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T와 USDC와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해온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 일본이 도전장을 냈다. ‘엔화의 디지털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결제·송금·자산 유통의 새로운 질서를 실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선 것이 바로 JPYC다.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제도권 금융과 블록체인의 접점을 정교하게 설계한 ‘규제형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JPYC는 무엇인가?
JPYC는 일본 최초의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1JPYC를 1엔에 고정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준비자산은 예금과 일본국채(JGB)로 구성되며, 이를 기반으로 발행과 상환이 이루어진다. 2025년 하반기부터 발행이 본격화되었으며 일본 내 디지털 결제, 송금, Web3 생태계 전반에서 핵심 인프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프로젝트는 도쿄 소재 핀테크 기업 JPYC Inc.가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 금융청의 규제 체계 아래에서 운영된다. 회사는 2019년 11월 설립됐으며, 창업자이자 CEO인 노리타카 오카베(Noritaka Okabe)가 이끌고 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위치정보 게임 개발 기업의 공동창업자 및 임원을 거쳐 2019년에 JPYC사(당시 사명은 일본암호자산시장)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선불식 지급수단 사업자로서 엔화 표시 프리페이드형 디지털 통화 ‘JPYC Prepaid’를 제공했다.
그러다 스테이블코인이 전자결제수단으로 법제화되면서 JPYC Inc와 같은 스타트업도 자금이동업자로 등록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회사는 2025년 8월 제2종 자금이동업 등록을 취득하고, 같은 해 10월, 일본 최초로 엔화기반 스테이블코인 JPYC를 발행하게 된다. JPYC는 2026년 3월 23일 기준 누적 발행액은 17억 엔을 넘어섰다. 계좌 개설 수는 1만 4,000건을 초과했고, JPYC를 보유한 월렛 주소수는 약 7만건 수준이다.

수익 모델은 비교적 명확하다. JPYC는 발행된 토큰의 준비자산을 예금과 국채로 운용해 발생하는 이자수익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는다. 거래 수수료는 최소화하거나 면제하는 대신, 발행 규모 확대에 따른 운용수익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 금융의 ‘예대마진’ 구조를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확장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멀티체인 전략을 채택했다. JPYC는 이더리움과 폴리곤을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아발란체 등 추가 네트워크 확장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를 통해 결제, 송금, 전자상거래, NFT 및 Web3 서비스 등 다양한 사용처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LINE NEXT와의 협업은 메신저 기반 사용자 접점 확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JPYC의 등장은 단순한 신규 코인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이 엔화 기반 대안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향후 결제 네트워크와 국경 간 송금, 디지털 유동성 공급 구조에 변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
일본 내에서는 은행 기반 프로젝트와 제도권 인프라가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이미 GYEN과 같은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한다. 동시에 USDC, 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 여전히 강력한 대체재로 작용한다. JPYC의 미래 발행 계획은 상당히 공격적이다. JPYC는 향후 3년 내 발행잔액 10조엔을 목표로 하며, 초기에는 거래 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해 사용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오카베 JPYC 대표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밀리지 않으려면 충분한 규모가 필요하다고 보고, 3년 내 10조엔 수준을 제시했다. 또 월간 성장률이 약 30%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발행량 확대와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 역시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실제 사용량이다. 발행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유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네트워크 효과와 수익성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준비자산을 구성하는 일본국채 금리 변동은 수익성과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규제 환경 변화, AML/CFT 요구 강화,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리스크 등 운영 측면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관전 포인트
향후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로 압축된다. 실제 유통량의 증가 속도, 준비자산 운용수익의 금리 민감도, 제도 변화가 발행·상환 구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LINE NEXT와 같은 플랫폼 파트너십이 대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다.
한국 금융·핀테크 업계에 주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JPYC는 ‘규제형 스테이블코인 상용화’의 실질적 사례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비교 대상이다. 특히 은행 기반형, 신탁형, 비은행 핀테크 모델이 경쟁하는 구조와 국채 기반 준비자산 운용 방식은 향후 제도 설계와 사업 전략 수립에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이미 90%가 넘는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먼저 시도한 국가나 기업의 새롭게 재편되는 미래 금융 질서에서 우위를 점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