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인턴 후기

MBB Research Assistant으로서의 4개월

2022.12.03 | 조회 2.18K |
2
|

99년생

99년 04월 10일 生, 20세기 끝물에 태어나버린 사람.

아 끝났다 후련해라
아 끝났다 후련해라

__ 일단 운 좋게 첫 인턴을 잘 뚫은 것 같다. 막연히 컨설팅 인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첫 인턴이 컨설팅이 될 줄은 몰랐다. 

__ 프로젝트 운이 좋았다. 영국 팀과 함께 일하면서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능력 중 하나인 영어를 최대한으로 leverage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Firm 안에서도 상당히 큰 프로젝트에 속했고, 프로젝트 내용도 상당히 어려웠던 만큼, 잘했다고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최선을 다했고, 굉장히 많이 배웠다. 

__ 나에 대해서 깨달은 점이 꽤 많다. 나 꽤 완벽주의자인 것 같다.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시작 잘 안 하고, 결과물 낼 때 맘에 안 들면 시간 무조건 더 쓴다. 필요한 말만 하면 되는데 앞에 자꾸 이상한 사족을 붙인다. 예) “이 자료는 어디서 찾았어요?” 라는 질문에 “구글에서 찾았습니다!” 하면 되는데 “아 제가 네이버에서 찾았더니 잘 안 나와서 구글에 들어가서 이 키워드로 찾았더니 나왔습니다!“라고 답하는 형태. 쉬워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생각보다 늦게까지 일하는 거에 대해 불만이 없는 편. 적성에 맞는 듯 하다.

__ 나와 함께 일했던 또 다른 RA님은 큰 의지가 되어줬다. 물론 서로 답답한 면도, 이해 못하는 면들도 있었겠지만, 동료로서 착하고 열정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 다 끝난 마당에 불평불만해서 무슨 소용 있으랴. 함께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동료 RA의 열정, 끈기, 부지런함은 정말 배워야 한다고 생각. 

__ 동료 RA 덕분에 깨달은 사실이 있다. 본인에게 한계를 설정하는 건 본인 자신이라는 점. 자기객관화가 아무리 잘 돼 있다고 한들 결국 그것조차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거지, 남들이 가진 기준은 전부 다르다.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 것 같으니 저기는 나에게 너무 과분해", "나는 이런 부분이 약해서 저런 포지션은 불가능해" 등 전부 쓸데없는 고민이다. 부딪혀보고 해보면 각이 선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너무 낮은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나중에 취준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채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는 특정 포지션이 비었을 때 채용공고를 낸다. 내가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회사의 핏에 맞지 않으면 컷인 경우가 대부분. 안 좋은 결과에 대해 너무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나를 받아줄 회사는 많다.

__ 모든 일에는 운이 따른다. 나도 채용과정 중 커버레터를 작성한 사람이 나밖에 없었고, 그런 나를 좋게 봐주신 컨설턴트님이 계셨기에 채용될 수 있었다. “인턴인데 뭣하러 커버레터까지 쓰냐”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내가 커버레터를 작성한 유일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원하던 일이 되지 않았을 때, 생각보다 내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을 수 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방해했을 수도 있다. 너무 낙심하지 말자. 

__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날 함께 가진 티타임에서 “5주차 때 리서치한 엑셀 파일 리뷰한 후부터, 아 AC(Associate Consultant)랑 일하듯이 일해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피드백에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다. 평가를 해 주신 컨설턴트님은 스타트업의 Founding 단계에서부터 몸담아 최근 성공적으로 엑싯하시고, 뉴 스케일의 스타트업을 차리시겠다는 일념으로 컨설팅에 뛰어드신 분이다. 함께 일하던 이사님도 프로젝트 후 PE로 이직하실 예정인데, 프로젝트 중 “잘 하고 계시고 굉장히 험블하셔서 좋게 봤다, 나중에 인턴하고 싶으면 연락해라“라는 말씀을 하셨다.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프로젝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서 흐뭇하다. 

__ 영국 팀 사람들과 친해졌다. 친해진 이유는 뭐,, 회식하고 자기들끼리 2차 가면 통역이 있는 게 편한데, 다른 RA 분은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덜 바쁜 나만 끌려다녔다. 사실 말이 끌려다니는 거지, 멋진 곳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끌려다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긴 하다. 어쨌든 자주 말하고 자주 보다보니 친해져서, 영국 가면 만나기로 했는데, 기대가 된다. 

__ 최근 로버트 알베로 바라바시의 “The Formula”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성공을 정의하는 건 성과뿐만이 아니라 연결망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도 그게 인적 연결망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성공이 아니다. 성공이란, 그와 비견하는 성과이면서 연결망에 큰 임팩트를 줘야 한다. 나는 그동안 겸손하기에 바빴는데, 내가 잘 한 거, 내가 이뤄낸 성과 등은 어느 정도 자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최근 들기 시작. 인턴 종료 소회에 내 자랑을 은근슬쩍 몇 개 집어넣은 것도 최근 이런 깨달음에 기인한다. 다들 자신이 이뤄낸 성과가 자랑스러운 삶을 살자. 

__ 그 외 깨달은 잡다한 TMI들

  • 사옥뽕은 존재한다. 내가 인턴을 했던 시기가 마침 사옥을 옮길 때라 구사옥과 신사옥을 둘 다 경험할 수 있었는데 신사옥이 진짜 넘사벽으로 좋다. 복지도 좋은 편. 머리를 열심히 써라 나머지는 다 해줄게가 틀린 말이 아닌 듯 하다. 
  • 일이 빡세도 사람들이 좋으면 끝까지 가게 된다. 내 성격상 사람을 좋게 보는 걸 수도 있겠다. 무엇인가를 그만둘 때 상당한 결심이 필요한데 일이 빡세서 그만두는 것보다 사람에 시달려 그만두는 케이스가 훨씬 많은 듯하다. 프로젝트 함께한 분들 다들 너무 좋았다.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싶다.
  • 나는 오히려 상급자들에게 거침없고 동급자나 하급자 눈치를 엄청 많이 보는 듯 하다. 컨설턴트님한테는 의견 개진을 꽤 했던 편인데 같이 일하는 RA님한테는 조심스러웠던 편. 함께 산출하는 결과물에 대해 성에 차지 않는 포인트들이 생기는 상황에서 이걸 어떻게 기분 상하지 않게 표현을 잘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99년생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haileys

    0
    abou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2024 99년생

99년 04월 10일 生, 20세기 끝물에 태어나버린 사람.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