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소설로 뮤지컬 공연을 했는데 저작권 침해라고?_알쓸생법_로에나

공동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

2022.05.22 | 조회 1.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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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A는 소설로에나를 집필하여 출간하였고, 해당 소설을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해 공연기획사와 작가계약을 체결한 후로에나의 초벌대본을 집필하였다. 그런데 공연기획사는로에나의 초벌대본을 본 후, 연극의 기술적인 요소가 부족하니 연극작가 C를 통해 대본을 수정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에 A가 동의하였다.

이후 C 로에나의 초벌대본을 기초로 전체적인 줄거리는 유지하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장면의 배열순서를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사 등 표현의 상당 부분을 수정 및 각색해서 로에나의 최종대본을 완성하였고, 이를 기초로 연극로에나가 제작 및 공연되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이후 A는 위 최종대본을 바탕으로 노래 가사 등 뮤지컬 요소를 추가해 로에나의 뮤지컬 대본을 완성하여 뮤지컬 로에나를 공연하였고, 그 과정에서 C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그런데, ‘로에나의 뮤지컬 공연 사실을 알게된 C, A가 자신이 작성한 최종대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A를 저작권법위반죄로 고소하였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최종대본의 저작권은 누가 가지는 것일까?

로에나뮤지컬을 공연한 A는 형사상 처벌을 받게 될까?

 

저작권법 산책

 

먼저, 이 사건에 등장하는 저작물들을 살펴보자.

이 사건에는 원저작물인 로에나의 소설, 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초벌대본, 그 초벌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최종대본, 그리고 그 최종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대본이 등장한다.

각 대본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저작물2차적저작물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 제2조는 1호에서저작물이라고 함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2호에서저작자라고 함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21호에서공동저작물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2.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21. “공동저작물”은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한편 저작권법 제5조는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한다. , 원저작물을 각색하여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는 경우에는 해당 저작물은 ‘2차적 저작물이 된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저작물을 말하므로,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 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이 사건에서 초벌대본 "원저작물인 소설로에나와의 관계에서" 소설 ‘로에나’와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각색하여 독자적으로 창작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최종대본초벌대본과의 관계에서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지 않은 A의 단독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어 C의 독자적인 저작물인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A C가 공동으로 창작한 공동저작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다음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자.

2인 이상이 공동창작의 의사를 가지고 창작적인 표현형식 자체에 공동의 기여를 함으로써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창작한 경우 이들은 그 저작물의 공동저작자가 된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공동창작의 의사는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창작행위에 의하여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의사를 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A는 자신이 작성한 연극로에나의 초벌대본이 C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는 것을 용인하였고, C A와 별개의 연극대본을 작성할 의도가 아니라 A가 작성한 초벌대본을 기초로 이를 수정·보완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연극대본을 만들기 위하여 최종대본의 작성 작업에 참여한 점, ② A 초벌대본이 C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연극으로 공연되기까지 극작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본작업에 관여하였고, C 최종대본의 작성 과정에서 A로부터 수정·보완작업의 전체적인 방향에 관하여 일정부분 통제를 받기는 하였으나 상당한 창작의 자유 또는 재량권을 가지고 수정·보완작업을 하여 연극의 중요한 특징적 요소가 된 새로운 캐릭터·장면 및 대사 등을 상당부분 창작한 점, ③ 최종대본은 그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 AC가 창작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이 된 점 등을 살펴보면, AC는 최종대본의 공동저작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사안에서 최종대본은 A의 저작물도, C의 저작물도 아닌, AC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자신이 작성한 연극 ‘○○엄마’의 초벌대본이 고소인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는 것을 용인하였고, 고소인도 피고인과 별개의 연극대본을 작성할 의도가 아니라 피고인이 작성한 초벌대본을 기초로 이를 수정·보완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연극대본을 만들기 위하여 최종대본(이하 ‘이 사건 저작물’이라고 한다)의 작성 작업에 참여한 점, ② 피고인은 초벌대본이 고소인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연극으로 공연되기까지 극작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본작업에 관여하였고, 고소인도 이 사건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수정·보완작업의 전체적인 방향에 관하여 일정부분 통제를 받기는 하였으나 상당한 창작의 자유 또는 재량권을 가지고 수정·보완작업을 하여 연극의 중요한 특징적 요소가 된 새로운 캐릭터·장면 및 대사 등을 상당부분 창작한 점, ③ 최종대본은 그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있어서 피고인과 고소인이 창작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이 된 점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과 고소인은 이 사건 저작물의 공동저작자로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한편 저작권법 제48조에 따르면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행사할 수 없다. 즉, A는 C와 합의하지 않으면 공동저작물인 최종대본의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저작권법 제48조(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의 행사) ①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으며,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 이 경우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


그렇다면 A가 공동저작권자인 C의 동의없이 최종대본을 이용하여 뮤지컬 대본을 창작해 공연한 것은 공동저작자 C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위 대법원 판례를 계속 읽어보자.

 

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전문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은 어디까지나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대법원은 A가 C와의 합의없이 공동저작물인 최종대본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하는 행위에만 해당할 뿐,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대법원은 '저작권 행사방법의 위반'을 '저작권 침해'와 다른 별개의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결국 사안에서 A에게는 저작권 침해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다.

 

정리하자면, 최종대본은 A와 C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C의 허락없이 최종대본을 이용해 뮤지컬을 공연한 A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지지만,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므로 형사처벌은 피할 수 있다.

 

저작권침해죄에 해당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제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倂科)할 수 있다.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알쓸법놀(알면 쓸모있는 법률놀이터)’ 글쓴이 -  로에나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가끔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합니다. 오늘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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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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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y Kim

    0
    9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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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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