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리엔테이션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2024.11.19 | 조회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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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아무래도 머리가 길기까지 기다리는 건 오래 걸리니까요...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우하하

대학 시절, 개강 주간이면 늘 하던 생각이 있습니다.

제발 오리엔테이션. 첫 수업이니까 제발 오티! 첫 수업부터 진도 나가는 건 진짜 너무한 거야!

그 생각은 여전히 변치 않고 잘 있습니다. 듣는 이가 아닌 말하는 이가 된 지금도요. 오늘은 그냥 이것저것 설명도 해 드릴 겸 편하게 얘기해보려고요. (미루다가 글 못 써서 급조한 거 아님 진짜로)

우선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인데요.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시죠? (그렇다고 해줘요 제발~)

때는 바야흐로 비 오는 어느 겨울날.. 저는 망원의 한 카페에 가게 되었습니다. 동행자는 늘 에너지 넘치는 긍정걸이었고요. 그날 그 친구와 나눈 대화 속에서 가장 강조되었던 것은 바로 시도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차분한 날씨도, 고즈넉한 카페도, 마음 따뜻한 대화도 참 좋았습니다…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건 매번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로 삶을 가꾸는 그 친구의 모습과 상반되는 제 상태더군요.

그날 라푼젤을 떠올렸습니다. 라푼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인데요. 그 아이는 아침 일곱 시부터 일어나 할 수 있는 모든 일들로 부지런히 하루를 채우는 멋진 일상을 살았습니다. 아마 그렇게 탑 안에서 10년을 넘게 살았겠죠? 하지만 우리는 라푼젤이 탑 안에서 산 10년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라푼젤의 이야기는 탑 밖에서 그 며칠 동안의 이야기뿐이죠. 그러니까 아무리 성실한 라푼젤이라도 탑을 나서기 전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기는커녕 내 인생은 언제 시작될까 하는 노래만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제는 저도 슬슬 탑을 나서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니, 여유 있는 척은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세상과 만나야 합니다. 어린 나이 뒤에, 부모님 뒤에, 여러 가지 핑계 뒤에 더 이상 숨을 수는 없습니다. 쉬는 것도 노는 것도 할 만큼 했습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냅다 이런 걸 만들어 본 겁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은 다 발을 담가 보려고 합니다. 꾸준히 해 볼게요. 파이팅. 앞으로 계속 재밌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발. 과연 이 프로젝트는 어디로 가게 될까… 아 그리고 왜 5층이냐 하면 제 생일이 5월 5일이라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5이기 때문이고요, 왜 석탑이냐 하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해두죠.

마지막으로, 이 글의 형식에 관해서도 짧게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앞으로 제가 보내드릴 글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을 거예요. 첫 번째로는 그동안 일상에서의 생각을 모은 짧은 글들로 예열을 좀 한 다음, 두 번째로 그 주의 주제에 관한 긴 글을 넣을 거예요. 좀 이해가 되시나요? 일단 오늘은 첫 번째 파트만 넣어드릴게요. 그러고 다음주 글까지 보시면 감이 올 겁니다. 재밌죠? 저만 재밌나요? 여러분도 재미있을 수 있게 제가 어떻게 열심히 좀 해 볼게요.

그럼 이만… 다음 공지가 있을 때 또 뵈어요. 저는 항상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니까 언제든 댓글 남겨 주시고요. 다음주 월요일 밤에도 우리 꼭 다시 만나길 바라요. 날이 갑자기 추워졌는데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요,

따뜻한 밤 보내세요.

 

 


 

 

💭그동안의 생각들…

 

  •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얼룩강아지를 안아 보았다. 동물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나는 어릴 적 강아지를 무서워했다. 그러니까 이건 나에게는 세상이 뒤바뀐 일이다. 한순간의 경험이 이렇게나 큰 심경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잠시 놀랐던 마음이 이내 사그라들었다. 사실 오늘의 경험은 무너지기 위한 돌탑의 마지막 조약돌이었을 뿐이니까. 특별한 계기가 없었는데도 착실히 변화해 온 어떤 마음들을 느끼면 안심이 된다. 의식하지 않는 때에도 나는 좋은 쪽으로 나아가기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서.
  • 친구네 회사에서 포장 알바(라고 쓰고 견학이라고 읽는다)를 했다.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시급, 일하면서 사람들과 나눈 대화, 온갖 기념품, 맛난 저녁… 또, 내가 가진 무언가를 팔아서 돈을 받는 일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 또한 얻었다. 가치와 돈은 별개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나는 어차피 팔게 될 테니 어떤 것이 잘 팔릴지 하루빨리 궁리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돈은 그냥 돈인 줄 알았는데 앞으로 더 알아가고 친해질 여지가 정말이지 너무 많이 남은 것 같아서 조금 막막하고 꽤나 설렌다.
  • 이해할 수 없던 사람에게 마음을 연 순간이 있었다. 내 방식과 참 안 맞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고향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마음이 마법같이 풀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과연 전주 사람이 맞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 사람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며 투정부렸지만 나 또한 점점 서울 사람이 되어갈 텐데. 어쩌면 벌써 스스로 전주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그렇다고 서울 사람도 아닌데. 국어 교과서에서 실향민 이야기를 접했을 때 굉장히 슬펐던 기억이 난다.
  • 데이트를 하다가 불안을 길들여야 하는 이유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지 못 하면 결국은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전염시키거나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 미래에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면 필시 나의 가장 편안한 모습을 자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때 그 모습이 불안쟁이인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다. 나는 쿨하고 든든한 배우자가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해 나를 더 가꿔 가겠다. 혹자는 남을 위해 살다가 남이 사라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 걱정했지만 난 그런 거 모른다. 사랑은 직진. 알 수 없는 걸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사랑을 더 풍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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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df

    0
    3 days 전

    무언가를 너무 좋아하는 일은 기쁜 일이지만, 왼쪽을 보기 싫은 게 아니더라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왼쪽을 볼 수 없듯이, 자연스레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증오가 아닌 사랑에서 비롯된 대조적인 낯설어짐이 참 속상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 적응되어 속해지는 일이 어쩌면 원래 있던 곳에서 멀어지는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이 한 곳에만 속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무튼 무언가 잃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는 게 조금은 공감되면서도 저는 태어난 곳에서 줄곧 살았어서 무언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겠다고 싶기도 하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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