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2/2)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1)

2023.02.08 | 조회 1.2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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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브랜딩 전문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시대와 사람,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04. 좋은 디자인은 좋은 브랜딩을 보장하는가?

브랜딩에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오늘날 브랜딩은 브랜드 경험 디자인과 종종 혼용된다. 브랜딩을 브랜드 네임, 슬로건, 로고 디자인, UX와 동일시하곤 한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을 통해 온,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가치를 일관된 경험으로 제공하면 좋은 브랜딩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만연한 착각이다. 브랜드를 떠올리고 특정하기에 가장 쉬운 지표가 감각으로 인지되는 디자인과 언어이기에 그것이 중요하다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가치가 정확한 수치로 평가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3억짜리 브랜딩 프로젝트는 왜 300만 원짜리 디자인 프로젝트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가? 로고 디자인의 퀄리티만 놓고 보면 300만 원어치의 로고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브랜드 디자인의 완성도는 브랜딩의 완성도를 보장할 수는 없다.

로고가 별 볼 것 없고 브랜드 네임이 아무 의미가 없어도, 공간 경험이 특별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가치 있게 인식되는 브랜드는 결국 객관적 수치로 브랜드 가치를 증명한다. 브랜딩은 순전히 가치의 문제이다. 좋은 브랜딩은 결국 완성도 높은 가치 설계에 달려 있다. 우리는 감각이 아니라 가치의 관점으로 브랜딩에 접근해야 한다.





©Noë & Associates with The Boundary
©Noë & Associates with The Boundary



브랜딩을 건축에 비유해 보자. 

건물을 건축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하느냐, 조형의 관점으로 접근하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건축설계는 건물과 공간을 경험할 이들의 동선,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기능과 형태의 구조를 결정한다. 건물의 가치와 비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건물의 하중을 지탱할 핵심 구조물과 향후 철거나 확장이 가능한 구조물을 지정하고, 채광, 통풍, 경관을 고려한 창문의 위치와 크기, 재질이 선정된다. 건물을 통해 제공하기로 결정된 무형의 가치들은 누가 보더라도 곧바로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설계된 도면에 따라 물리적으로 구체화된다.  

이처럼 브랜딩은 건물을 설계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가깝다. 현대카드 브랜딩의 완성도가 높은 까닭은 바로 세심하고 일관된 가치 설계 때문이다. 세심하게 설계된 가치 도면을 보면 누구라도 현대카드다움을 구현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만을 브랜드 경험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디자인 이전의 가치 설계를 위한 노력과 시행착오는 미처 알지 못한다. UX, BX, SX와 같이 누구나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형(有形)의 자산은 똑같이 카피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추구해 온 무형의 가치를 똑같이 카피하기란 어렵다. 브랜딩이란 카피하기 쉬운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만의 사고 방식, 행동 양식, 가치 전달 방식을 설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집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건축물과 같다. ©Noë & Associates with The Boundary
브랜드는 집주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건축물과 같다. ©Noë & Associates with The Boundary

05.브랜딩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생존은 가치 설계에 달려있다.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정말 중요한가?
 
브랜딩에 대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시간이지날수록 브랜딩에서 디자인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다는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 대표의 말은 결국 브랜드를 진정 브랜드로 만드는 것은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 가치 설계, 비즈니스 전략 그 자체에 있음을 의미한다.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브랜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브랜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브랜드다움을 전하는데 반드시 디자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디자인을 모두 걷어내고 메시지에만 집중하는 브랜딩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 목적이 된 브랜딩은 아무리 화제가 되고 멋져 보여도 방향 없는 달음질, 설계도면 없는 조형물, 본질 없는 허상이 되기 쉽다. 온갖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 디자인에 의존한 브랜딩이 브랜드의 영속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좋은 브랜딩의 조건은 무엇일까?

브랜딩에 어떻게 접근해야 브랜딩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다음 연재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1/2)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2/2)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의 조건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3) :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다음 레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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