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동성을 받아들이는 일_사랑의 인문학_정지우

2022.04.07 | 조회 1.4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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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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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대들이 사랑의 길을 지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십시오.그대들이 사랑의 길을 갈 준비가 되면 사랑이 그대의 길을 지시할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

사랑의 관계에 진입한 이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끝없는 교환이 일어난다. 서로의 역할은 고정될 수 없고, 계속하여 달라진다. 때로는 내가 당신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반대로 당신이 내게 의지하기도 한다. 어린 아이 같은 역할이나 어른스러운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마치 우리 안에 무수한 자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관계의 초기에는 이런 '교환'이 낯설고 이상하다. 나는 어른스러운 그에게 반했는데, 그가 아이처럼 울고 있다. 혹은 알고 봤더니 그에게도 너무 유치한 점들이 있다. 그는 부드럽고 상냥한 사람인 줄 알았고 그래서 교감하기 좋아서 그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에게도 거칠거나 투박한 면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인간은 만화 캐릭터처럼 단면적이지 않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상대의 어린 아이가 되거나 부모가 된다. 어느 때는 조언을 구하는 제자가 되었다가, 때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는 스승이 된다. 사랑이란,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들을 부여받는 역동성 자체일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러한 관계의 역동성 속으로 들어서는 일이다.

관계의 역동성이 주는 아름다움, 그것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무너지는 때가 있다. 나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는 언제나 리더이고 강인한 사람일지 몰라도, 반려견의 죽음이나 질병 때문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울고 싶은 순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나는 늘 리더라도 믿었지만, 그런 순간에는 한없이 유약한 새끼 고양이 같은 존재가 된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울 때,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사랑에 진입했을 때, 우리가 원하는 바대로, 우리가 생각한대로, 우리가 알던대로만 모든 게 펼쳐질 거라는 기대를 버릴 필요가 있다. 사랑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사람이 되며, 가장 다양한 관계를 경험한다. 나는 더 이상 고정된 역할이 부여된 존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사랑의 길을 따르는 사람, 사랑이 내게 부여하는 온갖 자아를 가진 사람이 된다. 그렇게 사랑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된다.

 

 

* 매달 7 '사랑의 인문학'

글쓴이 - 정지우

'청춘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등 여러 권의 책을 썼습니다. 뉴스레터, 글쓰기 프로젝트, 각종 토크, 모임 등을 만들면서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며 사는 삶을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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