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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 조회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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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이 세상에 제일 슬픈 사람은 나밖에 없는 줄 알고 살다가 긴 시간에 걸쳐 어쩌다 보니 상처를 극복한 후에는 더 이상 전과 같은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없어 애매해져 버린 사람의 이야기.

그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 슬픔은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이었다. 별 이상해 보이는 남의 모습과 마주칠 때에도 그 또한 어쩌면 나만큼 깊게 슬퍼서, 라고 생각하면 다 이해가 되었다. 슬픔은 인생의 동반자였다. 그에 대해 이렇게 깊게 슬퍼해주는 그가 있어서 그는 남들에게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슬픔은 가장 큰 안락함이었다. 그는 그 안에 말 그대로 푹 빠질 수 있었다. 슬픔은 그의 온 마음과 빈틈없이 접촉하며 내가 너의 안식처가 되어갈 거라고 속삭여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슬픔이 없다. 슬픔을 주었던 누군가는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들은 그만 놔두고 어느새 전부 변해버렸다. 아니 어쩌면 그가 변한 걸지도 모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 때문에 슬프지 않았다. 누군가들은 더 이상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 했다. 아니 여전히 변화를 만들어주기는 했다. 다만 그 색이 전과 같은 푸른색이 아니라 붉은색일 뿐. 알고 알아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누군가에게 처음 느끼는 색채였다.

그래서 그는 혼란스럽다. 그는 붉게 사는 법을 모른다. 온통 푸르게 살다가 붉은 세상을 마주하려 보니 그 자신이 너무 푸르게 느껴져 부끄럽다. 붉은 사람이 되자니 푸른 스스로를 잃는 것이 두렵다. 평생을 푸르름에 시달렸음에도. 그부터가 그 자신의 색을 바꾸고 싶어 안달했음에도. 푸른색이 맞다고 여기면서도 붉은색을 동경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어 스스로를 계속 다그쳤음에도. 그는 푸른색도, 붉은색도 심지어 보라색도 되지 못 한 채 이제 그의 안식처는 무슨 색이 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그를 그라고 부르는 일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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