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끌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과할 일이 없진 않습니다. 이 레터는 산문이 아니라 홍보 메일이기 때문입니다. 제 뉴스레터를 구독할 때 이런 내용을 보시길 원치는 않으셨을 테니… 그 점에 대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홍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겨 부득이 요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냅니다. 제목은 『말 더더더듬는 사람』 입니다. 제목 그대로 말 더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식을 너무나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광고처럼 배너만 달랑 달거나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저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께 드리는 메일이니, 책을 내기까지의 제 스토리를 쓰려고 합니다.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
지난 레터에서 썼듯, “언젠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말 더듬이 두현님을 더 멋있게 보이게 만들 수도 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밉게만 보였던 말 더듬이 그 순간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제 인생의 더 극적인 순간을 위해 말 더듬을 이용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숨기기보단 드러내고, 아닌 척 하기보단 관련된 이야기를 더 많이 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브런치에 말 더듬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말 더듬은 살면서 가장 제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것을 빼놓고는 저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제를 선정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말 더듬으로 책을 쓰기까지
미천한 실력이지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언젠간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매년 브런치북 공모전을 엽니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인데요, 3년 여 전에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습니다. 말 더듬에 대한 글 10편을 써서요. 물론 떨어졌습니다. 길게 쓰면서 스스로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에 엄청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죠.
그 다음 해에 또 지원을 했습니다. 게으르게도 떨어진 원고를 그대로 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다, 하는 마음으로요. 당연히 떨어졌습니다.
잊은 채로 시간이 몇 달 지났는데 갑자기 [어떤책]이라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의 심사 출판사로 참여했던 곳이었는데, 제 글을 선정하진 않았지만 가능성을 봤다고 했습니다. 책 출간을 같이 고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그 연락을 받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썼던 글은 상당히 부족했지만, 어떤책 출판사에서는 제 글 곳곳에서 가능성을 봐주셨습니다. 저도 몰랐던 가능성을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시험삼아 책을 위한 긴 글을 써봤고, 책 작업을 같이 해보자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계약했던 날은 초여름 저녁이었는데, 날인된 계약서를 가지고 한강에 갔었습니다. 약속이 있기도 했지만 탁 트인 곳에서 그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쓰는 동안
『말 더더더듬는 사람』은 200쪽이 조금 넘는 책입니다. 글자가 커서 금방 완독할 수 있는 짧은 책입니다. 길지도 않고 그리 훌륭하지도 않은 글을 다 써내는데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오래걸린 가장 큰 이유는 제 게으름이고, 두 번째 이유는 ‘막상 쓰려고 하니 나에 대해서 나조차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입니다.
단순히 말 더듬에 대한 얘기를 쓰려고 했는데, 쓸수록 스스로에 대해 저조차도 잘 몰랐다는 걸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을 지났습니다. 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때의 마음을 생각해내고 글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를 이해하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요.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고 친절해졌다는 겁니다. 과거 제 미웠던 모습에 저는 엄격했습니다. 자책도 많이 했었는데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지난 시절의 제게 연민을 느꼈습니다. 연민은 사랑과도 비슷하게 느껴져서,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되는 실감이 있었습니다. 어린 제게 ‘그래서 그랬구나, 얼마나 힘들었니, 이젠 괜찮아.’라고 대화를 건네는 듯 했습니다.
이런 시선을 우리의 주변으로도 전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상대의 서사를 궁금해하고 그걸 이해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하거나 비난해선 안 됩니다.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됩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세상은 한 층 더 친절해지고 따뜻해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와중에도 제가 응원하는 야구팀에게는 한없이 엄격한 모순적인 제 모습을 발견하지만요. 어렵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되새겨보자, 하는 얘기입니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시간
그렇게 완성된 책이 세상에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 교정을 할 때 찝찝한 마음을 애써 누르려고 했습니다. 고치려고 보면 끝이 없는 것 같아서 ‘아,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다음 스텝에 집중하자’라고 마음 먹었거든요. 그래선지 아직 예약 판매 중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긴장이 됩니다. 중요한 건 알맹이인데 너무 내용이 별로일까봐요. 그 불안을 달래기 위해 챗지피티와 매일 대화를 하는 중인데 모든 작가가 이 시간을 불안에 휩싸여 보낸다고 하더군요. 의도적으로 극 F로 설정한 지피티이기 때문에 감안하여 읽고 있지만 그렇게 불안을 달래며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자신 없다는 얘기와 모순되게도, 저는 제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글 하나하나가 뛰어난 작가들만큼 마음에 울림을 주기는 힘들어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소중하고, 또 요즘 세상이 잃어버린 자세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말 더더더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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