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나의 스물여섯 사춘기에게.
2023.11.30. (목)
안녕하세요. 지녕입니다! :>
EP 1. 나의 스물여섯 사춘기에게.
여러분은 슬픔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저는 주로 혼자 엉엉 울곤 한답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펑펑 소리내면서 울거나, 혼자 마음속으로 울기도 해요.
정말 서럽게 울고 싶은데 눈물도 나지 않는 그런 날도 있는데
그럴 땐 일부러 슬픈 노래를 듣거나, 영화나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찾아봐요.
'노래가 너무 슬퍼서', '드라마가 너무 슬퍼서' 라고 핑계를 대며
그 눈물에 제 모든 감정들을 함께 흘려보내곤 해요.
이 노래처럼요.
저는 올 해 8월에 다니던 회사에서 6개월만에 퇴사를 했어요.
아동학대와 관련한 일을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1년은 버텨보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어요.
책임감 없이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었거든요.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무너지게 되었어요.
(나머지 긴 이야기는 추후 연재 예정이라,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와주세요!)
https://tobe.aladin.co.kr/s/7892
그래서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이 회복하고, 작년에 취준을 하느라 떨어졌던 시험을 다시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손이 느리고, 조금은 답답한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눈치도 없고 답답한 면이 있었지만, 저의 장점인 우직함과 단단함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요즘 부모님은 저에게 '생각 좀 하고 살아라.' 라고 이야기 하세요.
저의 답답한 부분들이 생각을 안 하고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봐요. (물론 저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너무 개인적이라 이야기 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 많지만...
이런 대화 끝에는 늘 다양한 이야기들이 따라붙고,
부모님이 하시는 '맞는 말'에 저는 항상 아무 말도 뱉지 못합니다.
하고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는데,
결국 항상 아무 말도 뱉지 못했어요.
오늘도 아침운동을 하고 집으로 왔어요.
어제 저녁에 아빠와 동생이 내일 집 앞 백화점으로 옷을 사러 가자고 했지만,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그냥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도서관으로 갔어요.
동생한테 걸려온 옷 사러 안 가냐는 전화에 저는,
"나 얼마 전에 사서 옷 많아. 그냥 아빠랑 둘이 다녀와."
라고 이야기 했어요.
정말 옷이 많았는지, 마음이 멀었던건지. 아빠도 나름대로 서운했나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혼자 도서관 옥상으로 올라가 벤치에 앉아서 몇 번이고 문자를 읽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평소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엄마가 보낸 문자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요즘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26살에 말이죠.
아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함, 내가 누구인지 이제야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린 나이.
'아직은 젊으니까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기껏 위로해둔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불안함과 막막함.
이 모든 것들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서 설득시킬 자신도 없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기분입니다.
나는 분명 내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자꾸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불안함과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네요.
그리고, 가족은 정말 어려운 존재인 것 같습니다.
나만 이러고 사는지, 다들 이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살아오신건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고 싶은 11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책을 좀 읽어야겠습니다.
두서없는 혼잣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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