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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발급 받은 주민등록증이 못생겼다. 난생 처음 주민등록증이 생겼을 때 느꼈던 설렘과 짜릿함 또한 없다. 내게 남은 건 못생긴 민증과 닳아빠진 마음뿐. 앞으로 내가 가진 다른 것들 또한 이런 식으로 잃어가겠지. 시간이 흐르면 그 자리를 새로운 감정들이 채우게 될까?
- 친구와 오랜만에 대화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내 마음만은 놀랍도록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느꼈던 불편함은 어디로 가고 어쩌다 이렇게 편해질 수 있었을까. 흐르는 시간은 나에게 이런 도움도 주는구나.
- 실패를 적극 장려하는 (사진집에 가까운)책을 읽었다. 핵심 내용은 '관찰하고, 음미하라.' 내 모습이 실망스럽고 부족할지라도, 세상이 반기지 않을 것 같더라도, 마음을 열고 세상으로 뛰어들기. 그 과정을 정성스레 지켜보고 느끼기. 시간이 흐르는 이상 실패는 더 이상 실패만이 아니니까.
새로운 정의
마지막 자기 소개를 할 작정이다.
아직도 선명한 어느 어린 날의 기억. 한 살 많은 언니를 나이로 추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짓말 좀 보태서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나를 완전하게 알아야겠다는 다짐을 곱씹을 때면 꼭 이런 기분이 된다. 나는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변해있다. 나는 늘 뒤늦게 나를 쫓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챙겨줘야 한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착실히 성장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건전한 의도로 시작되었을 나에 관한 탐구는 내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이나 부담이 된다. 완수할 수 없는 과제를 매일 마주하는 나는 자연스럽게도 실패자가 된다. 더 잘 살아보고자 하는 나약한 희망은 몇 번의 실패를 통해 간단히 절망이 된다. 남아있는 희망을 찾는 데는 시간 제한이 있는 듯해서 몸과 마음에 긴장이 높아간다. 진정한 '내'가 어디엔가 멈춰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굳어져 뻣뻣해진다…
그런데,
나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모르는 중에도 잘 살아왔다.
사전을 열어 그 증거를 보여주겠다.
겸손:
1. 잘하는 것도 못한다고 하는 일
잘하는 일이 많은 내가 하나 못하는 일은 잘하는 걸 잘한다고 말하는 일. 스스로 잘한다고 말하면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며 나를 시험하려 들까봐 숨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진짜 내가 잘하는 게 맞는지 의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잘하는 것도 못한다고 믿는 사람이 되는 악순환. 무조건 나를 숨기는 일은 분명 능사는 아니다.
2. 내 공을 남에게도 돌릴 줄 아는 여유
내가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한들 그게 비단 나만 잘해서 얻은 결과일까. 남과 나눈다 해서 내 몫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분명 누군가는 알아줄 것이고 그 사람이 나 자신이 된다면 더 좋겠지. 내가 공을 세우는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닌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함이 되어야 한다.
자아:
1. 비대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
어디에도 없는 거대한 나 자신 속에 갇혀 타인과 세상을 돌아볼 줄 모르는 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고 동시에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는 나밖에 모르면서도 네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허구의 '나'를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숨기는 것이다.
2. 계속해서 흐르는 특별하지 않은 것
내가 어디에도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움직이며 변화하는 나를 하나로 잡아둘 수 있다는 전제는 틀렸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지만 그게 내가 달라야 할 이유는 되지 못 한다. 내 삶은 그냥 삶일 뿐, 숨겨진 미션을 깨서 높은 점수를 내야 하는 게임도 아니고 결말이 정해져 있는 대단한 소설도 아니다.
사랑:
1. 희생
내가 받은 최고의 사랑. 그것은 희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잠시 파괴되더라도 너를 위해서라면 괜찮아. 너를 위해서 나를 파괴하는 일은 너무나 쉬워. 나는 너를 위해서 살고 있어. 받았을 때 묵직하게 나를 끌어내리는 마음만이 사랑이라고 배웠다.
2. 포용
그런 너라도 괜찮아. 이런 나라도 견뎌줘. 사랑이란 서로의 가장 이상한 부분을 찾아 떠나는 여행.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진저리를 치면서도 손을 꼭 붙잡고 안 놔주는 그런 것. 툭 튀어나온 부분을 찔러 터뜨리지도, 고개 돌리지도 않고 어느샌가 가만히 쓰다듬어주는 마음.
어쩌면 위 사전은 끝없는 질문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에게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뭘 좋아하는지, 지금 그건 잘 맞는지, 왜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어느 정도 대답할 수 있었지만 끝맺을 수는 없었다. 안 해봐서, 모르니까. 물음표는 늘 마지막 점을 찍지 못 한 채 갈고리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소용돌이 속에 있으니 나는 매번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서 숙고했지만, 결국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었던 건 항상 내 몸이었다. 아플 걸 미리 걱정할 때보다, 아프든 말든 괜찮다며 움직였을 때가 훨씬 덜 아팠다. 그러니 더는 복잡하게 고민하지 말고 흘러가는 나에게 맞추기나 하면서 살자. 내 안에는 이미 답이 있다. 알면 좋고, 몰라도 된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은 할 만큼 했다. 챕터 투, 다음 차례는 세상을 느끼는 연습이다.
다치고 아파도 나와 함께 한다면 나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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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피
나를 제일 잘 지켜줄 수 있는건 바로 나 !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바로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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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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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세상아 와라.. 내가 비록 울고 화내고 좌절하더라도 끝끝내 너의 위에서 파도를 타주마...🌊 책은 에릭 케셀스의 <실패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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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수
단어에 나만의 정의 내리는 고 .. 나도 해봐써 대박. 너의 정의를 볼 수 있어서 좋쿠만요
승푼젤의 5층 석탑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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