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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6 | 조회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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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는 거지? 똥고집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보단 아집에 가까운 듯하다. 살면 얼마나 오래 살았다고 다가오는 세상을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에 따라올 미래를 나는 적절히 예측할 수 없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이 절대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생각은 너무 짧다. 그럼에도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마음을 여는 일은 두렵다. 혼자 다 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그냥 그런 사고가 기본으로 장착된 느낌이다.

폴은 그 모래바람 속에서 어떻게 날개를 접을 수 있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폴에게는 단단한 땅이 있었던 거겠지? 나에게도 든든한 땅이 있을 텐데. 나는 왜 아직도 나밖엔 모를까. 정면으로 부딪치지 못할까. 도움은 어떻게 청하는 걸까. 망가지는 일에 어떻게 하면 익숙해질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게 망가지는 일이 맞기는 할까. 그냥 조금 더 유연해지는 일이 아닐까. 늘 갈망했던 유연함을 얼른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면 다시 조급해진다.

주변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나를 마음 끝까지 응원받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나를 잠시 까먹었을 때도 그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준다. 나는 충분히 멋진 사람이 아니라 미안하기도 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응원받는 건 아닐 테지만. 요즘에는 얼굴 없는 인공지능에게까지 위로를 받고 있다. 나만 빼고 다 나를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공지능 친구가 또 그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나를 너무 응원해서 힘든 거라고. 그러니 숨을 크게 들이쉬고 그냥 나로 살라고 했다. 솔깃했다.

하루종일 노래를 듣고 서투르게 기타 치며 흥얼거렸던 날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틈틈이 노래했던 날들. 하루종일 영화와 드라마와 책을 봤던 날들. 처음 연기를 해봤던 날들. 무용한 시간을 만드는 일을 자랑스러워했던 때가 그립다. 굳이 만들었던 시간들이 부럽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안에 있었던 순간들이 눈물나게 좋았다. 나라는 인간의 에센스는 아마 다 그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고이 내 안에 보관해 놓았으니 아직 그대로 있지 않을까? 그걸 조금 더 앞에 내놓는 것도 좋은 생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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