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_로또를 향해_이인

2021.11.17 | 조회 4.3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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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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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을 산다는 건 자기 돈을 거저 국가에 기부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한국 로또의 경우,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이 1/8,145,060이다. 퍼센트로 환산하면 0.0000122774%이다.

확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또 다른 번호조합을 고르면 0.0000122774%가 추가된다. 만 원 어치를 구매하면 1000원 어치 살 때보다 당첨될 가능성이 10배 정도 올라간다. 800만분의 1에서 80만분의 1로 상승하는 것이다. 여전히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 벼락을 맞을 확률이 50만분의 1이라고 하니까 어쩌면 이번 생에 로또로 돈벼락을 맞기보다는 진짜 벼락을 맞을지 모른다.

로또 1등 당첨이 얼마나 어려운지 피부에 와 닿는 비교체험이 있다.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주사위 눈의 숫자를 예측해보자. 예컨대 6이 나오길 빌면서 정성껏 주사위를 던지면 가끔 원하는 대로 6이 나올 때가 있지 않은가? 간절히 마음을 담아 나올 숫자를 예측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다. 그렇게 9번 연속으로 예측에 성공하는 것이 로또 1등 당첨확률과 유사하다.

학창시절에 치르던 시험과도 비교할 수 있다. 5가지 답안 가운데 하나의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시험에서 공부를 전혀 안 한 채 10문제를 찍어서 모두 맞춘 적이 있는가? 그것이 로또 1등 당첨확률과 비슷하다. 5지선다 객관식 시험에서 71문제를 찍어서 모조리 틀릴 확률도 로또 1등 당첨확률과 엇비슷하다. 하나의 숫자를 일렬로 찍으면 몇 개라도 맞게 된다. 어떻게든 정답을 피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찍어서 71개의 문제를 몽땅 틀린 적이 있는가? 찍는 족족 모두 틀리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은 희박한데, 미국의 복권과 비교하면 그나마 높은 편이다.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은 미국 복권의 쌍두마차다. 수천만의 미국인들이 두 복권을 사가지고는 한주를 들뜬 채 보낸다. 파워볼은 미국의 45개 주와 버진아일랜드, 푸에르토리코, 워싱턴 D.C.에서 발매된다. 1~69까지 가운데 5개의 숫자를 맞추고는 1~26 숫자 가운데 또 하나를 추가로 맞춰야 당첨된다. 파워볼 1등에 당첨될 확률은 1/292,201,338이다. 메가밀리언은 1~70까지의 숫자 가운데 5개를 맞추고 또 다시 1~25 숫자 가운데 하나를 추가로 맞춰야 한다. 메가밀리언 1등 당첨 확률은 1/302,575,350이다.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 둘 다 당첨될 확률이 극히 낮다. 한국 로또 당첨확률이 어림잡아 40배 정도 더 높다. 1등 당첨자가 한국에선 한주에 평균 10여명이 배출되지만 미국의 파워볼은 한 해에 10명을 넘지 않는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1등 당첨확률이 낮은 복권은 이탈리아의 수페르에날로또 슈퍼스타이다. 무려 1/56,035,316,700이다. 숫자를 세다가 지칠 우려가 있어서 간략하게 숫자로 표기하면 560억분의 1이다. 외국의 복권사례를 살피다보면 한국의 로또 6/45가 좀 더 인간적이고 당첨가능성이 높게 느껴진다.

로또의 경우 매주 1,000억 어치가 팔린다. 판매총액 가운데 절반을 국가가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을 로또 당첨자들이 나눠 갖는다.

대다수 사람들이 구매한 복권은 꽝이다. 아까운 자신의 돈이 흐지부지 날아가 버린다. 너무나 비합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합리성만 고집할 수 없다. 세상은 합리성으로만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이를테면, 집값을 보라. 현재 대도시의 집값은 공상과학영화라기보다는 공포영화와 같은 현실이다. 충격과 공포가 잇따라 강타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곳에서 차근차근 돈을 모아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일이야말로 가장 비합리적인 짓인지 모른다.

불행한 현실에서 한방에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복권에 있다. 너무나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로또라도 사면서 희망을 붙드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한국에서만 무려 500만 명이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데, 이들이 복권을 사는 건 확률을 몰라서가 아니다. 이렇게라도 희망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로또를 향해> 글쓴이 - 이인

인문학 강사이자 작가.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고독을 건너는 방법>, <남자를 밝힌다> 등등 여러 책을 저술했고, 많은 곳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산뜻한 글을 쓰려고 해요. 언젠가 그대와 반갑게 뵐 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싱싱하고 생생하게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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