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의 사적인 일기를 회고합니다

구독자님 안녕! 위 스트리트 wui예요.

5월의 첫 주 평일은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연휴가 함께 있어서 아주 새로운 기분이기도 해요. 그렇지 않나요?

아차, 월요일에 받은 위 스트리트는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작성할 때도 참 과하게 내용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메일을 보내고 나니 정말 과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시행착오를 겪은 첫 뉴스레터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평일을 마감하는 금요일에는 좀 더 감정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어떤 글을 써서 보내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저의 지난 일기들을 한번 살펴봤어요. 2021년은 제가 학부 전공을 뒤로 하고, UIUX 디자인이라는 새 분야에 도전한 일년이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과 깨달음을 담은 일기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낯간지러움 주의) 그중 여러 편을 골라 구독자님에게 드리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부디 평화로운 평일 마감과 더불어 신나는 연휴 보내시길 바라요!

🔝 시간이 되신다면 꼭 들어보세요!

처음 자취할 때도 이렇게 울진 않았는데 이제서야 눈물을 터뜨린 건 - 2월 19일

그리고 나처럼 억지로 삼키고 있던 것을 끌어안은 순간 못 참고 소리 내어 울었던 엄마 그런 엄마의 등을 가만히 토닥여줄 수밖에는 없었던 건 엄마도 나도 이번 이사가 단순히 지역을 옮기는 게 아니라 평생 명찰처럼 달고 살았던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 이제는 정말 싫든 좋든 무너져도 일어서야 한다는 것 앞으로는 나도 엄마에게 기댈 수 없고 엄마도 나를 함부로 위로할 수 없다는 것 더는 아이가 아니고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모든 상황과 감정들이 배웅할 때 휘몰아치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멋진 여자가 되라고 했고 나는 고난으로부터 감히 깎여나가기로 다짐했다

힘든 며칠을 견뎌내면서 든 생각 - 3월 14일

인생은 어느 때에 갑자기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매번 겪어야만 하는 고난의 틈 속에서 나를 거쳐 흘러가는 잠시의 좋은 순간들이 행복이다 예를 들면 평일 내내 공부하느라 괴로웠던 내게 주어진 하루의 휴일 친구들과 나눈 대화 맛있는 디저트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예쁜 풍경 같은

어떤 직업으로 밥벌이를 하고 살든 어렵고 괴롭다 화가 나는 일들은 계속 나타난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그런 순간들을 좀 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데 여기서 좋아하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데서 그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해냄으로써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일이어야 한다 자아 표현의 수단을 일로 삼으면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방황하기 쉽다 (특히 창조하는 무언가의 경우)

교만은 실패와 무기력의 씨앗이다

나 지금 열등감에 쩔었구나 부끄럽다 - 6월 1일

계속 떠올라 초라한 내 것과 누가 봐도 프로 같던 그 사람의 작업물이 그러니까 내가 만든 건 그냥 그것인 거고 그 사람이 만든 건 작업물이라고 보일 정도로 돌아보면 그는 항상 한 단계 더 굉장한 걸 가져왔었지 나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발을 내민 거였는데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괴로워 나도 당신처럼 하고 싶어 당신보다 더 잘 만들고 싶어 그렇게 며칠을 끙끙 앓고 나서야 아 내가 부러워서 이러는 거구나 깨달았지만

식욕도 없고 아무런 기력도 없이 삶을 피하려고 쭉 자다가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속으로만 울고 밖에 나가서 좀 걷다가 이제서야 제대로 마주하는 나의 두려움 열등감 그리고 내 연약함 이제서야 입맛이 돌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 11월 20일

분명 나는 점차 선망하던 모습이 되어가고 있어 그건 확실해 나의 외형이 내면이 살아가는 방법이 결국 바꿔버린 진로도 욕심도 전부 그렇게 말해주고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부족함으로부터 비롯된 이 답답한 상태를 회피하려 나의 음지로 들어가지 않는 것 피하고 싶을 때 난관을 헤쳐나가고 싶지 않을 때는 아주 사소한 습관부터 꼭 지키려고 애를 쓸 것

마지막으로 좀 많이 어설프더라도 자꾸만 실수를 하더라도 기죽지 말고 탓하지 말고 지금은 충분히 하찮을 수 있어 괜찮아 좀 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자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았어 정말이야

요즘 나 자신에게 되뇌이는 말 - 12월 4일

진정해라

지금 상황이 네가 느끼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

그렇게 짧고 쉽게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니다

조급해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안 망한다

그러니까 꿈꾸던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 마지막 일기

너는 꿈을 꾸고 그걸 이루기 위해 매일을 노력하겠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룰 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 나의 꿈을 이룬 다른 누군가를 보며 부러워하고 슬퍼하진 않을까 불안에 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삶이 끝난 건 아니라고 꿈꾸던 그대로 되지 않아도 너는 그냥 너로 살면 되는 거고 상황에 맞게 다른 방법으로 또 이루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예술가가 되지 않아도 직장을 다니면서 소소하게 만든 무언가를 사람들과 나누며 즐거워해도 되고 그걸로 좋아하는 가수의 덕질을 해도 되는 일이고 예술 그 자체는 될 수 없어도 삶에 아름다움을 조금씩 스며들게 하면서 살아가면 그것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기회도 선택지도 많아 그냥 사랑하자

저는 새삼 일기를 다시 보니 감정적으로 과격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전혀 새로운 분야를 배우며 이렇게 많은 등락을 경험했다는 게 다소 놀랍기도 하네요. 그리고 결국에는 또 새로운 타협점을 찾으며 나름의 안정을 만든 것까지도요.

구독자님은 저의 일기를 읽으며 무엇을 느끼셨나요? 저의 메일리 사이트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