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계급 탈피’를 보고 싶다면?_케이트의 영화 이야기_카페의 케이트

영화 <세컨드 마더>를 추천합니다. (원제: Que Horas Ela Volta? 그녀는 언제 돌아오나요?)

2022.04.25 | 조회 1.1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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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저택.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고 수영장  잔디밭에는 파라솔 달린 야외용 테이블이 있다. 일고여덟 살쯤 된 남자아이가 수영장 주변을 뛰어다닌다. 수영장 난간에는 장난감이 흩어져 있다. 

보모는 아이를 지켜보며 또다른 보모와 통화를 한다.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어하는지 알려줘.” 전화를 바꿔 딸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공주님. 산드라 아줌마   듣고 있어?” 보모는 수영하고 나온 남자아이의 몸을 타월로 닦아준다. <세컨드 마더>  장면이다.

 부잣집의 가정부로 일하며   아들인 파빙요   넘게 길러왔다. ‘에게는 파빙요 또래의 딸이 있는데, 딸은  고용한 보모 산드라  십년 넘게 키웠다. 발이 산드라에게 양육비를 보냈고 산드라가  돈으로 발의 딸을 키운 것이다. 딸의 이름은 제시카. 

처음에는 남편과 사이가  좋아서, 나중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발은 제시카를 13 넘게 보지 못했다. 통화도 처음에는 자주 했지만 나중에는 뜸해졌고 마지막 3 동안은  번도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제시카로부터 전화가 온다. 대입 시험을 치르기 위해 상파울루에 온다는 연락이었다. 

13 만의 재회였다. 제시카는 발에게 집이 있는  알았다. 하지만 발은 입주 가정부였고 제시카를 자신이 일하는 집으로 데려갔다. 엄마가 가정부면 가정부의 딸도 집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순종적이어야 할까? 암묵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제시카는 그러지 않았다. 

제시카는 집주인 가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는 자신을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행동한다. 지방에서 상파울루의 명문 건축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  만큼 똑똑하고 엄마의 손길은  받았지만 구김살 없이  컸다. 집주인 아저씨 카를로스와 아들 파빙요는 제시카에게  구경을 시켜준다.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발이다. 어느  집주인 아저씨가 제시카를 자신의 아틀리에에 데리고 가서 제시카에게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같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식사의 서빙을 발이 한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제시카가 발에게 디저트는 없어요?” 하고 묻는다. 

발은 집주인의 시중을 드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딸이 집주인의 손님으로서 집주인하고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발은 디저트를 준비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미친  아니야?’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인다. 이때는 나도 발에게 이입했다. 딸이 엄마 입장을 고려  하고 저렇게 행동하는  지나치게 여겨졌다. 

며칠이 지난  황당하게도 집주인 아저씨가 제시카에게 청혼한다.  잔잔하지만 혁명적인 영화는 안주인을 집주인 아줌마에서 제시카로 갈아치울 태세였다. 물론 제시카는 거절한다.

집주인 아줌마는 점점 제시카가 못마땅하게 여겨졌다. 제시카가 부엌에서 아이스크림을 몰래 꺼내 먹고 있는데 집주인 아줌마에게  걸린다. 아줌마가 어쩐지 빨리 없어지더라니하며 제시카에게 핀잔을 준다. 제시카가 아저씨의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아이스크림은 제시카 거였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아줌마는 발을 따로 불러 제시카를 부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다. 

<세컨드 마더> 만든 안나 무이라에르트 감독은 보모의 손에서 자랐다. 보모는 무이라에르트의 부모님 집에서 지내며 삼십 년 동안이나 그녀와 함께 했다고 한다. 무이라에르트는 보모의 딸이 커서 보모 자리를 구하 것을 보고 제시카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녀는 사회적 계급은 세습될 필요가 없다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해법은 교육이었다.

내가 남보다 잘나진 않았지만 못나지도 않았어요.” 

“(나라면) 하층민 취급 받느니 다른 일을 찾겠어요.” 

제시카는 발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녀 높은 성적으로 대입 시험에 합격한다. 발은 제시카로 인해 변하기 시작한다. 제시카가 합격한  , 발은 그렇게 오래 여기서 일했는데 수영장에 들어가본 적이  번도 없냐 제시카의 말을 떠올리며 마당 수영장에 처음으로 발을 담근다. 그리고 제시카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말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에서 케임브리지 대학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케임브리지대학 안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지기가 나타나 칼리지의 펠로와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가져오지 않으면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없다 말했다. 울프는 놀랐다. 그리고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하고 물었다. 

제시카는 내가 가정부의 딸이라고 해서 하층민 취급을 당할 이유는 없지 않나?’ 라고 물었다. ‘내가 가정부의 딸이라고 해서 손님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라고도 물었다. 당연히, ‘내가 가정부의 딸이라고 해서 건축가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라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발은 가정부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집을 구해서 딸과 함께 살기로 마음 먹는다.

모녀의 . 발이 제시카에게 오늘부로 일을 그만뒀다고 말한다. 그리고 식탁에 앉으며 커피 마시게 물 좀 끓이라고 한다. 제시카가 웃음기 어린 표정으로 네. 대답하고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가스 불 위에 올린다.     

 

영화 <세컨드 마더>의 한 장면
영화 <세컨드 마더>의 한 장면

 

 

*매달 25일 '케이트의 영화 이야기'

*글쓴이 - 카페의 케이트

책을 읽고 영화를 봅니다. 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도서관, 복지관 등에서 초등논술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kateinthe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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