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는 묵음이라고 누가 그래? D가 묵음이야.

'H는 묵음이야.' 듣기만 해도 맛있는 아몬드가 바로 떠오르는 유명한 이 카피. 구독자 님은 이 카피를 들으면 누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누가 뭐래도 원조 전지현 님 VS 새로운 대세 한소희 님

그런데 사실 이 두 분의 광고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그것도 무려 9년 전부터 이 카피를 쓴 진짜 '오리지널'이 있으셨다는 사실 아셨나요? 'Django, The D is silent'  이름은 장고, D는 묵음이라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 남자. 이번 주 볼거리에서 만나보세요. 

배우의 감정 수업 

전에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내가 처음으로 영화 촬영 현장에 간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처음으로 전문 배우들과 함께 일해본 나에겐 영화 촬영 현장은 신세계였다.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을 알아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의 '흡연'이었다. 리딩이 끝나고 휴식하는 시간에도, 촬영장에서도 본인 씬이 끝나면 그들은 바로 흡연을 위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촬영이 끝나고 배우 중 한 분과 근처 역으로 걸어가며 '배우는 기관지 관리를 잘 해야 되는데 다들 담배를 왜 이렇게 많이 피냐'고 묻자 그 형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배우하는 사람들 중에 양아치가 많아’ 

왜냐는 나의 질문에 형은 ‘음… 양아치는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감정 표현을 잘하니까 그래’라는 대답을 남겼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면서 얼마나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지였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결핍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그 감정을 즉시 표현하고, 순간마다 느끼는 희노애락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커가면서 어느 순간부턴 감정을 표현하면 '지는 것'이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도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고 감정을 절제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자신이 현재 느끼고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대다수의 여론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기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감정표현은 점점 녹슬어갔다. 그래서 성장할수록 점점 희미해져가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인 연기가 재밌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인물이 무슨 동기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지를 연구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연구해낸 인물을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녹슬었던 감정에 충실해지고, 인물과 일체화되어 그 감정들을 원 없이 표출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상당하다.

사회생활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제약에서 벗어나는 해방감도 이루 말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러한 감정 표현을 죽이는 법을 훈련받아 왔기 때문에 이를 다시 일깨우는 훈련도 필요하다. 일종의 재활 치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이오프랙터가 몸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몸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처럼, 우리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을 이해하고 필요할 시에 이를 지양하는 법을 배워나가면서 연기의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성장하면서 감정을 절제할 줄 알게 되는 것이 나쁜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정에 너무 솔직해지면 남들이 상처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부적절한 상황에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게 되면 분명 현명한 해결법을 찾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잠시나마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연기의 가장 큰 매력이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잠시 내려두고 다른 인물이 되어서 현실을 벗어나 허구의 세상에서 표현하고 싶은 대로 맘껏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어른들이 뜨거운 국밥을 후루룩 마시며 '시원하다'는 감탄사를 내뱉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는 시간이 흘러 <장고>를 보며 "거 시원하게 잘 죽인다!"를 연신 내뱉는 훌륭한 어른으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섹스, 폭력 등 영화에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한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중에서 '폭력'이라는 요소를 가장 잘 활용하는 거장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폭력이 특별한 이유는 상황에 따라 폭력을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장고>에서 폭력은 노예에서 현상금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인물의 해방감을 표현하는 장치가 되기도 하고, 비참한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과장된 사운드와 효과를 통해, 때로는 정적인 동작과 오디오를 통해 보여주는 이 영화의 다양한 종류의 폭력은 분명 같은 것이지만 연출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자극적이면서도 통쾌한 액션을 맛보고 싶다면,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감독과 조금 가까워지고 싶다면 강렬한 조미료 같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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