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_ 일단 운 좋게 첫 인턴을 잘 뚫은 것 같다. 막연히 컨설팅 인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첫 인턴이 컨설팅이 될 줄은 몰랐다.
__ 프로젝트 운이 좋았다. 영국 팀과 함께 일하면서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인 영어를 최대한으로 leverage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Firm 안에서도 상당히 큰 프로젝트에 속했고, 프로젝트 내용도 상당히 어려웠던 만큼, 잘했다고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굉장히 많이 배웠다.
__ 나에 대해서 깨달은 점이 꽤 많다. 나는 꽤나 완벽을 추구하는 듯하다.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시작을 잘 안 하고, 결과물을 낼 때 맘에 안 들면 시간을 무조건 더 써서라도 내가 정한 허들에 맞춘다. 필요한 말만 하면 되는데 앞에 자꾸 이상한 사족을 붙인다. 예) “이 자료는 어디서 찾았어요?” 라는 질문에 “구글에서 찾았습니다!” 하면 되는데 “아 제가 네이버에서 찾았더니 잘 안 나와서 구글에 들어가서 이 키워드로 찾았더니 나왔습니다!“라고 답하는 형태.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생각보다 늦게까지 일하는 거에 대해 불만이 없는 편. 적성에 맞는 듯하다.
__ 나와 함께 일했던 또 다른 RA님은 큰 의지가 되어줬다. 물론 서로 답답한 면도, 이해 못하는 면들도 있었겠지만, 동료로서 착하고 열정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 다 끝난 마당에 불평불만해서 무슨 소용 있으랴. 함께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동료 RA의 열정, 끈기, 부지런함은 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
__ 동료 RA 덕분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 본인에게 한계를 설정하는 건 본인 자신이라는 점. 자기객관화가 아무리 잘 돼 있다고 한들 결국 그것조차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거지, 남들이 가진 기준은 전부 다르다.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 것 같으니 저기는 나에게 너무 과분해", "나는 이런 부분이 약해서 저런 포지션은 불가능해" 등 전부 쓸데없는 고민이다. 부딪혀보고 해보면 각이 선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너무 낮은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나중에 취준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채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는 특정 포지션이 비었을 때 채용공고를 낸다. 내가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회사의 핏에 맞지 않으면 컷인 경우가 대부분. 안 좋은 결과에 대해 너무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나를 받아줄 회사는 많다.
__ 모든 일에는 운이 따른다. 나도 채용과정 중 커버레터를 작성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고, 그런 나를 좋게 봐주신 컨설턴트님이 계셨기에 채용될 수 있었다. “인턴인데 뭣하러 커버레터까지 쓰냐”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내가 커버레터를 작성한 유일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원하던 일이 되지 않았을 때, 생각보다 내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방해했을 수도 있다. 너무 낙심하지 말자.
__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날 함께 가진 티타임에서 “5주차 때 리서치한 엑셀 파일 리뷰한 후부터, 아 AC(Associate Consultant)랑 일하듯이 일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피드백에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다. 평가를 해 주신 컨설턴트님은 스타트업의 Founding 단계에서부터 몸담아 최근 성공적으로 엑싯하시고, 뉴 스케일의 스타트업을 차리시겠다는 일념으로 컨설팅에 뛰어드신 분이다. 함께 일하던 이사님도 프로젝트 후 PE로 이직하실 예정인데, 프로젝트 중 “잘 하고 계시고 굉장히 험블하셔서 좋게 봤다, 나중에 인턴하고 싶으면 연락해라“라는 말씀을 하셨다.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프로젝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서 흐뭇하다.
__ 영국 팀 사람들과 친해졌다. 친해진 이유는 뭐,, 회식하고 자기들끼리 2차 가면 통역이 있는 게 편한데, 다른 RA 분은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덜 바쁜 나만 끌려다녔다. 사실 말이 끌려다니는 거지, 멋진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끌려다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긴 하다. 어쨌든 자주 말하고 자주 보다보니 친해져서, 영국 가면 만나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
__ 최근 로버트 알베로 바라바시의 “The Formula”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성공을 정의하는 건 성과뿐만이 아니라 연결망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그게 인적 연결망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성공이 아니다. 성공이란, 그와 비견하는 성과이면서 연결망에 큰 임팩트를 줘야 한다. 나는 그동안 겸손하기에 바빴는데, 내가 잘 한 거, 내가 이뤄낸 성과 등은 어느 정도 자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최근 들기 시작. 인턴 종료 소회에 내 자랑을 은근슬쩍 몇 개 집어넣은 것도 최근 이런 깨달음에 기인한다. 다들 자신이 이뤄낸 성과가 자랑스러운 삶을 살자.
