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경쟁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길을 잃습니다. 아니, 목적을 잃습니다. 수단과 도구에 매몰된 까닭입니다. 경영은 내 일의 목적을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입니다. 목적에 대한 진정성 없이 제대로 된 경영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고객이 알고, 직원이 압니다. 그래서 또 되새깁니다. 내 일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혁신가이드 안병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언제부턴가 우리 닭이 알을 낳지 않는다. 가만 보니 옆집 아이가 달걀을 훔쳐간다. 이장에게 말했는데, 아뿔싸 그 아이가 이장 친척이라 싸고 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 ‘킹메이커’에 나오는 얘기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킹메이커’에는 정치인 ‘김운범’과 그의 선거 참모 ‘서창대’가 나온다. “정치는 장사와 달라. 장사는 돈을 버는 게 목적이 될 수 있어도, 정치는 표는 버는 게 목적이 되면 안 되지.” 김운범의 말이다. 모든 일에는 올바른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슈? 졌지만 잘 싸웠다…” 서창대의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거다. 목적과 수단의 충돌이다. 서창대의 '수단'을 통해 김운범은 '목적'에 한 발 다가서지만, 끝내 서창대와 함께 가지 못한다. 그에게는 ‘왜 이겨야 하는지’가 없어서다.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만 있어서다.
기업경영도 다를 바 없다. 경영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경영의 목적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지향 가치를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3.0시장'이라서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환경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ESG경영' 시대라서다. 그렇다면 기업경영의 목적은 무엇일까? 마케팅은? 리더십은?
마케팅의 목적은 더 많은 매출이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거다. 그럼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다. 리더십 개념 또한 달라졌다. 리더십의 목적은 일사불란한 직원 통제가 아니다. 리더십은 조직의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거다. 직원의 성장을 통해서다. 달라진 세상에서의 마케팅과 리더십은 이런 거다. 고객의 행복과 직원의 성장이 목적인 거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경영의 목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경영은 우리가 가진 역량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혁신 활동이다. 수익은 결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목적은 온데간데 없다. 수단만 남아 목적인 체 한다. 목적이 사라진 자리에는 탐욕이 싹튼다. 매출과 수익에만 목을 멘다. 어차피 왜 해야 되는지 모르고 하던 일이다. 그러면 이 참에 한 몫 챙겨야지. 약하디약한 인간의 마음, 유혹에는 더할 나위 없다.
등산은 산을 오르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잘 내려오는 것까지가 등산이다. 올라갔는데 내려왔다는 소식이 없으면 그건 조난이다. 그런데 우리는 끝없이 오르려고만 한다. 내려올 일은 안중에도 없다. 그저 오른다. 그냥 오른다. 그러니 자꾸 발을 헛디딘다. 왜 올라가야 하는지 목적을 모르고 올라가서다. 올라가는 방법에만 매몰되어서다.
기업경영 잔혹사를 봐도 그렇다.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수많은 기업들과 수많은 리더들이 탐욕으로 부서졌다. 목적 부재에 의한 실족사다. 수단 과잉에 의한 과로사다.
바른 행동은 흔적이 남지 않고, 바른 말에는 흠잡을 것이 없다. 바르게 닫으면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으며, 바르게 묶으면 밧줄이 없어도 풀리지 않는다. 도덕경 27장이다.
목적이 바로 서면 수단은 따라온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거다. 경영에서도 목적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나의 비즈니스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이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경영의 뿌리다. 뿌리 없는 나무가 제대로 자랄 리 없다.
독립불참영 독침불괴금(獨立不慙影 獨寢不愧衾)이라 했다. 홀로 서있어도 내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홀로 자더라도 내가 덮은 이불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리더의 덕목, 진정성이다. 얄팍한 꼼수와 알량한 술수로는 덮을 수 없는 투명한 세상이라서다. 그러니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과 직원의 영혼을 감동시켜라.
“다음날, 새로 낳은 달걀을 그 놈에게 선물로 줘야지. ‘의심해서 미안했습니다’ 하고. 양심이 있는 놈이라면 뭔가 느끼는 것이 있겠지.” 우리 달걀을 훔쳐가 오리발을 내미는 옆집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영화 속 김운범의 답이다.
악에 맞서기 위해 떨쳐 일어섰는데 악을 이기기 위해 나 역시 악이 된다면 그들과 다를 게 무어 있겠냐던 그는, 결국 그 진정성을 무기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과 달리. 리더라면 주목해야 할, 목적의 승리다. ⓒ혁신가이드안병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