.
부록으로, 이 내용을 클로드에게 먹이니까 다음과 같은 답이 왔다.
<재밌는 관찰이다. "개인적으로"가 유표적(marked) 표현이라는 점을 짚은 거니까. 무표적 상태가 이미 개인이라면 굳이 표시할 필요가 없고, 표시한다는 건 무표적 상태가 개인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유표적이라니. 무표적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찾아보니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예를 들면, "배우"와 "여배우"가 있다. "배우"가 무표적이고 "여배우"가 유표적이다. "여"라는 표지를 붙였다는 건, 표지가 없는 "배우"의 기본값이 남성이라는 뜻이 된다. 만약 배우의 기본값이 성별 중립이었다면 "여배우"라는 단어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까. 내 글에 피드백하는데 이런 수준의 어휘까지 쓰다니 조금 황당하고 송구스럽다. 황송하다는 말이다.
재활 클라이밍
반동거인이 올해들어 풋살을 시작했다. 부상을 조심하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경쟁스포츠라는 게 조심한다고 부상이 안 생기는 게 아니다. 참고로 생활체육 중 부상률 1위가 축구이고, 클라이밍은 생각보다 순위가 낮다. 사망률로 따지자면 클라이밍이 불리하겠지만. 여하간 나는 아이의 생에 첫 심부름을 따라가지 않는 심정으로 반동거인을 풋살장에 보냈다. 참고로 아이의 생에 첫 심부름을 따라가는 심정은 넷플릭스 <나의 첫 심부름>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꽤나 빠른 시일에 반동거인은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고 왔다. 그나마 누가 밀거나 차거나 밟거나 도발해서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남을 원망을 하자면 끊임이 없으니 말이다. 반동거인은 2주간 깁스를 하고 2주간 얌전히 지내더니 문득 재활 목적의 클라이밍을 하겠다고 나를 따라나섰고, 안타깝게도 재활 클라이밍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구제불능
나는 구제불능이라는 말을 몰래 좋아한다. 길티플레져 같은 것이다. <구제>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엮이는 단어는 단연 <중생>일 것이다. 중생 구제는 불교에서 온 말이고, 중생이란 곧 만민을 의미하니 부처의 눈으로 보자면 모든 이가 구제의 대상이다.
동시에 <구제>와 두 번째로 많이 엮이는 단어는 단연 <불능>이다. 내가 구제불능이라는 말을 할 때는 부처님이 와도 포기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 보통 “구제… 불능이네요…” 와 같이 사이를 두고 이야기해서 구제와 불능의 거리감을 강조한다.
안토 서울
회사 휴양시설에 당첨되어서 북한산의 초고급 리조트인 안토 서울에 다녀왔다. 무려 2박 3일.
우리 회사는 휴양시설을 경매하는데, 자원은 미사용일수다. 즉 1년간 휴양시설을 안 쓰면 365일이 모이고, 그걸 특정 날짜 특정 휴양시설에 베팅해서 가장 미사용일수가 많은 사람이 해당 시설을 획득하고, 미사용일수가 소진되는 구성이다. 참고로 나는 매달 피벗테이블을 돌려서 베팅을 했었고, 무려 850일을 걸어서 안토 서울을 따냈다.
리조트는 엄청나게 고급스러웠는데, 무엇보다 사람이 충격적일 정도로 없었다. 회사가 멤버스 등급이라 전용 인피니티풀과 자쿠지가 있었는데, 아무리 멤버스 전용이래도 사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없냐면 사우나에 큰 목욕탕도 있었는데 나밖에 없어서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면서 목욕을 했다. 저녁에 불이 켜진 객실이 한 동 20실에 4개 정도였다. 북한산 바로 아래에 있으니 특별히 외국인이 올만한 곳도 아니고, 그나마 본 대부분 고객들은 40대에서 60대 사이였다. 결국 인피니티풀과 야외 자쿠지에서 비니키 입고 사진 찍을만한 젊고 돈과 시간이 많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냐 하는 문제다. 지금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한화가 작년에 매입을 했다는데, 조만간 또 매물로 나오지않을까 싶다. 내가 본 객실 점유율은 20% 수준이니까.
![thebell NewsView[한화그룹 안토 프로젝트]그룹 자산 활용, 매출 117% 증가 목표](https://cdn.maily.so/202603/theonlysentence/1774795419124688.png)

물론 나에게는 슈퍼땡큐한 일이었고, 우리는 아예 숙소를 나가지 않고 2박3일을 양서류마냥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가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물에 너무 자주 들어가니까 오히려 얼굴이 건조해서 피부가 뒤집어졌다. 역시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탈이 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한다던가. 여튼 대단히 호강했다.

끝나고는 바로 집에 가기가 아쉬워서 워터 소믈리에, 그러니까 물믈리에가 한다는 금호동 카페에 가보기로 했고, 그 집 리뷰를 보다가 “만두먹고 왔어요~” 라는 주책맞은 소리에 걸려들어서 만두집도 갔다. 간만에 길바닥에서 스팀마사지를 받으면서 만두를 한 판씩 노나먹었다. 카페에서 반동거인은 물믈리에가 예전에는 물맛도 보라도 가져다주고 그랬는데 초심을 잃었다면서 허영만의 식객에 나오는 고수 할아버지 같은 대사를 쳤다.
내권화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걸 봤다. 중국의 젊은 세대의 무기력증을 네이쥐안, 내권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내권화란 Involution, 풀이하자면 내부로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류학자 Clifford Geertz가 1963년 인도네시아 자바의 벼농사를 관찰하고 내놓은 개념으로, 경작 가능한 토지가 확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인구는 계속 늘어나니까, 농민들이 같은 논에 점점 더 정교하고 노동집약적인 기술을 투입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핵심은 양적 확장없이 내부적 정교화만 반복되는 상태라는 점이다. 정체된 상황에서 복잡해지기만 한다는 뜻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매년 매출이 정량적으로 10%씩만 성장하는데, 사실상 인플레를 따르는 모양새라서 심지어 CEO조차 코로나 기간동안의 매출상승에 대해서 “관성적인 성장이다” 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위에서 보기에 그럼직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이처럼 성장이 고정된 회사에서는 조직별로 이상한 지표를 만들어서 그것을 추종하는데, 이는 실질적인 매출상승과는 무관하며 서비스를 점점 복잡하게만 만든다. 신사업을 하는데 아무도 그게 될거라고 믿지 않거나, 서비스 개편을 하는데 실무자도 왜 하는지 이해를 못 하는 식이다. 이게 내권화가 아니고 뭐람. 하지만 할 일이 없으면 뭐라도 만들어서 해야한다.
C레벨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이는 자본적 한계수익체감으로 정의된 바 있다. 포트폴리오에 보유한 가장 좋은 사업이 모든 재투자를 받아내지 못하므로 2티어 사업에 투자해야하고, 이렇게 내려가다보면 저질 사업에까지 손을 대야하는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일정 수준(WACC) 미만의 투자수익률(ROIC)이 기대된다면 차라리 주주환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K 오너 기업이라 그럴 개연성이 없다. 마찬가지로 직원인 나도 짤릴 일이 없는 K 노동자이므로 어쩌면 우리는 같은 팀일런지도 모르겠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