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 in Berlin] 03. 오늘 여정의 최종 편집권도 나에게

바우하우스 투어를 다녀오면서

2024.05.09 | 조회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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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in Berlin

베를린을 여행하며 느낀 순간순간을 공유합니다 :)

*사진이 깨지는 분들은 우측 상단 [웹에서 보기]를 눌러주세요!

Bauhaus dessau ⓒeor.soel
Bauhaus dessau ⓒeor.soel

Hallo, 구독자! 오늘은 독일식으로 인사를 건네봅니다. 그런데 저 하루 만에 정정할 게 생겼어요. 베를린에 온 뒤 바른 어린이처럼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하고 있다고 말한 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 거하게 늦잠을 자버렸지 뭐예요 ^^.... 굉장히 머쓱하더군요.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은 바우하우스 투어를 위해 베를린에서 2시간 걸리는 '데사우'로 떠나는 날이었는데요, 늦잠을 자버려서 눈을 뜨자마자 허겁지겁 기차역으로 달려갔답니다. 어쩐지 이번 여행은 너-무 순탄하다고 했더니,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나 봐요.

그럼 정신없이 떠난 오늘의 여행에서 만난 순간도 공유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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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우당탕탕 떠난 바우하우스 투어

혹시 '바우하우스'를 아시나요? 건축이나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바우하우스는 20세기 초반에 독일에 설립된 시각/조형예술 학교로, 나치로 인해 폐쇄되기까지 딱 14년 운영되었음에도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어요. 브라운의 수장인 디터람스나 애플의 디자인도 결국 그 뿌리가 바우하우스로부터 왔다고 보기도 하고요.

ⓒbauhaus-dessau
ⓒbauhaus-dessau

저도 얕게 관심있는 수준이라 엄청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바우하우스의 터가 가까이 있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더라고요. 급하게 벼락치기 공부를 하며 기대했는데 늦잠으로 인해 출발선부터 꼬였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기차에서 남긴 일기 일부를 발췌하며 편지를 대신하려고 해요. 

 

그럼 그렇지, 한국에서의 나로 돌아왔는지 거하게 늦잠을 자버려서 허둥지둥 출발한 바우하우스로의 여행. 어제 미처 다 못본 바우하우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영상을 틀어두고, 어떤 동선으로 봐야 하는지 블로그 후기를 검색하고 또 검색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마침내 도착한 바우하우스의 본고장 데사우. 그런데 이게 무슨일일까- 어제 교체한 유심 탓인지 데이터가 아예 터지지 않는 것이다. 나 시간 없는데… 울상을 지으며 구글맵을 겨우 펼쳐놓고 더듬더듬 길을 찾아갔다. (...)

솔직히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첫인상은 '실망'이었다. 공사로 건물 외관에 로고가 없다는 사실을 알긴 했지만, 캠퍼스로 쓰이던 건물에서 생각보다 볼 수 있는 구역이 별로 없던 것. 특별전시 구역은 내가 기대하고 상상하던 바우하우스 느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어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1층 한 구석은 전시 준비 중이라서 아예 볼 수도 없었다. ‘나도 학생들이 찍었다는 그 원형 구조물에서 인증샷 찍고 싶었는데…’ '이렇게 멋진 밑바탕을 가지고 왜 기념품을 이정도 밖에 못 만들지? 사고 싶은 게 하나도 없네.' 이렇게 돌아다니는 내내 투덜투덜. (...)

그렇게 큰 기대 없이 이동한 마에스터하우스에서는 미리 예습(?)한 교수진들의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다시금 설레는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다. 단순 사택이 아니라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건물의 디테일과 과거 실제로 사용하던 모습들, 은은하게 숨겨져 있는데 그게 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색 조합까지. '하...나 모던 좋아했네', '내 드림하우스가 여기 있었네-'하면서 바우하우스 시절 교수진이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마구 상상했다. (...)

100주년 기념박물관에 이동한 뒤로는 정말 나에게 드물게 찾아오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그것도 다른 학생들과 부대끼며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로지 지식을 축적하고 그걸 펼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고, 또 그 과정으로 향하며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이리도 아름답다니. 열의가 가득 찬 바우하우스 학생들의 인터뷰 답변에서도, 세상에 질문을 던지며 디자인의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건축학도나 디자인 전공자들이 보면 훨씬 더 깊이 있는 다른 구석을 발견하겠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 감정을 끌어올린 것만으로 충분했다.

