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주

몇 년 전에 이뤘던 성공적인 다이어트는 주어진 환경 덕을 많이 봤다.

-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식당 및 주점 방문이 불편함
- 연고도 없고 서울 가는 데도 오래 걸리는 부평에서 자취함
- 근무시간이 ‘화~토, 14시~23시’라서 친구 만나기 어려움

술 마시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유일한 낙이자 최고의 취미를 한순간에 빼앗겼다. 다행히 그로 인해 우울에 빠지진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된 거 금주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이처럼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 금주 기회가 인생에 다시 없었다. ‘술 끊으려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마음 편한 음주 라이프에 도움될 것이라는 계산도 들어갔다.

그런 김에 운동도 시작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해보자 싶어 난생 처음 퍼스널 트레이닝(PT)도 받았다. 주 5회 센터에 간다. PT 3회, 자유 운동 2회다. 오전 9시 혹은 10시에 시작해 약 1시간 30분 정도 운동한다. 자유 운동 때도 트레이너가 루틴을 알려준다. 식단은 물론 구체적인 제품까지 추천해준다. 그야말로 시킨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트레이너는 내가 위와 같은 사정으로 금주 중이라고 했더니 굉장히 좋아했다.

금주는 약 200일 간 이어졌다. 친구들은 “쟤 다음주 쯤 ‘맥주는 술이 아니지! 우하하!’거리고 있을 것”이라며 비웃었지만 보란듯이 해냈다. 처음부터 단언하진 않았다. 스스로를 못 믿었다. 성인이 된 후 내 삶은 술이 가능케 한 것들로 가득했으니까. 즐기는 음식, 여행의 풍경, 소비 패턴, 특별한 순간, 인간관계, 심지어 성격까지. 여러모로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술'이었음을 부정할 길이 없다. 그 길로 나갈 생각도 없지만.

이후 3년 반이 지났다. 10kg 넘게 줄인 몸무게와 D형에 가깝게 만들어 놓은 인바디 측정 결과는 서서히 본래대로 돌아왔다. 몸무게는 그대로 10kg 넘게 불었고 인바디 측정 결과 또한 C형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그때 나는 20대였고 지금 나는 30대라는 점이다. 수치가 더 좋아도 모자랄 판에 같다니. 명백한 후퇴였다. 잘 입고 다니던 옷들이 몸에 꽉 끼어서 도저히 입을 수 없었다. 오버핏이었던 게 슬림핏이 돼버렸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만큼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 식당 및 주점은 언제든지 갈 수 있음
- 중심부에서 멀지만 서울에 살고 있음
- 근무시간이 일반적이거나 자유로움

PT를 턱턱 받을 만큼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도 않다. 그러니 이번엔 모든 걸 셀프로 해내야 한다. 나는 과거에 내가 해낸 것이라고 해서 지금도 그때처럼 해낼 수 있다고 방심하는 사람이 아니다. 현 시점의 내 의지와 능력을 감안해서 계획을 짜야 했다.

1. 라면을 끊고 유산소운동을 하자
2. 술을 줄이고 근력운동도 하자
3. 술을 끊고 체계적 운동을 하자
4. 식단을 병행하며 운동을 하자

지금은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라면을 끊은 지 50일이 됐다. 유산소운동은 주 4~5회 한다. 2주 전부터는 술을 줄였다. 주 1~2회 마신다(줄인 거 맞다). 근력운동도 조금씩 더하고 있다. 운동에 질리지 않게 가끔 야외 러닝을 하고 주 2회 탁구 레슨을 받는다. 너무 귀찮은 날도 커버할 수 있도록 실내자전거도 들였다(빨래 건조대로 전락하지 않았다). 목표는 11월 중순.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시기라 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결혼 아님). 우연이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때와 시기적으로 겹친다. 느낌이 좋다.