__ 그 외 깨달은 잡다한 TMI들
- 사옥뽕은 존재한다. 내가 인턴을 했던 시기가 마침 사옥을 옮길 때라 구사옥과 신사옥을 둘 다 경험할 수 있었는데 신사옥이 진짜 넘사벽으로 좋다. 복지도 좋은 편. 머리를 열심히 써라 나머지는 다 해줄게가 틀린 말이 아닌 듯 하다.
- 일이 빡세도 사람들이 좋으면 끝까지 가게 된다. 내 무딘 성격상 사람을 좋게 보는 걸 수도 있겠다. 무엇인가를 그만둘 때 상당한 결심이 필요한데 일이 빡세서 그만두는 것보다 사람에 시달려 그만두는 케이스가 훨씬 많은 듯하다. 프로젝트 함께한 분들 다들 너무 좋았다.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싶다.
- 나는 오히려 상급자들에게 거침없고 동급자나 하급자 눈치를 엄청 많이 보는 듯 하다. 컨설턴트님한테는 의견 개진을 꽤 했던 편인데 같이 일하는 RA님한테는 조심스러웠던 편. 함께 산출하는 결과물에 대해 성에 차지 않는 포인트들이 생기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기분 상하지 않게 표현을 잘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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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le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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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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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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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생
안녕하세요,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긴 하나, 댓글 작성자님과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저라면 취해볼만한 action들을 좀 제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속도와 같은 경우, 제가 일할 당시에는 AI 툴이 없을 때라서 활용하지 못했는데 현재라면 저는 AI를 적극 활용할 듯합니다. 리서치 업무가 주어졌다고 가정한다면, 리서치 맥락 및 파악이 필요한 주요 정보들에 대해 컨설턴트님과 clarification + align한 후, 주요 과제들을 breakdown해보고 요걸 프롬프트로 정리해서 제미나이나 gpt 등 AI 툴에 바로 먹여볼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최근 AI 툴이 많이 발전해서 한 7~80% 수준의 신뢰도로 결과물을 뽑아내는 듯합니다. 뽑힌 결과물을 보면서 리서치 전반에 대한 윤곽이 잡히면, 이걸 예쁘게 담아낼 수 있는 그릇(논리적인 구조든 보기 편한 시각화든)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생기는 것 같고, 해당 구조를 바탕으로 신뢰도 높은 source에서 뽑은 data나 정보를 통해 컨텐츠를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아요. 아마 현재 AI 툴을 저보다 훨씬 잘 활용하시고 계실 것 같긴 하다만, 저는 속도가 항상 약점이었어서 좀 reliance를 높게 가져가서 제 약점을 보완하는데 활용할 것 같습니다. 2)의 경우에는, 저라면 Summary 탭이 어떻게 정리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컨설턴트님께 물어봐서 align할 것 같습니다. 일단 리서치 주제나 목적별로 정리 방법이나 presentation 방향 등이 무궁무진하게 다양하기에 Summary 탭의 정형화된 모범 정리답안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리서치 맥락상 무엇이 우선순위인지에 대한 idea가 확고하고 그걸 특정 방식으로 정리했을 때 이견이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 방향이 맞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인턴이 그 정도의 confidence를 갖기에는 어렵기에 자신이 생각했을 때의 best case에 대한 아이디어를 1~2안 정도로 생각해보고 그 방향성에 대해 컨설턴트님과 align하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면, radical candor를 발휘해 "몇 분 고민해봤는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컨설턴트님이 좀 한가해보이실 때, "최근 Summary 탭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전체 내용을 가장 Time-saving하게 파악하실 수 있을지 고민 중인데, 혹시 예전에 직접 하셨거나 받으셨던 리서치 중에서 Standout했던 케이스가 있다면 벤치마크 삼아서 퀄리티를 높여보고 싶다" 정도의 뉘앙스로 참고 자료를 요청하시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3) 엑셀 리서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리서치 목적이나 방법에 따라 효율적인 정리 및 가공 방식이 천차만별일 것 같아서, 생각하시는 best 정리 case(?)에 대해서 미리 align을 해두거나 benchmark 삼을 자료를 요청하시면 어느 정도 참고가 될 듯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것들이 당연히 정답은 전혀 아니며, 그저 저라면 어떤 action을 취했을지에 대한 시나리오의 나열이라 참고 정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걸 보니 댓글 작성주신 분도 상당한 일잘러이신 것 같네요. 자신감 가지시고, 남은 RA 기간 잘 마무리하셔서 열심히 일하신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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