학교 기숙사에서는 드물게 발코니를 도입한 바우하우스의 기숙사ⓒeor.soel
학교 기숙사에서는 드물게 발코니를 도입한 바우하우스의 기숙사ⓒeor.soel
마에스터하우스(교수진 사택)의 과거 모습 ⓒeor.soel
마에스터하우스(교수진 사택)의 과거 모습 ⓒeor.soel
마에스터하우스의 외관 ⓒeor.soel
마에스터하우스의 외관 ⓒeor.soel
과거 도면과 학생들 모습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던 바우하우스 뮤지엄 ⓒeor.soel
과거 도면과 학생들 모습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던 바우하우스 뮤지엄 ⓒeor.s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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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보러 가고, 경험하는 데 있어서 인증샷이나 기념품, 혹은 최적의 동선이 중요한 건 아닌데, 초반에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조급함과 하나라도 더 얻어가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에 제대로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한 건 아닌가 싶어요.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를 남기는 것보다 나에게 와닿는 딱 한 순간만 있으면 그걸로 됐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은 뒤에야 조금 더 편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즐겁게 관람했던 마에스터하우스도 전시 기획의 관점으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가이드 투어를 들었으면 또 달랐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그 건물이 지어진 뒷면의 스토리를 알고 갔기 때문에, 결국 그 결과물을 만들고 또 실제로 사용했던 '사람'에 집중하면서 봤기 때문에 아쉬운 구석이 다 무슨 상관이람~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나서 최근 읽은 최혜진 작가님의 <에디토리얼씽킹>이라는 책에 나온 [의미의 최종 편집권은 나에게 있다]이라는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결국 이 경험을 어떻게 소화하고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역시 '나'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달까요.

구독자님의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혹은 어떻게 남기고 싶어요? 어떤 방향으로든 부디 본인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길 바라며, tschüss-

ⓒeor.soel
ⓒeor.soel

- 2024. 05. 08 | 드림하우스를 꾸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리면서.... 베를린에서 씀 -


contents

✍🏻 바우하우스를 알고 싶다면 

저의 벼락치기 바우하우스 공부 선생님 중 한 분....!! 다른 분들은 바우하우스보다 디터람스나 브라운사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많은데, 이분은 역사를 꽤 자세하게 잘 훑어주시더라고요. 바우하우스가 도대체 뭔데? 하고 궁금증 가지신 분들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공유드려요! 

 

tip

💡 베를린에서 데사우 가는 법

베를린에서 데사우로 가는 건 검색하면 많이 나오긴 하지만, 레터 읽고 궁금하신 분들은 바로 확인하실 수 있도록 정리해둘게요.

교통 | Brandenburg-Berlin-Ticket : 기차표를 별도로 끊는 것보다 왕복이 한 번에 처리되는 이 티켓을 끊는 게 저렴해요. 33유로인데 티켓 하나로 최대 5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일행이 없다면 유랑 등에서 동행을 구해서 가시는 것도 좋아요. (저는..혼자..다..냈어요..🥹) 베를린 대부분의 큰 역을 다 지나가니 숙소와 가까운 곳에서 플랫폼 확인하고 타신 뒤 데사우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인터넷에서 예매하면 pdf로 티켓 받을 수 있어서 편하지만, 현장 예매도 가능하다고 해요. 사실 베를린은 지하철이든 s반이든 기차든... 티켓을 잘 확인하지 않아요 ^^ 그래도 무임승차하면 벌금이 크다고 하니 예매는 해줍시다 ㅎㅎ

입장권 | All-in-one Ticket: 데사우의 바우하우스 관련 입장권은 각 9유로! 3개 이상 방문할 거면 25유로인 올인원 티켓(학생할인 15유로)을 사는 게 이득입니다. 저는 늦게 가서 싱글티켓으로 구매할까...? 했는데 올인원을 사길 잘했다 싶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5시간 동안 3개 다 봤어요. (대신 밥을 안먹음ㅎ) 물론 뮤지엄에 엄~~청 자료가 많아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거기서만 몇 시간씩 있는 것도 가능할듯. 

바우하우스 데사우~마에스터하우스~바우하우스뮤지엄(100주년 기념관)이 제일 많이 가는 코스이고 이외에도 바우하우스 시절에 만든 건축물 등을 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 많이 없는 편이라서 굳이 미리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서 보고 사도 충분해요. 

*가이드 투어(독어/영어)는 별도로 추가금 및 시간이 있으니 위 사이트를 확인해 주세요.
** 개인적으로 바우하우스 기숙사 숙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글룸 55유로로 유럽 숙소치고 가격이 합리적이고 데사우에 여유롭게 머무르며 특별한 경험을 찾는 분들은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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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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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탱

    1
    4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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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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