1️⃣
베티나 슈탕네트의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을 읽고 매주 한 단락을 인용하며 짧은 감상문을 붙이고 있습니다. 추후 진행할 독서모임에서 제 의견을 발제하는 데 기초 재료로 쓰일 예정입니다. 이 레터를 월 2회 정도 보내니까 매번 2편씩 소개하게 되겠네요. 이번엔 🇩🇪 과대평가는 금물과 🇩🇪 우선순위입니다.

2️⃣
후쿠오카에 다녀와서 짧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맛집이나 명소를 비롯해 이런 저런 것에 대한 짧은 리뷰+소개 글을 간간히 올리려고 합니다. 후쿠오카로는 일단 두 편을 썼네요. 2회차 방문 장어덮밥 맛집을 소개한 야나가와야 세이로무시, 밥 먹기 전에 들러서 산책한 후쿠오카 성터를 소개한 초여름, 후쿠오카 성터입니다.

3️⃣
손현 작가님의 <아무튼, 테니스>를 읽고 독후감상문 테니스와 인생을 썼습니다. 이 글은 꽤 마음에 들어서 몇 번 퇴고를 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마침 작가님이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보통은 눈팅만 하고 조용히 '하트'만 누르고 가는데, 리뷰를 너무 재밌게 잘 쓰셔서 댓글로나마 감사 인사”를 주셔서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문장 수집은 남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성실한 독자로 포지셔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리추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250505-250518

다 읽은 책은
📚 손현 <아무튼, 테니스>

계속 읽고 있는 책은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베티 슈탕네트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은
📖 박지우 <찰랑한 나날>

⚽️ 해외축구 시즌이 끝났습니다.
아스날 팬으로서 복잡한 심정으로 지켜본 시즌이었습니다. 최고의 경기는 5-1로 찍어누른 맨시티 전, 라이스의 원더풀 프리킥 두 골로 잡아낸 레알 전입니다. 그 두 골은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이고 그걸 넣은 라이스는 이번 시즌 최고의 선수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기는 챔스 4강 2차전을 앞둔 채 풀주전 돌리고도 진 본머스 전입니다. 최악의 선수는 미안하지만 외데고르. 챔스 4강과 리그 2위, 성적은 좋았으나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진짜 잘 좀 해봅시다.

🚶 그냥 걸었어 2편으로 망원에 다녀왔습니다.
명동, 종로, 혜화를 돌았던 지난 번에 비해 날이 더워진 만큼 덜 걷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2만 5천보 정도 걸었습니다. 오후 1시 쯤 상수에 내려 푸글렌을 들렀고 망원으로 이동해 동네를 돌았습니다. 한강공원에 들러 피크닉 온 사람들을 구경했고 홍제천 쪽 산책로를 따라 마포구청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월드컵경기장 앞에 잠시 앉아서 쉬다가 지하철을 타고 다시 상수로 이동. 버들골 이야기에서 대삼치구이와 두부김치를 안주로 소주 한 잔 했어요. 다음엔 어디로 갈까나.

🗳️ 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누굴 뽑아야 할지 딱히 고민은 없었습니다. 저는 정치 고관여층은 아니지만 중도층은 또 아니거든요. 첫 투표가 2012년 대통령 선거였는데 그때를 제외하곤 꽤 일관적으로 투표해왔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같이 간 애인은 모바일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요. 바로 얼마 전에 유심칩을 교체하는 바람에 못했습니다. PASS 앱에 실물 신분증으로 다시 인증해야 하는데 그걸 안해놨거든요. SKT 놈들 여러모로 귀찮게 하네요.

📆 오랜만에 페이지 플래너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잡지사 다닐 때 매달 썼는데요. 템플릿이 따로 없어서 기억에 의존해 한 땀 한 땀 만들었습니다. 이걸 왜 만들었냐?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보려고 하거든요. 무려 6개월 짜리. 꽤 품이 들 것 같긴 하지만 아이디어 짜고 기획하는데 벌써 재밌습니다. 간트 차트도 만들었어요. 이것 역시 한 땀 한 땀…스프레드 시트(엑셀)에 그리 능숙한 편은 아닌데, GPT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네요. 이제 실업급여 수급이 끝나면 리소스가 달라질 테지만…일단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