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온톨로지에서 배우는 ‘존재를 설계하는 언어’

2025.06.02 | 조회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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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며칠 전, 유튜브에서 <온톨로지에 대한 충격적인 해설(feat. 팔란티어)>라는 영상을 봤다. 철학 개념이 기술이랑 무슨 상관일까 싶었는데, 보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었다. '나를 설명하는 언어'에 대한 시야가 확 열렸달까. 이 글은 그 영상 한 편에서 시작된 가벼운 호기심이 조금 과몰입된 결과물이다.



상당히 영리한 녀석
상당히 영리한 녀석

GPT는 글을 쓰고, 챗봇은 상담을 한다. 사람들은 AI에게 “나에게 맞는 진로는 뭘까?”, “오늘 뭐 먹을까?”를 묻는다. 놀라운 건, AI가 이제 그런 질문에 꽤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AI가 나를 이해하려면, 나는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는 대부분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다. “30대 남성, 투자심사역, ISTP, 서울 거주” 하지만 이건 표면적인 정보일 뿐이다.

진짜 나는 저 설명 안에 없다.


온톨로지란 무엇인가? 왜 지금 중요한가?

온톨로지(Ontology)는 원래 철학에서 '존재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즉, 존재의 근본적 성격과 구조에 대해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걸 책상이라 부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것을 책상답게 만드는가? 같은거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AI와 컴퓨터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이 개념이 기술 쪽으로도 확장되었다. 

검색 엔진, 추천 시스템, 챗봇, 지식 그래프 등에서 '세상의 개념들을 정의하고 연결짓는 방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분야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존재하는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 및 여러 개념을
컴터가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

쉽게 말하면, 세상의 사물, 개념, 사람 등을 구조적으로 정의하고 연결 짓는 설계도다.


AI 속의 온톨로지 — 개념을 어떻게 구조화하는가?

예를 들어 ‘사람’이라는 개념은 이름, 성별, 직업, 나이 등의 속성으로 정의된다.

AI는 이 속성들을 구조화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를 통해 사람 간의 관계를 이해한다.

김철수 → 35세 → 남성 → 테슬라 직원
김영희 → 29세 → 여성 →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런 구조는 AI가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연결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지식그래프
지식그래프

하지만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런 속성 정보만으로사람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가?


AI 시대에 필요한 건 ‘속성’이 아니라 ‘본질’이다

심장이 뛰면 사람인 걸까? 양팔, 양다리가 있으면 사람일까? 그게 없다면 사람은 아닌 걸까?

사람인가 로봇인가?
사람인가 로봇인가?

심장이 멎어도 인공 심폐장치(에크모)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팔다리가 없어도 나는 여전히 나다. 그렇다면, 심장이나 팔다리 같은 물리적 속성이 나의 본질일 수 있을까?

우리는 매 순간 다양한 위협 속에서 존재를 유지해간다. 호흡, 혈액순환, 감정 조절, 기억력, 사고력…이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우리는 ‘나’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본질은 특정한 속성이 아니라,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태
라고 볼 수 있다.

심장은 혈액순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일 뿐이며, 그 본질은 ‘혈액이 돌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험 요소에 있다. 

에크모로 심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건, 기계든 장기든 ‘해결 상태’가 유지되면 존재는 지속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나를 설명하는 새로운 방식은?

그러면 AI가 나를 이해하려면 나는 나를 존재 중심으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기존 설명 방식존재 중심의 설명 방식
30대, 남성 , 투자심사역불확실한 기술과 시장을 검토하는 데서 오는 판단 피로를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회고와 메모를 통해 기준점을 재정립하며 움직이는 상태
서울 거주, ISTP, 커피 애호하루 중 에너지가 가장 집중되는 아침 시간에 사고 시간 확보를 위해 오전 미팅은 되도록 피하고 루틴화하고 있는 중

즉, 이제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가?

이 질문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존재 중심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게 왜 지금, 왜 중요한가?

1. AI는 나를 대신해 ‘판단’하려고 한다

AI는 앞으로 나를 위한 결정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직업, 진로, 건강, 소비, 관계, 학습…그 판단이 나에게 ‘정말’ 맞으려면,

AI는 나를 속성이 아니라 본질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2. 나는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반으로 존재를 유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해결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문제는 쌓인다. 

이게 바로 노화, 그리고 소멸의 과정이다.

이 흐름을 알면,

  • 지금 어떤 문제가 내 삶에서 가장 핵심인지,
  • 나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는지,
  • 무엇이 나를 점점 나 아닌 상태로 만들고 있는지

를 인식하고 의식적인 삶의 설계를 할 수 있다.


기업과 사람간의 관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사람 수? 매출? 브랜드? 아니다.

기업이 사라질 수 있는 ‘핵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본질이다.

미니멈의 법칙
미니멈의 법칙

가장 취약한 문제가 기업 전체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미니멈의 법칙처럼, 기업은 가장 취약한 문제, 즉, 핵심 문제를 해결해야지 존재할 수 있다.

이걸 정확히 보기 위해선 

속성 기반 보고서가 아니라, 온톨로지 기반의 데이터 구조화가 필요하다.

→ 지금 팔란티어나 SAP,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이걸 실현하는 중이다.

온톨로지 구조는 단순히 '매출이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수치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가?”, “문제가 발생하는 패턴은 무엇인가?”, “그 원인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가?”라는 맥락적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게 바로 진짜 '지능형 경영'이다.

인간관계는 어떨까?

내가 누군가와 충돌하는 이유는 단순 MBTI 차이 때문이 아니다.

그 사람은 어떤 결핍과 위협을 피하기 위해 살아가는가?

그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걸 이해할 수 있다면, 표면적인 말투나 스타일 차이 너머의 생존 전략을 보는 눈이 생긴다.

"그 사람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걸 이해할 때, 진짜 공감과 협력이 가능해진다.


결론: 온톨로지는 존재를 설계하는 언어다

우리는 이제 나를 표현하는 언어를 바꿔야 한다.

속성 나열은 한계가 있다.

진짜 나를 설명하려면,

"나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그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는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

이 질문에 대한 내 답이, 

AI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고,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며,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설계하는 기준이 된다.

AI 시대에 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


🗒️ 평소 뉴스 스크랩만 하다 처음으로 써봤습니다. 이렇게 한 번 정리해보니 생각이 더 선명해지네요. 종종 흥미로운 주제들을 글로 풀어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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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dy

    0
    7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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