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지 못한 공지_카페인사이드_정인한

2022.07.08 | 조회 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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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갑자기 메인 바리스타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하지만, 새로운 직원을 충원하는 일이  풀리지 않았다. 매일 구인사이트에 글을 올렸지만, 단기 아르바이트에 대한 문의만 있었다. 처음에 걸었던 조건들을 지웠다. 카페 경험이 없어도 되니 조금만 오래 일하는 사람이면 괜찮을  같았다. 처음에는 경험자를 찾았지만, 나중에는 라테 아트도, 머신을 만지는 방법도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럴까. 그런 고민을 혼자 하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요즘은 아르바이트는 짧게 하고 투자를 하는  대세지.” “대학교 방학 시즌이 조금 지나야지, 휴학생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순리대로 되겠죠. 조금  기다려보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만 무성했고,   정도 별다른 진전 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나는 당황했다. 그래서 그럴 상황에 대비해 미리 공지를 적기 시작했다. 

카페를 이제부터  5일만 운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친구에게 들었던 방법이었다. 최악의 상황일 때를 생각해서 구체적인 플랜을 짜놓고, 그것도 최악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그런대로 스트레스받지 않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맞설 있다는 이론이었다. 예전에 힘든 일이 있는데도 의연한 척하고 싶을  종종 써먹던 방법이었다. 카페가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먼저 매일같이 찾아오는 손님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모두  떠오르지 않았지만,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그들이 어쩔  몰라 하는 표정, 조금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함께 적었다. 쓰면서 그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카페를 자주 찾아주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있었다.

한편으로는 주말을 함께 쉬게 되면 남아 있는 직원들은 좋을  같기도 했다. 함께 주말에 만나서 산책하거나 다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가능할  같았다. 성민의 반려견과 나의  딸이 어울려 노는 모습은  괜찮아 보였다. 소득은 분명  줄어들겠지만, 그렇게 최악은 아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돈은 아끼면 되니까. 그렇게 예비 공지를 써놓고, SNS 개인 계정에 올렸다. 그랬더니, 그것을 읽은 몇몇 절친한 손님들에게서 문의가 들어왔다. 

언제부터  5 운영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당장은 아니고, 지금 상황이 그래서 그렇게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구하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렇게 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 대화를  번인가 했다. 조금은 실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기도 했고, 응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번의 면접을 보았지만, 역시나 오래도록 일할 사람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결정이 나의 내면에 고지되어서 그런지 마음이 어느 순간 불편하지는 않았다. 손님의 말처럼순리대로 되지 않을까 싶었다. 기다리면 시간이 해결해줄  같았다. 만약에 구해지지 않는다면 함께 주말을 쉬는 낭만적인 카페로 가면 되는 것이고, 이러다가 반가운 인연이 나타난다면  분에게  잘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편해졌다. 일종의 자기기만일 수도 있겠다. 

 우리 카페에서 구전으로 전하는 응대 매뉴얼에 비슷한 원칙이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예상되면 사전에 고지한다는 원칙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리는 주문을 받으면 영수증을 바에 차례대로 정리해놓아야 한다. 정돈된 바에 주문받은 순서대로 영수증을 차례대로 붙여 놓는다. 그런데 용지가   이상 쌓이면 시간이 조금 걸릴  있다고 손님께 안내해야 한다.

실제로  장이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안에서 일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손님에게는 어느 정도 최악의 상황을 고지한다. 그것을 들으면 어느 정도 감내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다. 다행스럽게 음료가딜레이되지 않고 나오면 기분이 좋고, 행여 실수해서 늦게 나오더라도 마음이 상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부디 우리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하고 누군가에게 빌고 싶은 요즘이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정말이지 습하고, 덥다. 오늘은 최고 기온 31, 습도 74%, 이슬점 온도 25. 아이스 잔에는 항상 이슬이 맺혀있고, 바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이마에도 땀이 맺혀있는 요즘이다. 다행인 것은 그런 와중에 함께 일할 스텝이 정해졌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자에게는 이런 것도 일종의 기적이다. 그럼에도 주어진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고지하지 않았지만, 구구절절 썼던 공지를 언젠가는 카페 계정에 올릴 날이   같기도 하다. 다만, 지금이 최악은 아니니까, 내가정신 차리고 잘해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 다짐을 하루에도  번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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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 동안<경남도민일보>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것들』을 썼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ng.in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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