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자족

46. 나의 첫 팀장님께

과거의 나 같은 애가 내가 꾸린 팀 막내로 들어온다면 어떨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2024.05.17 | 조회 7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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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곰자자족입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생긴 크고 작은 변화가 여럿 있는데, 그 중 좋은 점은 느슨한 관계였던 과거와 현재의 인연이 레터 구독자가 되며 때때로 안부를, 다정하게 소감을 전해준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얼마 전엔 레터 덕분에 대화의 물꼬가 트여 첫 직장 같은 팀이었던 선배와 일, 육아에 대한 줌 수다를 나누기도 했고요. 그날의 대화를 끝내고 나니 저의 첫 팀장님이 떠올랐는데, 문득 편지가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의 첫 팀장님께, 라고 써두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한참 망설였어요.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공개 편지 쓰는 게 괜찮을지 걱정됐고요. 그렇지만 이렇게 전해도 이해하시지 않을까, 곧 만나 직접 이런 편지를 썼다고 전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용기내 적어봐요.

무려 12년 전의 일이지만 제겐 어제 일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해요.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팀 배정을 받았을 때 저는 제가 속할 팀이 마음에 들었어요. 팀장님부터 팀 선배들 모두 인상이 너무 좋은 거예요. 실제로 적응하는 내내 처음 느낌 그대로 좋았어요. ‘온화하다는 단어가 꼭 우리 팀 사람들을 두고 만든 말인 것처럼. 취향을 자연스레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쏙 들었고요. 덕분에 점심시간이면 영화, 음악, 책 관련해 마음껏 늘어놓을 수 있었잖아요.

팀장님, 팀 선배들이 적어준 환영과 응원의 메모
팀장님, 팀 선배들이 적어준 환영과 응원의 메모

물론 팀 선배들이 좋다고 팀의 일까지 좋은 건 아니었어요. 왜 블로그에 댓글을 이렇게 자주 달아야 하는지, 왜 소비자인 것처럼 블로그 또는 카페에 글쓸 때도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업무에 투여해야 하는 노력이 하찮다고 여기면서요. 기자를 만나 기획자료를 써달라고 적극 어필하고 설득하는 과정 또한 그저 하기 싫은 일로만 여겼던 것 같아요. 그게 홍보라는 일인데, 저는 정말 홍보나 PR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 채 입사한 거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작더라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체 과정을 살펴볼 때 왜 필요한지 물었더라면 달라졌을까요?

"나는 '일' 너를 좋아해!" 그런 마음으로 즐겁게 일했더라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줄곧 경력을 쌓지 않았을까. 

새 클라이언트 계약을 수주하며 팀장님과 단둘이 인터뷰 다녔던 당시 기억하세요? 그때 제 업무는 인터뷰 장소를 찾고 질문지 작성하는 일이었잖아요. 신문 지면에 연재되는 인터뷰인 만큼 공간은 셀럽에게 어울리면서도 사진 촬영이 용이하고 가급적 프라이빗한 곳이어야 했던 걸로 기억해요. 주차공간은 넉넉한지, 인터뷰 진행 날짜에 공간 휴무일은 아닌지, 대관료가 있는지 등 꼼꼼하게 따져보고 확인해야 했죠. 그럼에도 팀장님께 장소 리스트 확인을 받을 때면 줄곧 빠뜨린 게 있었어요. 디테일 챙기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는데도 그저 잔소리로만 여겼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제가 참 한심하기도 해요.

보도자료에 빨간펜 첨삭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다음 자료에서도 개선된 면이 보이지 않고, 팀장님이 부족한 모습을 나무라면 그에 못지 않게 대들고 부정하는 팀의 신입사원. 살갑게 팀 선배들을 따르는 것도 아니고, 싹싹하게 회의 자료나 팀 물품을 챙기는 것도 아닌, 뻣뻣하고 나이 많은 막내. 과거의 나 같은 애가 내가 꾸리는 팀원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해보니 제 스스로 고개를 흔들게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는 잘못이 없는데 자꾸 혼나는게 억울하다고만 여겼던 과거의 내 생각이 실은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12년 전 팀장님의 나이보다도 훨씬 많은 나이가 되고 나니 이제야 조금 보이는 것 같아요.

팀장님이 나무라고 꾸짖으면 "죄송합니다"라고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 말에 언성을 높이고 감정을 잔뜩 실어 부정하고 반박해야만 저의 존재가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이상하고 뒤틀린 못난 모습 그대로 연차 쌓인 직장인이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당시의 저를 열정과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지금도, 그리고 아마 나이 들어도 똑같이 호기심 많은 할머니가 될 것 같다고 언젠가 해주신 말씀 감사해요. 저를 여전히 좋게 생각해주셨던 팀장님의 말들에도 더러 기대 재입사생활의 퍽퍽함을 견디곤 했거든요. 편지를 썼으니 곧 전하러 진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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