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리브랜딩, 브랜드 로고는 디자인이 아니다 (1/2)

브랜딩 전문가의 관점으로 본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일장일단(一長一短)

2024.03.04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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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의 서재

브랜딩 전문가의 깊이 있는 시선으로 시대와 사람,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이니스프리 로고 리뉴얼에 대한 호불호는 당연한 결과였다. 리브랜딩 TF팀 역시 이를 예상했을 것이다. 기존과 다른 모습의 로고가 주는 인상은 ‘새로움’과 ‘낯섦’이다. 특히 이니스프리를 순수한 자연주의 브랜드로 기억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로고는 거리감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니스프리가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것은 브랜드의 이상적인 미래를 위함이며, 보다 설득력 높은 가치를 전하기 위함이다.

리브랜딩에서 BI 디자인 리뉴얼은 단순 디자인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브랜드 자산으로서 BI 디자인에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 Innis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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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원문: 브런치 연재글 (이전글)

 


01. 로고는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의 상징이다.

로고 디자인의 본질은 감각이 아닌 관념의 영역에 있다.

 

많은 이들이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으로 오해하곤 한다. 이런 착각은 로고가 눈에 보이는 형태를 지닌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로고는 디자인 자산이 아니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이 불변하는 본질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특정 형태로 구현하는 로고는 동굴 벽면에 비친 그림자에 해당한다. 로고의 핵심 덕목은 그림자의 형태가 아닌, 이데아에 대한 상징성이다. 완성도 높은 로고 디자인을 위해서는 눈으로 감각되지 않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다각도의 이해와 브랜드다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로고란 그저 의미 없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이니스프리 디자인의 리뉴얼 역시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상징적 선언이다. 리브랜딩의 목적에 비춰 보면 이니스프리 BI 디자인 리뉴얼은 훌륭하다. 로고와 컬러, 패키지 디자인 모두 이니스프리가 의도한 새로운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이니스프리의 BI 디자인은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설계된 구조물로써 제 역할에 충실했다. 볼드한 산세리프 서체 로고와 산뜻하고 채도 높은 액티브 그린 컬러는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자연주의를 힘 있게 구현하여, 차분하고 순수했던 기존 이미지를 완벽히 대체했다.

 

© Innis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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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뉴얼된 이니스프리의 로고 디자인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브랜딩의 방향성 자체가 기존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보고 이니스프리답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이니스프리의 로고 디자인은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상징한다. 브랜드 포지셔닝이 바뀐 상황에서 전과 같은 디자인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니스프리 로고 리뉴얼에서 우선 고민해야 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내러티브적 맥락이다. 설득력 높은 리브랜딩을 위해서는 어떤 맥락으로 과거의 자산을 미래로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리브랜딩의 설득력을 위해 창조된 세계관과 가상의 섬이란 타겟 오디언스인 Z세대에게조차 개연성이 부족한 이야기이다. 개연성이 낮은 브랜드 자산을 뛰어난 비주얼로 표현하더라도 설득력을 얻기란 어렵다.

 

© Innis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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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BI 디자인의 변화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것.

브랜드는 유기적인 생명체이며, BI 디자인 또한 유기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BI 디자인과 관련하여 흔히 발견되는 오해들이 있다. 오래된 기존 로고에 브랜드 헤리티지가 있다는 편견도 그중 하나이다. 플라톤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벽에 비친 그림자 자체를 이데아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로고는 특정 형태가 아니라 브랜드 가치라는 추상적 개념을 반영하는 수단이다. 로고가 브랜드 본질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알아야, 비로소 로고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기적 성격을 지닌 브랜드는 끊임없는 진화를 요구받는다.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진화하지 않는 브랜드는 생존할 수 없다. 이때 브랜드의 진화를 표현하는 수단이 로고와 같은 BI 디자인이다. 오랫동안 사용한 로고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되거나, 기존의 헤리티지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다만 동굴 벽면에 비춘 그림자만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뿐이다.

 

© Innis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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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 인식이 형성되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대중의 선호에 따라 리브랜딩의 방향성이 수정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주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자연주의라는 주제를 통해 오랫동안 존재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리고 그 가치가 희미해지는 시점에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과거 이니스프리 워드마크 중 소문자 ‘f’에 표현된 나뭇잎은 자연주의 브랜드의 고유한 개성을 보여줬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고객 경험이 확대되는 오늘날 나뭇잎이라는 구체적인 상징은 온전히 표현되기 어렵다. 더 이상 상징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이렇듯 브랜드의 디자인 자산은 시대적 맥락에서 유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시대적 니즈에 반응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이니스프리의 적극적인 변화는 바람직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 Johnson & Johnson
© Johnson & Johnson

 

샹동과 존슨앤드존슨의 리뉴얼은 어떤가? 이전의 개성 넘치는 로고를 담담하게 표현하여 몰개성 한 로고가 되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분명 사실이다. 그렇다고 브랜드의 본질이 바뀌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표현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오히려 브랜드 가치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왜곡 없이 전달했고, 폭넓은 연령대의 고객과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명료하게 정제된 표현은 오히려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상징이 될 수 있다.

리브랜딩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헤리티지와 국민적 인지도를 지녔던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유사한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의 데이터들을 분석하며 브랜드 유대감의 근원을 살피기도 했고, 데이터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고객의 욕망을 찾아가며 프로젝트마다 매번 다른 브랜딩 전략을 고민했다. 내가 이르게 된 답은 리브랜딩은 결국 브랜드의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밝게 빛났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함이 아니라, 이상적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 현 상황에 맞는 최선의 답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기존의 형태를 모두 버리는 일이라고 해도 때로는 그럴 가치가 있다.

 

 

 


다음 연재글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딩 전문가의 관점으로 본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일장일단(一長一短)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핵심은 브랜드 내러티브에 있다. (이전글)

이니스프리 리브랜딩, 브랜드 로고는 디자인이 아니다. (현재글)

 

브랜딩의 시대 시리즈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1) : 브랜딩에서 디자인은 중요하지 않다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1) 

브랜딩의 시대, 디자인은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2) : 좋은 브랜딩은 무엇이 다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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