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자와 커피챗을 했습니다. 한국 테크 시장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셨고, 제가 한국에서 오래 살아왔던 경험 덕분에 서로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관점을 교류했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하다
투자자는 특정 한국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구조와 강점을 중심으로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특정 마켓플레이스 산업에서는 공급자(서비스 제공자) 매칭과 콘텐츠 생성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LLM기술을 활용하면 구매자가 공급자를 탐색하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급자가 운영하는 콘텐츠도 사람이 직접 만들지 않고, Generative AI 기술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기존의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하여(실제로 디커플링이란 용어를 대화에서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고객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던 탐색 활동을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 이 스타트업의 주요 가치 창출 방식이라는 점을 서로 공감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고객 경험의 혁신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가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고객에게는 불필요한 활동을 줄여주고, 그 시간을 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관점에서도 특정 가치 사슬에서의 비용을 줄이고, 핵심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있습니다.
Product Led-Growth
대화 중 투자자는 매출보다는 주로 리텐션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의 사용자들이 해당 스타트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제품의 'stickiness'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한국 사용자들이 해당 스타트업에 대해 갖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내년까지의 사용자 성장에 대한 예측을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보다(사실 커피챗 전에 깊이 생각해보지를 않았던...)는 관련 카테고리에서의 잠재 고객 규모와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는 또한 스타트업 팀이 제품 기반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기술력과 팀 구성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는 기술을 응용해서 실행을 한다거나, 시작을 하는 것은 어떤 팀이나 가능하지만 해당 스타트업은 이를 사업의 고유한 가치로 만들어낸 것은 상당히 힘든 역량이라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다른 테크 프로덕트 팀과 비교해서 탁월한 점과 비교적 투자를 하지 않는 기술적 영역(특정한 영역에 대한 기술적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지, 해당 영역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란 점)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디커플링과 Product Led-Growth의 연결
결국 이 모든 논의는 고객 가치 사슬을 디커플링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불필요한 활동을 줄임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특정 이해관계자와 가치 사슬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원을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제품 기반 성장(Product Led-Growth)을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고객 경험과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집중도를 함께 개선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음을 느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이번 커피챗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영어로 대화를 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못해 아쉬운 측면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저 역시 앞으로의 제품 개발의 방향성을 고민해보고, 더 나은 제품 경험을 만들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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